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야기 7
파리에 오고 2022년 1월 어느 날, 이런저런 각오와 목표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독창적인 사람
프랑스를 누리고 잘 활용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다소 막연하기도 하고 심플한 목표였지만 실험차 프로젝트 형식으로 만들어 위의 목표들을 이뤄나가기로 했다.
이제야 프랑스에서 사람답게 살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프랑스인들을 잘 알아갈 능력도 없으면 지금껏 내 생각들은 망상에 그치겠다는 판단이 섰다. 내가 선택한 분야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무모한 길이었다. 조금 더 전략적이고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방향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서치하며 아티스트들 한 명 한 명 컨텍을 하기 시작했다. 메일도 넣고, 인스타 디엠도 보내고 갤러리에 연락도 넣고 무슨 자신감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잃을 게 없었기에 가능했던 어떤 패기로 꽤나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연락을 했다.
수많은 거절도 있었지만 그중 한 아티스트에게서 답장이 왔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모션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세브린(Séverine). 처음에 그녀에게 연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하이라이트 스토리 제목에 Hello Busan!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소통거리가 넓어질 수 있겠다 싶어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처음 연락을 돌리기 시작한 거라 연락을 넣고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녀는 지금껏 이런 연락은 받아본 적이 없는데 나의 접근방식이 독창적이라며 궁금해했고 좋아, 만나자!라고 답장이 왔다.
이게 되네? 내가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구나.
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당시 간절함이 옥죄여올 정도였던 나는 이 연락 한통이 너무나 간절했고 감사했다. 얼른 그녀에게 답장을 하고 어디서 만나서 어떤 대화를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에 그녀에게 한통의 연락이 더 왔다.
"유나, 이번에 어느 갤러리에서 아티스트들끼리 모여 작품에 대한 대화도 나누고 인맥을 넓혀가는 프라이빗 전시 파티를 저녁에 하는데 네가 괜찮다면 우리 거기서 만날까? 초대장을 보내줄게!"라는 내용이었다. (프랑스에서는 파티나 행사 등, 저녁에 모여서 함께 모임을 하는 것이 있는데 이를 Soirée 수아레 라고 한다)
그냥 어떤 끌림에 컨텍을 했던 건데 그녀의 적극적인 반응에 놀랐다.
당시 내 목표는 200명을 만나는 것, 생각해 보니 초대받은 수아레에 가면 내가 따로 힘들게 연락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대략 100명은 될 텐데 고민할 이유도,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약속을 잡고 나는 조금 더 그녀를 알아보기 위해 정보를 다시 보니 서울 강남, 부산, 부천 등 길거리와 유명 브랜드 그리고 백화점에 작품이 올려져 있는 작가였다. 그에 비해 난 이제 시작하는 뭘 보여주고 들려줄 것들이 뮤지컬, 그리고 학교 얘기와 내 작품들 뿐인 사람이었지만 위축이 되거나 내가 작아지는 태도는 나오지 않았다. 나도 곧 그렇게 될 거 기 때문에.
세브린을 만나다.
당일 날 나는 고마운 마음에 무슨 선물을 줄까 고민하다가 한인마트에 들러 백세주를 사갔다. 보내준 주소에 도착하니 낯선 건물이었고 문이 열려있어서 조심스레 들어갔다. 이미 파티 준비는 끝나있었고, 다행히 세브린보다 일찍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한둘씩 들어왔고, 어색하게 서있는 동양 여자를 보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였어도 선인장처럼 쭈뼛하게 서있는데 궁금했을 것 같다.
잘 안 되는 불어를 최대로 끌어올려서 나를 소개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긴장이 서서히 풀릴 때쯤 세브린이 도착했고 나는 그녀와 반갑게 인사하고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만나기 전에 사전조사, 질문할 것들 모두 정리해서 외운 것들을 질문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1. 작업할 때 주로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지?
그녀는 주로 작업을 할 때 생각이나 어떠한 상황에서 영감을 얻는다기 보다는 컬러와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자신이 바라보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작업을 하고 작품도 많기 때문에 꼭 그거다. 하고 정의 내릴 순 없고, 보통은 그렇다고 얘기해 주었다.
2. 프랑스인들은 어떤 작품 스타일에 흥미를 느끼는지? 자신의 스타일이 정해져 있는 것? 또는 스타일이 다양해도 자신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
너무나도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이 존재하기에 이것 또한 단정 짓기 힘들지만, 하나를 뽑자면 스타일이 다양해도 자신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을 더 선호할 거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작품에서 묻어 나오는 작가들의 생각과 철학이 작품을 더 살려준다는 얘기와 철학과는 무관하게 작품 스타일 자체를 보고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는 얘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다.
3. 인스타로 한국 여러 곳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을 보았는데, 한국인들과 함께 전시를 해본 적이 있는지?
자신의 작품을 한국에서 가져가 전시하고 판매하고는 하지만 직접 한국에 가서 전시해 본 적은 없다고 한다. 한국에 가본 적이 없어서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다고.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교류하고 있는 한국 친구가 있는데 친구도 너무 좋고 한국에 관심이 많고 좋아해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얘기했다.
4. 아뜰리에나 전시를 진행 중인지?
전시는 가끔씩 해왔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고, 아뜰리에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집에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집에서 거의 작업을 한다고. 가끔씩 아티스트 친구들을 모아서 집에서 같이 작업할 때는 있다고 한다. 혼자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작가.
많은 질문들을 오갔지만 너무 친절하게 들어주고 대답해 줬다. 그러다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내부로 들어갔고, 이것저것 보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그녀는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나를 소개도 해주고 그들과 인스타그램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나는 이 시간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까운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무작정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아티스트인지 물어보고 나를 조금이라도 드러내기 바쁘게 보냈다. 그곳엔 특이한 아티스트들도 많았고 베트남, 일본, 이탈리아 등 포토그래퍼와 갤러리 디렉터들 아티스트들 거의 예술 집합소라고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정말 뜻깊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어도 많은 교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던 날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의 첫걸음을 떼어내 준 날이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교류하고 활동범위를 넓혀나가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껏 갇힌 틀 안에 계획된 대로 왔지만 이 모든 경험들을 통해 틀을 깰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고 어떻게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터덜터덜 집에 도착해서 노트를 꺼내 적었다.
"불편해도 어려워도 서툴러도 나아갈 것이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나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나는 지금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도 하나님이라는 커다란 백이 있고,
든든한 내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기에 나만 나를 확실하게 믿고 나아가자"
: 다음 편에도 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