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끝에서 다시

암전

by 큐인


온통 어둠으로 변한 세상, 놓쳐버린 손.

희미해져 가는 나의 빛.




'암전', 그 이후.


그냥 넘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별일 아니라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착각이었다.


내가 넘어진 순간, 나의 다정도 멀어졌다.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퍼져오던 암흑이, 이윽고 나를 덮쳤다.


그렇게 나의 불안에 잠식되어 가던 어느 순간, '이대로 정신을 놓아버려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옥죄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었다.


눈앞에, 손이 내밀어져 있었다.

다급하게, 숨이 벅차게.

거짓말처럼.


그 손길 하나에, 나의 세상은 다시 밝아졌다. 불안은 저 멀리 밀려났고, 암흑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니, 암흑이 있어도 괜찮았다. 그저 암전일 뿐이니까. 조명이 꺼진 순간일 뿐이니까. 어둠 끝에서 다시 빛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빛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해서, 그저 믿어보기로 했다.
어둠은 빛과 잠시 헤어지는 시간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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