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2)

행복하려고 만든 관계이지만, 너무 어려운 관계

by 안녕제이

1.

얼마 전, 결혼한 지 25년은 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첫째가 이미 인턴을 하고 있는,

지인과 저녁 식사를 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난 결혼하면서 3번의 이혼 위기가 있었는데 다행히 모두 극복하였다.'

그리고 가장 심각했던 이혼 사유는

지인분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본인 조부모의 제사 진행에 대한

작은 아버지들의 무리한 요구에 대하여,

장손으로서 제사의 필수적인 부분만 유지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이혼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관련 이야기를 해주셨다.


부부가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각자의 가족들로 인해 서로가 힘들고 헤어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가족 간의 문화가 차이가 있고,

부부가 만든 새로운 가정의 공동 책임자가

본인의 원래 가족을 더 중요시한다면,

새로 만든 가정은 유지되기 힘들 수 있다.


2.

한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더 이상 예전 우리 부모님 시대와 같은 가정의 형태는 많지 않을 것 같아.

우리가 5명인데, 이 중에서 이혼하는 녀석도 생길 테고,

혼자 사는 녀석도 생길 테고....


나중에 우리 모두가 예전과 같은 일반적인 가정상을

다 유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40대 중반의 나이에

5명 중 3명은 가정을 가지고 있고,

2명은 아직 싱글인 어릴 때부터 친한 이 녀석들과는 별도로,

좀 더 인간관계를 넓게 보면

대학교 친구 중 이미 이혼한 녀석들이 있으며,

회사 내 이혼한 남, 녀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국 가족에 대한 형태도 변하고 있고,

사람들의 관점도 바뀌고 있다.


3.

지금은 그만두셨지만,

나이가 많으신 부장님이 한분 계셨다.

한국에는 사모님과 두 딸이 있었고,

본인은 30대 중반 이후 중국으로 발령을 받고

50대 이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혼자 외롭게 지내셨다.

가끔 방학을 맞이하여 가족이 휴가차 중국으로 놀러 왔는데

부장님이 아이들을 위해 좋은 호텔을 잡고 휴가 계획을 세웠지만,

아이들이 같이 있는 것을 불편해하고,

호텔에서만 폰만 붙잡고 있어서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씁쓸하게 하시곤 하였다.

이분은 나중에 일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셨는데,

얼마 안 가 이혼하시고, 중국으로 돌아와서 다른 일을 하시다,

중국 여성분을 만나서 재혼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그분과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사진을 올린 것을 봤는데,

표정이 너무 밝아서 내심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분이 젊은 시간 가족을 위해 그렇게 혼자 타지에서 고생하신 게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류가 되어 있지만,

10년 넘게 따로 살면서, 이미 이들은 남이 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어느 한쪽 만을 탓할 수는 없는,

가족을 위해 젊은 시절 내내 희생한 부장님도,

자식들을 키운다고 혼자 외롭게 한국에서 지냈을 사모님도,

두 분 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4.

장근석이 나왔던 영화, ' 즐거운 인생'을 보면

극 중의 드러머 역할의 인물은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는 콘셉트이다.

그는 중고차 회사를 운영하며, 열심히 미국에서 공부하는 자식들과 와이프에게 돈을 보내준다.

하지만 나중에 와이프가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현재 미국에서 다른 남자가 생긴 사실을 이야기하고,

이혼을 하며, 밴드의 드럼 역할에 집중을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지만,

결국 자식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자식의 교육이 중요한지,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잘 사는 것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이 필요하다.


5.

첫눈에 반할 통계적 확률이라는 넷플릭스 영화가 있다.

주인공 여자 배우의 아버지가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게 되며

그 아버지의 결혼식에 딸이 참석하면서 생기는 내용의 영화이다.

이때 딸이 아버지에게 이혼을 한 것에 대해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이게 이혼 후 처음으로 딸이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보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 왜 엄마와 저를 위해 싸우지 않았나요,

이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왜 노력하지 않았나요?


딸이 이렇게 묻자, 아버지는 크게 숨을 내쉬며 이야기한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관계를 회복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고, 잘 되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우리는 서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미안해. 너에게 상처 주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네가 상처받았다면.. 정말 미안하다.


