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홍상수, 베이컨
1.
바흐가 위대한 이유를 푸가에 대한 무한한 해석의 여지라면, 연주자는 무수한 해석의 여지 때문에 골머리를 쓴다. 여기에서 연주자가 바흐를 접근하는 방식은 쉽게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1. 인물에 접근하기
2.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기
낭만주의 없이는 바흐의 발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바흐의 푸가가 지루했던 이유는 해석에 대한 문제이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의 훌륭한 사례를 보라. 바흐가 후대 예술가에게 선보였던 것은 해석에 대한 바람직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선율이 감정을 지시하지 않고도 감각하게 해 준다면?
미숙한 사람은 2번보다 1번에 집중하라.
2.
연출로써의 홍상수가 아닌, 각본가의 홍상수의 사례를 보라. 감정을 지시하지 않고도 감각하게 해 준다면? 마찬가지로 각본가의 덕목은 무한한 해석의 여지이다. 감정을 지시하지 않고도 감각하게 해 준다면? 여기에서 연기자는 무한한 해석의 여지 때문에 골머리를 쓴다.
이창동의 연기 연출 방법론은 근본적으로 이와 같은 목표를 향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훌륭한 연기자에게 잘못은 없다.
3.
다시 말해보자, 들뢰즈의 재영토화는 배우와 인물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다만 구조는 인물을 내러티브와 분리하기이며, 감각은 자기 자신과 인물과의 관계이다. 같은 구조주의의 몬드리안과 잭슨 폴록은 각각 구조와 감각에 집중한다. 들뢰즈는 생명의 사례로 프란시스 베이컨을 뽑는다. 베이컨은 모델을 배경과 분리하고 재조립하며 모델과 배경의 유기체적인 교환을 관찰한다. 구조는 모델과 배경의 유기체적인 운동이고, 감각은 그것을 캐치하는 일이다.
4.
하지만 베이컨의 사례는 우리가 원래 생각하는 메타포와 내러티브 간의 교환 방식과는 상이하다. 왜냐하면 메타포가 작동되는 방식은 그것이 내러티브가 메타포를 빨아들일 때 성립되지만, 베이컨의 회화가 작동되는 방식은 메타포가 주변의 관계와의 단절을, 탈영토화를 거쳐 내러티브를 통해 재영토화될 때 성립한다.
아주 훌륭한 사례는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에서 일어난다.
5.
지시하지 않고 감각하기 그리고 만들어진 생명을 관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