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야기 6
모든 결정 끝에 아비뇽을 정리하고 1년 반 만에 한국으로 잠시 들어갔다.
한국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재정비한 후 2021년 9월 9일, 다시 프랑스로 향했다.
처음 프랑스에 갈 때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이었고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거웠고 다시 앞이 뚫려있지 않은 터널 속을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감사했다. 길이 열린 것에 감사함으로 다시 '가보자' 하고 가족들과 인사한 후 비행기에 올라탔다.
걱정반 기대반으로 장시간 비행 후 프랑스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다시 이곳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새 출발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한국에서 미리 계약한 집에 도착해 짐을 다 풀고 정리하면서 기도했다.
"파리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모두 맡깁니다. 길을 열어주세요. 인도해 주세요."
다음 체류 연장을 위해서는 뭐라도 했다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멈춰있던 어학원을 다시 등록해서 몇 개월간 다니며 내 계획에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크리스천인 나는 프랑스에 와서부터 교회에 한 번도 다니지 못했는데 (아비뇽에는 성당 말고는 없었음) 자연스럽게 다닐 교회에 연결이 되는가 하면 한국인이 거의 없던 곳에 있다가 파리에서 프랑스인 한국인 포함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 다닐 학교도 기막힌 타이밍으로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한 가지 스트레스받았던 것은 코로나 때부터 꼬여있던 비자 문제였는데, 다행히 도와주실 분을 찾아 다시 한국에 가서 이전 아비뇽 때 비자를 모두 리셋시키고 새로 비자를 발급받는 것까지 한번 꼬이면 복잡하기로 소문난 비자 문제도 해결해서 돌아오게 되었다. 아비뇽에서의 시간은 정말 나를 찾아가는 광야의 시간이었구나.. 그리고 모든 것이 채워지면서 연결되는 것을 보고 이것은 내 힘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또한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이상하게 마음 한편에서 계속 불편함이 느껴졌다.
지금 이것에 안주하지 말자. 더 할 수 있고, 더 찾을 수 있다. 일상에 파묻혀 가지 말자고.
물론 타지에서 써보지 않은 언어로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용기에 박수를 칠만한 것이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나아가고 싶었다. 일반적인 길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길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 아마도 아비뇽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 시간들과 그때 내 가슴에서 울린 꿈 때문이었을까,
나는 어떻게 하면 기도하며 꿈꾸게 된 것들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했다.
"여기 와서 공부하고 조금 경험해보다가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그렇게 힘들게 버텨온 시간이 분명히 나에게 거름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는데 한계를 두지 말자. 틀을 깰 순 없을까.
지금부터 거꾸로 생각해서 이미 내가 상상하고 꿈꾸는 모습의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자.
이곳 프랑스에 계속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인데, 이 시간을 아끼지 말고 써야겠다. 이렇게 큰 것들을 느끼고 바뀌고 있는데 그냥 버리지 말자.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봐야겠다. 말이 안 통하더라도 여기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어떤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어떤 일들을 하는지 만나봐야겠다."
그렇게 몇 날며칠을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어디서 나온 대범 함인지는 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라도 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