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파리 아티스트들을 만나다.

프랑스 이야기 8

by 홍유나

이전 스토리에 이어,


세브린 작가와 만날 수 있었던 수아레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나는 시간을 다 채우지는 않고 먼저 인사한 후에 그곳에서 나왔다. 긴장이 서서히 풀려서 그런지 급격하게 피곤해지기 시작했을까 집에 가서 맥주나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에 설렌 채로 문을 열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움직이는데 뒤에서 웬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뒤를 돌아보니 패트와 매트처럼 귀엽게 생긴 통통한 프랑스 아저씨와 길쭉하고 장발인 아저씨가 있었고, 그들은 내가 궁금했는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네가 안에 있을 때 이미 봤는데, 너는 학생이야? 파리에서 뭐 해?"

나는 한국에서 왔고 세브린에게 소개했던 것처럼 나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흥미를 느꼈는지 자신들에 대해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통통한 아저씨는 파리 소르본대학교 근처의 아트 갤러리 디렉터이고 그 옆의 길쭉한 장발 아저씨는 파리 패션위크나 행사를 다니며 촬영하는 포토그래퍼였다. 그리고 통통한 디렉터 아저씨가 나에게 명함을 주며 내 갤러리에서 다양한 전시도 하고 있고, 외국인들을 초청해서 갤러리에서 라이브 연주도 한다며 뮤지컬을 했었다는 내 얘기에 노래를 잘 부르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잘한다고 내 입으로 얘기하기가 웃겨서 그냥 인스타에 올렸던 노래 영상을 보여줬는데 너무 좋아하면서 자신의 갤러리에 와달라고 초대해 주었다. 그리고 패트와 매트 아저씨들과 인스타를 교환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글에도 썼듯,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13시간 바다를 건너 이 프랑스 땅까지 와놓고는 아무것도 못하고 다 막힌 것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정신 차려보니 파리에서 아티스트들을 만나고 있다니. 물론 내가 움직였기 때문에 그만큼 나에게 기회가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아비뇽에서 계속 머무르며 하던걸 해왔다면 내 생각과 경험과 기회들은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거나 확장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함이 올라왔다. 사실 타국에서 언어도 잘 안되고 소개할 것도 없는 모습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정말 용기와 준비가 필요한데 내가 그만큼 간절함이 커졌기 때문에 이렇게 움직여지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감사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며칠이 지나 통통한 디렉터 아저씨가 초대해 준 갤러리로 향했다.

두 번째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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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니 시끌벅적한 갤러리 안에는 작품들이 걸려있었고, 작가들이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인터뷰하는 시간 동안 준비 되어있는 샴페인과 디저트를 먹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후에는 자유롭게 서로 이야기하며 누리는 시간이었다. 나를 발견한 디렉터 아저씨는 정신없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나에게 이곳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 라며 나를 부담스럽도록 밀어붙이셨다. 너무 반가웠지만 대충 분위기를 파악해 보니 나는 노래 불러주는 행사 축가자로 온 게 아닌데 쉽게 쉽게 나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아노 몇 곡만 쳐주고 나왔다. 사실 그 자리에 간 것은 감사하지만 내 목적 달성에는 많이 어긋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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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잃을 것도 뭣도 없던 나에게는 그 시간마저도 감사함이었다. 그리고 이걸 한번 잘 이어가 보자 다시 한번 다짐하고 한걸음 두 걸음 나아가고 있던 중에 내가 도전하기 위해 선택한 디자인 학교에서 면접 연락이 날아왔다.



그 순간 아무것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학교 입학만 떠올리면 정말 동아줄 잡는 심정이었기에.

당시 디자인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도 정보도 없던 상태라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학교 입학이었는데

다른 것이 손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남들은 해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따로 포트폴리오 수업도 듣고 몇 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준비과정을 가지며 준비하는데 나는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고 그분의 능력으로 간다는 알 수 없는 대범함으로 포트폴리오를 2주 만에 만들어서 제출했었기에 면접이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었다.


프랑스어도 겨우 하고, 2주 만에 포트폴리오를 만든 내가 어떻게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다음부터 그 이야기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추신: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앞으로도 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