역린의 시발점

악몽

by 큐인


누구나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약점.

붙잡혀서는 안 되는 결함.




내 '악몽'의 시작은.


꿈을 꿨다. 나와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잊는 꿈. 나만 그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 사람들을 찾고, 그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길 바랐다.


오직 나만.


무서웠다. 하루아침에 없어도 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비참하고, 참혹했다. 차라리 나를 잃어버린 것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나를 찾지 않았냐고 물어보기라도 했을 텐데. 속으로 읊조리며 꿈속에서도 괴로워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그 악몽은, 나에게 추억을 선물해 줬던 사람이 다가와 어깨 위로 손을 얹었을 때. 비로소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깨어날 수 있었다. 지금은 곁에 없는 사람이었다. 눈앞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사람. 그 사람은 꿈에서까지 나를 살려낸다.


완벽한 악몽이었다.


놀란 마음이 앞서 손을 뻗은 건지, 아니면 얼른 벗어나고 싶어서 급급했던 건지. 누가 보면 우스울 지경으로 팔을 허우적거리며 일어났다. 식은땀이 흘러 등이 축축하고 후끈거렸다. 목울대가 울렁였다. 새어 나오려는 아픔을 참고 싶었다.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꿈 하나에 결국 터지는 눈물은, 내가 느끼는 매스꺼움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눈물에 적셔지는 이불자락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나의 약함을 감추고 싶어서.


언젠가 생각한 적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지 않다고. 잊어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잊고 싶다고. 그런 내 말을 듣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호탕하게 웃으면서도 나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이기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잊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믿고 있었는데, 내심 안심하며 내쉬었던 한숨이 무색할 정도로 그 사람은 홀연히 떠나버렸다. 내가 찾지도 못하는 곳으로, 아주 멀리.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았던 걸까.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서?

나를 먼저 잊어버린 걸까. 그렇게 중요한 약속이 아니라서?

어쩌면, 그 약속마저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린 거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다.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따뜻하고 다정했던 사람은 꿈으로 찾아오면 악몽이 된다.
간절히 신께 빌어본다. 내가 받은 사랑을 잊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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