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가 흥미로운 까닭

변화하는 나

by 시시수수

‘나’를 소개해야 하는 순간은 살면서 종종 찾아온다.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매번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야 한다. 횟수로만 따지면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이상하게 소개는 늘 어렵고 새롭다.

그 이유를 곱씹게 만든 건 대학교 때의 한 수업이었다. 인터랙티브 디자인이라는 과목명으로 웹언어를 배우는 수업에서, 교수님은 오리엔테이션 자료의 제목으로 ‘소개가 문제적인 까닭’이라는 문장을 꺼내셨다. 소개가 ‘문제적’이라는 말은 낯설었다. 강의 자료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떤 대상을 주위에 알려 다른 대상과 연결하는 ‘소개’는 분야를 떠나 반드시 필요한 행위이자 절차다. 소개에 비즈니스를 더하면 홍보와 마케팅에서 판매로, 예술을 더하면 창작에서 출판, 전시, 공연 등으로, 사랑을 더하면 구애에서 연애로 이어진다. 이렇듯 소개는 크기가 크든 작든, 범위가 넓든 좁든, 모든 일에 자리한다. 소개가 문제적인 까닭이다."


이어 교수님은 그 원천에 존재하는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수많은 생산 활동의 맨 밑바닥에는, 순전한 쾌락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고민을, 솜씨를, 성과를, 그리고 결국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소개하고픈 소중하고 아름다운 욕망이 자리한다고.


그 말을 들으며, 처음으로 ‘소개가 어려운 까닭’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 같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나의 욕망을 알아야 하고, 목적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던 나는 후에 편집물을 만드는 디자이너를 꿈꿨다. 지금보다 더 도전적이었고,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또 다른 모습의 내가 되어 있다. 이제는 현장에서 많은 스태프를 이끄는 PD를 꿈꾸며, 많은 대중과 연결될 수 있는 미디어에 큰 가치를 느낀다. 이전보다 유연하게 상황을 해쳐나가는 모습도 생겼다.


예전에는 나를 매끄럽고 적절하게 소개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저는 00 환경에 영향을 받아서 00을 좋아하고, 00에 관심이 있어서 00 취미들이 있어요.” 뭐 대충 이런 식이다. 변치 않을 나의 본질을 찾아내고, 영원히 거기에 있을 '나'를 설명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욕망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정말 좋아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식기도 하고, 나에게 없던 성향들이 어느새 들어서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나’라는 존재는 계속 변화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삶과 나를 이해하는 더 정확한 방식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소개를 ‘완성된 나’를 보여주는 발표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나를 살펴보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 안에서 변화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소개의 별미다. 소개가 문제적인 까닭은, 변화하는 나의 욕구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목적에 맞는 형식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소개가 흥미로운 까닭은, 그 어려움 속에서 더 깊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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