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던 나의 구석구석
40대가 돼서야 알 수가 있었다.
내가 그동안 잘 몰랐던, 중요한 관계.
어떤 것을 먹었을 때 내가 좋은지.
나의 어느 부위가 약하고 어느 부위가 강한지.
영원할 것 같던 나의 젊음과 튼튼한 몸은 예전 같지 않았고,
어느 한 곳이 다치고 회복을 하면,
다시 다른 곳이 다치고, 회복하면서
나의 가장 중요하고 가까운 부위를 40년이 지나서야 더 알아가기 시작했다.
많은 의사와 전문가들이
나의 가족력을 물어보고 그 부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였지만
젊을 때는 그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뇌졸중으로 한번 쓰러지시고, 이후 불편한 몸으로 생활하시다 돌아가셨다.
술을 좋아하시고 담배를 피우시던, 할아버지 당뇨와 고혈압을 가지고 계셨고,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운동을 별로 안 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도 60대 초반의 나이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젊을 때 할아버지와 비슷하게 술과 담배를 좋아하셨고,
어느 순간 체중도 많이 나가셨다.
하지만, 40대 중반 담배를 끊고, 50대 이후 계속해서 운동을 하시며
체중도 줄이고 나름 건강하게 지내셨다.
가족력으로 고혈압이 있었지만, 약을 40대부터 드셨고,
할아버지와 같이 당뇨는 없었다.
하지만 젊은 날의 업보였을까,
뒤늦게 발견된 췌장암을 극복하지 못하셨다.
췌장암 발견 당시, 이미 말기의 상태였고,
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하고, 항암 치료를 통하여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아버지의 남은 시간으로 보고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요청하였다.
아버지는 이후 고기를 완전히 끊은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병원에서 얘기한 6개월을 지나 2년을 버텼지만,
온몸에 퍼진 암이 머리를 지배하면서,
쓰러지시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나는 어떠한가.
나의 어린 시절, 활동적이고 먹는 것을 좋아하였다.
184cm 큰 키와 함께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대학교에 입학하며, 못하는 술을 많이 먹고,
2학년이 끝나고 군입대하며 확인한 체중은 100kg에 가까웠다.
군대에서 100일 휴가 나왔을 때 12kg 정도를 감량한
80kg 후반의 몸무게였으며,
전역 전까지 식사 조절과 꾸준한 운동으로
80대 중반의 체중으로 대학교에 복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학 후 체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체중은 늘어만 갔다.
소화 능력에 문제없었기에,
과식을 해도 몸은 부담이 없는 것만 같았고,
무절제한 생활과 식사로 95~100kg의 몸무게를 유지하게 되었다.
결혼을 앞두고는 수영을 하며 체중을 90kg 정도까지 줄였지만,
결혼 후 다시 체중은 늘어만 갔다.
하지만 위기감은 없었다.
따로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과체중이지만 몸은 괜찮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30대 중반부터 종종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고,
밥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되는 더부룩한 느낌,
자다가 통증으로 깨는 일이 종종 생겼다.
위 내시경을 해도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고,
결국 2년 정도 시간이 지나, 심한 고통으로 간 응급실,
담낭 (쓸개)에 담석이 많이 있어 소화액이 나오지 못하고
당장 제거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아마 젊은 시절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였을까,
나의 담낭은 젊은 날에 너무 혹사를 당했는지
더 이상 그 기능을 할 수가 없었다.
담낭을 제거 후 한동안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90대 초반의 체중을 유지하였다.
건강 검진을 할 때마다 가족력으로 혈압이 높으니 약을 먹자고 계속 병원에서 얘기하였으나
나는 말을 듣지 않았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30대 후반,
일적으로 나무 바쁘고 매일 같이 야근을 하고
스트레스로 과식을 하면서 다시 살은 찌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풍이 오게 되었고, 나는 결국 받아들여야 했다.
나의 몸은 예전 같지 않고, 혈압약과 통풍약을 먹어야 되겠구나....
코로나가 오고, 예전 보다 업무가 많이 줄었고,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래 식단을 시작하자. 그동안 많이 먹었잖아..'
아침은 달걀, 사과를 먹고 점심, 저녁은 한식을 먹었다.
그러다 점심도 식단을 하였다. 고구마, 닭가슴살 등으로 먹었다.
지겨워지면 음식을 조금씩 바꿨다.
- 양배추, 감자, 단호박, 파프리카, 토마토 등등.
저녁은 양껏 먹었지만, 퇴근하고 집에서 먹으면
그 시간이 너무 늦어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은 저녁 식단은 한식을 먹되, 7시 이전에 먹는 것으로
규칙을 정하고, 최대한 과식을 안 하고 먹으려고 하였다..
단것, 탄산음료의 양을 최대한 줄이고, 커피도 줄여갔다.
최대한 건강하게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면서 몸에 종종 생기던 아토피 같은 것도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식단을 시작한 시기 달리기를 시작하고
헬스장을 다니고, 테니스를 치고, 수영과 걷기를 섞어서 하였다.
처음 3개월, 열심히 운동하여 체중을 80kg 후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40살 전까지 안 하던 운동을 시작하자,
조금씩 온몸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어깨가 아프고, 팔꿈치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아플 때마다 젊을 시절 관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조금씩 운동 방법을 바꾸고 나의 몸과 대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무릎이 아프면서 다리 근육을 늘리기 위해 하체 운동을 하고
무릎 보호대를 하고, 운동 후 얼음찜질을 해줬다.
팔꿈치가 아프면 쉬고, 부담이 안 되는 움직임으로 바꾸고
병원에서 치료를 하며 선생님께 계속 물어보며
그렇게 내 몸을 알아갔다.
아픈 어깨를 보호하려 어때 근육을 키우고,
만성적으로 아픈 허리가 도와주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였다.
조금씩 아픈 부위가 줄어가기 시작했다.
어디가 약하고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하니까 아픈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였다.
물론 또다시 새로운 곳이 아프고
새로운 부상을 당하고 있지만,
그러면 다시 그 부위와 대화를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덜 아파지고 튼튼하게 되는지,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회복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렇게 40살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체중을 유지하였고
근육량을 늘려가며 몸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종종 생각한다.
30대 초반부터 꾸준히 먹는 것을 조절하고
체중 관리를 하며 운동을 해왔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지난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매일매일 내 몸과 대화를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