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웃는 게 너무 예뻐.”
“네가 최고야.”
“완전 웃겨.”
“너뿐이야.”
“네가 제일 좋아.”
“나랑 내일 놀아줄 거지?”
너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아직도 너의 마지막 말마디를 잊지 못하고, 하루를 통째로 쏜살같이 허비한다.
어디 있어? 어디로 갔어? 나뿐이라며. 그런데 날 두고 간 거야? 나의 어디가 마음에 안 들었어? 나는 너의 모든 걸 품었는데, 사실은 내가 안 좋았던 거야? 내가 질렸어? 내가 싫어? 내가 싫었어? 뭔진 몰라도 내가 다 미안해. 돌아와 줘.
매일 밤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고개를 푹 숙였다. 괴로웠다. 있어야 할 네가 내 눈앞에 없다니, 부정할 일이기에.
어김없이 눈앞의 시야가 일렁인다. 눈꺼풀을 느릿하게 끔뻑이면 뜨거운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흐른다. 닦지 않았다. 네가 닦아줘야 할 눈물이니까. 그랬는데, 어두운 새벽녘은 잔인할 정도로 고요해서.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닫힌 문밖에서 들리는 수군거리는 소리. 걱정어린 소리, 한심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혀를 차는 소리, 그 모든 게 뭉쳐 들리는 깊은 한숨 소리. 빠져나가고 싶다. 너의 손을 잡고 빠져나가고 싶었다.
“여기서 뭐 해?”
너무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잔잔하고 나른한 목소리. 부드러운 음율 같은 목소리. 내가 그토록 그리던 목소리. 시야 가득, 네가 비친다.
아, 됐다.
이거면 됐어.
단숨에 너의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어딘가로 도망가야 할 것처럼. 온통 하얀 벽을 더듬으며 길을 찾았다. 너의 손을 다시 한번 힘주어 움켜쥐고는 문을 열었다. 단단히 잡은 손에는 그 무엇이 방해해도 놓치지 않을 다짐을 보여줬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의 틈을 가로질렀다. 누구도 따라오지 않을 곳으로 도망쳐야 했다. 숨이 헐떡였다. 불안정한 호흡을 애써 가다듬으며 한참을 달렸을까. 끝에 잠금장치 없는 창문이 보였다.
저기다. 저기로 가면 누구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
뒤에서 아우성치는 잡음을 무시하고 너와 함께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일탈일까, 영원한 자유일까.
몸을 던지며 돌아본 너의 얼굴에서는, 너의 얼굴에서는…?
없다.
없어.
어딜 간 거지? 내가 분명히 꼭 잡고 있었는데, 놓칠 리 없는데. 다시 멀어질 리 없― …….
- 콰득
둔탁한 소리였다. 지면에 강하게 부딪힌 충격을 그대로 흡수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부스러지는 뼈 소리? 으깨지는 두개골의 소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날카로운 날붙이가 심장을 후벼파는 것 같았다. 너의 인영을 놓친 나는 그토록 허무하게, 절망하며, 생을 갈무리했을 것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옅은 신음을 연신 입 밖으로 터트리며, 더디게 눈알을 굴렸다.
그제야 건물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너를 죽어라 찾던 내가 올 수밖에 없던 곳, 정신병원.
이곳에 갇혀 있었지만, 너를 봤으니 된 걸까. 많이 지쳤으니… 그만 됐다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나의 병명은, 조현병(調絃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