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택은 어떻게 하는걸까?
난 평소 사진 찍는걸 좋아한다. 대학교 입학 때 산 저렴한 DSLR 보급기도 벌써 6년이 됐다. 과제용 촬영때는 더 재현율이 높은 고성능의 카메라를 대여했지만 여행을 가거나 일상에서는 이 카메라를 잘 써왔다. 그러나 DSLR이 가진 크기와 무게가 일상에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이 되었고, 미국 여행을 앞둔 참에 여행용 카메라를 하나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가능한 예산에서 휴대성 기준으로 합격한 카메라 위주로 1차 리스트업을 했다. 그 이후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가성비 비교에 들어갔다. 요즘엔 검색장치가 정말 다양하다. 네이버 구글과 같은 포털사이트부터 이곳저곳을 총망라해 알아서 정보를 캐오는 Chat GPT, 생생한 영상 리뷰가 가득한 유튜브까지 다각도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1, 2, 3, 5, 9...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다. 끝도 없는 스크롤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욕구를 더 자극했다. chat GPT가 스펙을 표로 정리해 알려주지만 더 듣고 싶은건 실사용자인 사람의 후기다. 더불어 IT, 카메라 전문이들의 리뷰까지 더하며 똑똑한 구매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그렇게 온갖 정보를 긁어모으다 하루가 갔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개인마다 조금씩 상이한 기준 평가가 내 머리 속을 채워놓았다. 마구 구겨 넣은 정보들은 머릿속에서 서로 부딪쳤고, 오히려 더 분별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과부하에 빠진 상태로 몇일동안 더 인터넷 속을 떠돌며 비교한 후 끝내 한 카메라를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들인 에너지 소모를 생각하면 조금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써야했나, 사실 많은 리뷰들이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게 아니기에 몇몇 정보만으로도 지금의 선택을 내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마도 혹여나 놓치는 정보로 인해 손해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욱여넣고자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구매 예약을 걸어둔 후 한동안 머리를 식히며 연락을 기다렸다.
연락을 기다리던 중 우연히 집 근처에서 실물을 확인해볼 수 있는 매장을 알게되었다. 그 근처를 평소에도 자주 가서 가는 김에 한번 보기로했다. 매장에 도착해 카메라 코너로 가 상품을 찾았다. 반가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살폈다. 생각보다 큰 인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곧 이것을 가질 수 있음에 설렜다. 전원을 키고 테스트 촬영을 하는데 한 가지 계속 거슬리는게 있었다. 장난감 효과처럼 들리는 귀여운 셔터소리였다. 기존의 DSLR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휴대성이 좋아지더라도 즐겁게 찍고 다닐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충격을 애써 감추고는 한쪽에 진열된 다른 종류의 카메라도 다시 살폈다. 그 중에는 폭풍 비교 과정에서 대상이 되었던 카메라도 몇몇있었다. 이번엔 반대로 애초에 제외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허용가능한 퍼포먼스 덕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생각이 뒤흔들린 채,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그간 정서적으로 탈진해가며 고른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아마 그렇게 배송을 받았다면 아마 실망이 컸을 것이다. 휴대성, 가격, 품질 등에서 가장 합리적인 카메라지만 설명할 수 없는 개인적인 끌림이 가치판단을 뒤바꿨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셔터소리에 관한 부분은 아마도 다수에게 고려사항이 아니었을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큰 변수로 작용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나와의 관계다. 타인이 남긴 리뷰가 어떤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더라도 그것이 내 손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선택을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내가 느끼는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내 마음이 어디로 이끌리는지를 들어보는 것이 가장 필요한게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