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글, 솔직한 글
어떤 날.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로 시작하는 요조의 삶을 떠올린다. 잎새 이는 바람에 괴로워하던 젊은 시인을 떠올린다. 어떤 날은, 속 빈 강정같고, 빈 수레같은 나를 마주한다. 나는 그토록이나 진정성 있는 삶을 소망하는데 다른 한편 유약한 모순 덩어리인 스스로를 발견한다. 부끄러움을 바라보는 것은 괴롭다. 괴롭고 고통스러워서 외면하고 싶다. 껍데기는 너무도 안전하여 비겁한 나는 그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다.
인간의 자격은 무엇인가. 요란한 수레 안의 보잘것 없는 나는 과연, 실격이 아닌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부끄러움의 부스러기들과 알몸으로 맞닥뜨려야만, 진정 내가 나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데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기를.
먼 훗날 청명한 바람 앞에,
건강한 내 영혼을 마주하고 후회없이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