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인 나의 연민에 대하여

쇼크상태인 동박새를 보고

by 하루

도서관 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입구 앞에 너무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초록빛 깃털이 유난히 예뻐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자주 볼 수 없는 새 같다는 느낌이 들어,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조심히 그 옆에 서 보았다.

그런데 웬걸, 날아가지 않는다.

움직임도 어딘가 더디다.

이상하다 싶어 휴대폰을 꺼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는 동안, 우리 동 주민 두 분이 지나가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다.

나도 급히 사진을 접고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래도 그 작은 새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름도 궁금해 집에 돌아와 사진을 올려 AI에게 물어보니 ‘동박새’라고 알려준다.

날지 못하고 눈만 껌벅이는 상태는 보통 날다가 유리창에 부딪혀 쇼크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럴 때는 가만히 두거나 음지로 옮겨 20~30분 쉬게 하면 다시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가방만 내려놓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려 다시 내려갔다.

15층에서 급히 내려와 보니, 아파트 입구에 있던 새가 보이지 않는다.

없다는 사실이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날아가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앞섰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일에 괜히 마음을 썼다고,

AI는 나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고까지 칭찬해 주었다.

하지만 실은, 며칠 전 나는 전혀 따뜻하지 않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다.

요즘 우리 동네에는 까마귀 소리가 잦다.

개체 수가 늘어난 탓인지 울음소리도 점점 커졌다.

예전부터 까마귀는 흉조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검은 색깔부터 울음소리까지 왠지 불길하게 느껴져 좋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그 까마귀가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에 앉아

무언가를 콕콕 쪼아대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서 보니 비바람을 막으려고 씌워둔 포장재를 찧어 훼손하고 있었다.

이러다 실외기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그 방문이 반갑지 않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저 까마귀를 어떻게 퇴치하지?’

‘괜히 신경 쓰이게 하는 귀찮은 존재.’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새들이 살 곳을 잃고 주택가나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 근처로 내려오는 장면을 우리는 이미 자주 보고 있다는 사실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풍력 발전소의 거대한 풍력기가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가로막고 있다는 뉴스도 떠올랐다.

크기가 작고 예쁜 동박새는 보호해주고 싶고,

내 생활에 불편을 주는 까마귀는 쫓아내고 싶은 이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

과연 누가 먼저 누구에게 피해를 준 걸까 생각하니,

갑자기 까마귀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까마귀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연을 보호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오늘은, 그냥 동박새만 생각하기로 한다.

작은 날갯짓으로 지금쯤은 어딘가 안전한 곳에서

편히 날고 있겠지.

검색을 하니 실외기에 앉는 새 퇴치용 도구가 안내되었다. 안전을 위해 놓아야겠지만 마음이 편치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