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당신
부부
어찌 보면 남이다.
바뀔 수 없는 건 아이들의 엄마라는 타이틀.
지금은 부인이지만, 상황에 따라 남이 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람.
너무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
서로 좋아서 한 결혼인데, 왜 시간이 지나면 바뀔까.
서로 노력을 안 해서일까.
서로 안 좋은 모습을 다 보여줘서, 더 이상 신비감이 사라져서일까.
그러한 감정이 식어도 참고 살아야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또 다른 행복을 위해 이혼을 하는 것이 맞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관계 중 가장 힘든 관계 중 하나일 듯하다.
지금 딸을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모든 것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도 많은 것을 해주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
지금 엄마를 만나면 엄마가 나를 위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를 알게 되어
하나라도 더 잘해드리고 싶고,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
내게 와이프의 존재는 일단 너무 든든하다.
내가 맘 편히 바깥일을 할 수 있게 지지해 주는 사람.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나처럼 생각해 주고 케어해 줄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슬프게도, 그녀와 나 사이에는 무언가 연결점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두근거림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어려운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만난 지 20년이 넘었는데, 부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스킨십이 없어진 지는 오래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부모들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혼 전에는 나나 와이프나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서로의 색깔에 이끌려서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었는데,
출산과 함께 우리는 서로의 색깔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싶다.
난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이들 아빠로서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고,
이것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고 이래서 집에 오면 쉬고 싶다.
와이프도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지고,
남편을 서포트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실제 본인의 모습이 안쪽으로 숨겨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남녀 관계에 바람이 왜 날까.
차라리 육체적인 바람은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기본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니, 그 목적이 너무 뚜렷하다.
하지만 정말 서로에게 빠져들어서 하게 되는 바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무색무취의 남편과 아내는 집에서 원래 그들이 가지고 있던 서로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면서, 마치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기계 부품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 생기는 본인을 찾을 수 있는 활동,
남자라면 사회생활을 하며 본인의 매력이 나올 수 있는 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마치 예전에 와이프와 연애할 때는 본인의 모든 모습이 아닌, 사회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듯이.
와이프도 아이들이 없는 시간 취미 활동을 하면서,
집과 가족의 엄마라는 역할을 벗어나 본인의 매력이 나오게 되고,
그런 매력을 다른 사람이 보고 그녀를 다시 좋아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건 가족이라는 것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일까?
자식이 없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너무 어려운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