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피운 남편을 살려야 합니다.

by 고스라히



“우리 정신과 개업이래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 분은 처음입니다.”


남편의 검사를 진행한 의사가 만삭인 나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당장 내일 길을 지나가다 쓰러지면 못 일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


의사는 남편이 심각한 번아웃이 왔다 했다. 번아웃의 끝은 대부분 자살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자살.


남편의 아버지. 얼굴도 보지 못한 시아버지는 남편이 19살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익숙한 그 단어가 들리자 죽도록 미운 그 사람이지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는, 그 일에서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들의 아빠잖아.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둘째 딸아이가 아빠 얼굴은 봐야 하잖아.


내 모든 미움들은 일단 뒤로 한채,


나는 바람피운 남편을 살려야 했다.




돌아보니 번아웃의 조짐은 보였었던 거 같다.


혼술을 좋아하고, 점점 음주량은 늘어났고,


일을 핑계로 작업실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불면증이 심했다.


낮과 밤이 바뀌어있는 사람이었고,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그러니. 폐인이 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