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찬란한 유학생활이 펼쳐질 줄 알았다.

프랑스 이야기 2

by 홍유나

이어서 두 번째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간이라는 게 참 웃기다. 평생 갈 것 같았던 코로나도 끝나니 시간이 조금 흘렀다고 금세 잊어버리고는 바쁜 일상을 살아내는 나, 그리고 우리.


처음 바이러스가 터졌을 땐 온갖 뉴스와 기사로 퍼지고 전 세계적으로도 난리가 났었는데 이제는 ‘코로나’라는 이름과 함께 올라오는 글들이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온 것 같다. 하지만 분명 그 당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변환점을 맞이했고, 각자에게 큰 이슈가 되었던 건 맞다.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이들이 ‘아 언제 적 코로나 얘기야 ~’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 사건을 쓰지 않으면 내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꺼낼 수 없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다.


2019년 프랑스 답사의 일정을 끝내고 나는 정확히 2020년 1월 13일에 출국하는 비행기를 끊고 남은 시간을 가족들, 친구들과 보내며 한국의 시간을 정리했다. 사실 그전부터 서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버는 돈으로 어학원을 끊어서 강남에 있는 프랑스어 학원에서 공부를 아주 조금 했고,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출국했다. 가족들과 인사한 후, 비행기를 타러 가는 통로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그에 따라오는 부담감, 걱정, 압박 무엇보다 제일 컸던 건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물론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평생 한국에만 뿌리박고 살 것 같았던 내가 프랑스에서 지내게 된다니...! 하는. 그런데 그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모든 장벽을 외국인으로서 하나하나 뚫고 가야 된다는 생각이 나를 더 큰 두려움으로 만들었다.


평생을 음악만 해왔던 내가 특히 언어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 안 가지고 살았었는데 영어도 아닌 어렵기로 유명한 프랑스어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지만, 어떤 패기였는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프랑스에 가서 뮤지컬 배우로 성공해서 그 땅에 뿌리를 뽑고 한국을 알려야겠다! 하는 웃긴(?) 마음다짐을 하고 덤덤하게 비행기를 탔다.


그렇게 14시간을 하늘을 달리고 도착하니 낯선 프랑스의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현재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비뇽에 가기 위해 파리에 도착해서 마르세유로 넘어갔던 것 같다. 거기서 이미 소개받았었던 1년 정도 나의 유학생활 케어를 해주실 여자 선생님을 만나기로 하였다. 도착하니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정신없이 선생님을 만났고,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비뇽으로 내려갔다.


도착하고나서부터 해야 할 일들은 더 산더미였다. 은행 카드 열기, 휴대폰 통신사, CAF, 프랑스 건강보험, 어학원 등록 등 이리저리 해결하기 바빴고, 어학원도 다니랴 따로 과외까지 받으며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뭐 코로나? 오자마자? 왜 하필 지금?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열심히 보내던 중, 정말이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 코로나는 2019년 끝자락부터 슬슬 들리기 시작했는데 심각한지 모르다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유럽까지 덮쳐버려 모든 하늘 문을 닫고 국가 봉쇄 및 지역별 도시 봉쇄령을 내린다는 것이었다.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며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뉴스였다. 도시 봉쇄를 프랑스어로 꽁피느망 (Confinement)이라고 한다. 국가에서 3개월을 때려버렸다.


내 모든 계획이 멈춰버렸다. 내가 적응을 하고 나서도 아니고 도착하자마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당시 다니던 어학원도 온라인 수업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대면 시스템도 엉망진창으로 수업이 진행되었고 급기야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외출 시간은 한 시간만 주어졌으며 종이에 외출, 귀가 시간도 적어서 들고나가야 했다. 그리고 1km 이상 나가면 벌금이 300유로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다니던 헬스장도 문을 닫았고, 도시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아비뇽 좀비 마을에서 라푼젤처럼 3개월을 보내야 했다.


어떻게 버텼냐고?


다음 이야기에서 풀어보겠다. 그 3개월은 시작에 불과했지만 그 수많은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독자들이 글을 읽고 도전과 용기를 얻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