' 그럼 새로 재혼하는 그분은 쉬워서 결혼하는 건가요?'


딸이 다시 묻자 아버지는 놀라서 이야기한다.

'전혀 그렇지 않아.

나는 너의 엄마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

그래서 나는 지금 결혼하는 그녀를 만나고

사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


아마 부모님의 이혼을, 어렸을 때의 딸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님을 원망했을 테고, 본인과 같이 살지 않고 떠난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마지막에 딸이 아버지에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아버지가 행복해 보여서 기뻐요'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가 끝나고,

이때 본인을 이해해 주는 딸의 말에,

본인의 재혼을 축하해 주는 딸의 말에

아버지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혼한 아버지와 딸의 대화.

처음 딸이 물어봤을 때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부모님의 이혼 과정을 보는 딸의 심정은 어땠을지,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상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진솔하게 얘기하는 부녀의 모습과,

아버지로서 딸에게 본인의 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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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과 같이 변할 수 없는 혈육의 관계가 아닌

순수하게 남남이고, 자란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서로의 가족들도 이해해야 하며,

자식들에 대한 희생도 필요하고,

각자 남자와 여자로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같이 살아가는 것,

그리고 이를 문제없이 유지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관계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주 예전처럼 선을 보고 결혼하고,

한번 결혼하면 일단은 참고 살던 부부의 시대를 지나,


70~8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상대적으로는 전보다 이혼율이 높긴 하지만

아직은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세대,


그리고 더 이상 결혼이 필수 조건이 아닌

결혼을 천천히 하던가, 동거를 하며 지내는,

딩크족이라는 이름의 자식을 가지지 않는 부부들,

이러한 현재의 젊은 세대가 있다.


단지 나의 기준과 생각으로 이야기한 부부의 모습의 변화이지만,

결론은 전과 다르게 부부의 모습은 점점 변하고 있다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와이프와 5년을 연애하며 많이 다투기도 하고,

헤어질뻔한 적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과 연애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단지 서로만 봐야 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집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고.

아이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면서도 둘이 시간을 보내는 환경이 너무나 달라진다.

육아로 인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와이프.

집과 주위 동네 사람들로 인해 그 경험하는 환경이 상대적으로 남편보다 좁아진다.


직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믾은 사람을 만나고,

본인의 일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가지만,

그 외에는 잘 모르는 남편.


우리는 조금씩 그렇게 서로의 경험치가 바뀌고,

서로의 중요 부분이 바뀌고,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 못 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다툼이 생긴다.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너무 다른 상황과 입장으로 인해

정답은 없겠지만, 결국 대화와 양보가 중요하지 않을까.


최근에 별것 아닌 걸로 와이프와 싸운 적이 있었다.

퇴근을 하기 직전 톡으로 싸우고 집에 가니,

와이프는 방에만 있고, 아이들만 나와서 인사를 한다.

퇴근 후 자기 전까지 둘의 대화는 없었고,

아침에 출근하는 내내 싸운 것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출근 후 다시 톡으로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계속 밀어붙였다.

나는 많이 화가 나있었고,

이러한 사소한 것으로 우리가 싸워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고

왜 이걸 이해 못 해주는지

이런 작은 걸로 싸워야 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부부로써 이 가정을 유지할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와이프가 먼저 '미안해'라고 회신이 왔다.

평소 미안하단 말을 잘 안 하는 사람이

미안해라고 말을 하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내가 너무 밀어붙였나, 이게 이 사람을 이렇게 약하게 했나,

차라리 화를 내고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지,

미안하다고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침울해지고 슬퍼졌다.


그래서 나도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내가 화낸 게 미안하고,

그냥 웃으면서 부인한테 가볍게 웃으며 얘기하지 못해 미안하다.

좀 더 대화를 하고, 재밌게 풀어 가지 않고

심각하게 얘기한 내가 부족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퇴근 후 집에 가자

와이프의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와서 사소한 것을 더 얘기해 주고, 저녁을 챙겨주고,

나름 신경 써주는 모습에

내가 더 미안해졌다.


서로 대화하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게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인데

이게 쉽지 않다.

알면서도 잘 안된다.

그래도 본인이 만든 가족이 소중하고

이를 유지하고 잘 지키고 싶다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쉽지 않지만,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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