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장인어른
처가댁이란 게 참 묘한 존재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면서 새로운 가족이 된다는 것.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같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맞춰가고 적응하면서
새로운 가족으로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가지만,
가끔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처가댁은 나에게 또 다른 가족이면서도, 때로는 참 먼 존재처럼 느껴진다.
나는 내가 만든 가정에 책임감을 가지고,
이 가정을 보호하고 지키려고 하고
와이프 또한 우리가 함께 만든 가정에 집중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가끔 와이프가 나를 제외한 채 그녀와 아이들,
그리고 처가댁만을 진정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생기고,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물론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원래 가족보다 내가 더 소중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일 수도 있으니까.
만약 내가 반대 입장이 되어서 부모님과 현재 나의 가족에 대해서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 나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할 거다.
하지만, 부모님은 부모님만의 인생이 있고,
나와 와이프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인생이 있다.
좀 더 우리가 만든 가족에 집중해 주길 원하는 건,
나만의 욕심일까...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가끔 너무 섭섭할 때는 나의 가정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기도 한다.
이게 맞는 가족일까? 내가 이 가족을 유지해야 할까?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족에 대한 중요함이
와이프에게는 그냥 가볍게 느껴질 때,
이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런 면에서 난 장인어른을 참 존경한다.
5년간의 연애 기간 중에 처음 뵌 건 연애를 시작하고 1년 반쯤 지났을 때였는데,
내가 와이프에게 보낸 선물들을 보시고 궁금해하시다가 알게 되셨다더라.
결혼 승낙을 받으러 고향집에 찾아갔을 때는,
아직 싱글인 와이프의 언니들이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하셨다.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러 결혼을 하게 됐고,
결혼식 하고 얼마 안 돼서 해외로 나간다고 했을 때도, 의외로 크게 반대하지 않으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30년 넘게 귀하게 키운 딸을..
잘 모르는 사위한테 보내는 것도 마음이 쓰이실 텐데,
그 사위가 딸을 멀리 데려간다고 하니 얼마나 걱정되셨을까.
그래서인지 우리가 갔던 첫 나라에 계신 아버님의 친구분께
우리를 잘 살펴봐 달라고 부탁하셨나 보다.
그 친구분은 좋은 분이셨다.
가끔 주말에 찾아와서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이곳저곳 구경도 시켜주셨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데, 처음 오셔서 점심을 사주시고,
우리가 사는 동네를 둘러보시고는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한 번은 새로 생긴 대형몰에 데려가서는
"난 여기서 책 볼 테니 둘이서 천천히 구경하고 와"
라며 배려해 주시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나중에는 본인 댁으로 우리를 초대하셔서
앞마당에서 직접 고기도 구워주시고,
취미로 하시는 악기 연주도 들려주셨다.
집에 있던 인터넷 전화기를 주시면서
"부모님께 자주 연락드려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그토록 정정하시던 분이 치매에 걸리시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다시 찾아뵙지 못한 게 너무나 죄송스러웠다.
동시에 그때의 따뜻했던 기억들이 생각나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와이프는 장모님과 비슷하여 철없는 소리를 할 때가 있다.
가족들은 그냥 웃어넘기지만,
듣는 당사자인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면 장인어른도 나와 똑같은 심정이 아닐까 싶다.
열심히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시고,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아직도 일을 하시고 계시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는 일을 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이로 인해 열심히 돈을 벌려는 부담감.
자식을 키우는 가정 주부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딸을 키우는 아빠가 되어보니,
먼 훗날 우리 딸이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아빠, 이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때
내 마음은 어떨지 궁금하고, 벌써부터 복잡한 감정이 든다.
심하게 혼내지 않고, 귀하게만 키워서,
철없어 보이기만 한 딸이,
착한 남자를 만나서 문제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영화에서는 쿨한 아버지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담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모든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아들과는 다른, 딸을 시집보낼 때 무언가 심란한 마음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장인어른처럼 말씀은 많지 않으시더라도 늘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리고 먼 훗날, 내가 누군가의 장인이 된다면...
지금의 장인어른처럼 사위한테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