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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문 Oct 29. 2021

전원생활의 패러다임 쉬프트

건축으로 보는 전원주택과 발상의 전환 (Paradigm Shift)

20년 이상을 공동주택 아파트에서 현재 살고 있습니다. 10층만 해도 높다고 생각했던 생활공간이 28층으로 이사를 한 뒤로는 더 높이 오르고자 하는 기대치가 생겼습니다. 고도제한만 없다면 40층, 50층에서도 살아보고 싶습니다. 편의성만을 생각한다면 사계절 불편함이 없는 지하주차장이 있고 야간에는 경비실에서 순찰을 돌아주며 주거공간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소에서 웬만한 일은 해결해 주는 아파트가 편리합니다.


반면에 단점을 따지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대단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위, 아래, 옆집 이웃끼리도 잘 알지 못하고, 층간소음으로 인터폰 울리기를 반복합니다. 이사 올 때 이쁘기만 한 윗집 강아지가 층간소음에 시달리면 '공동주택에서 반려견이 웬 말이냐'라고 따지게 됩니다. 아끼는 자전거 바퀴조차 흙먼지를 털어낼 세차 공간이 없고 가끔 지인들을 불러 파티라도 열려면 아랫집에 양해를 구하고 눈치를 봐야 합니다. 그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도 공동주택의 편의성만 놓고 봤을 때는 참아집니다. 그래서 아직도 아파트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아파트에 머물 예정이지만 이러다가 스트레스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됐습니다.


최근 공동주택 아파트는 주거공간을 재설계하고 친환경적이며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새로운 주거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전원생활의 꿈을 버릴 수 없는 것은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땅에 정착하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공동주택이 좋아진들 전원주택과 견줄 수 없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픈 인간의 욕구와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치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80년대 공동주택 아파트 주거공간 외부와 내부 욕실 사진 : 제공 네이버 블로그 (오렌지자원)


출생한 주소지를 찾아 구글 지도를 검색해보니 태어난 서울 주택가 골목길은 웅장한 대단지 아파트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택지개발 구획으로 정돈된 도로와 화려해 보이는 아파트 단지들은 그 옛날 추억 한 켠으로 골목길과 함께 잊혀졌습니다. 80년대는 아파트 개발의 도약기로, 90년대까지 주거문화를 단숨에 바꿔버렸습니다. 친근한 이웃 간의 정을 나누던 골목길 대신 편안하고 편리한, 독립적인 생활을 제공하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변모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사람들은 점점 회색 콘크리트 벽체에 싫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흔들리기 시작한 주거생활의 변화는 인식 변화와 더불어 삶의 새로운 주거형태를 찾는 사람들의 요구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신도시를 형성할 때마다 단독주택 부지는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졌습니다. 저마다 제 집 앞마당에 텃밭을 꿈꾸고 층간 소음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과 로망이 2021년을 살고 있는 요즘 주거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로 다가온 것입니다.




전원주택 design by 건축사 사무 소회인


최근 MBC 다큐 플렉스에서는 창사 60주년 특집으로 <전원일기>를 재 조명했습니다. 앞다투어 여러 케이블 채널에서 전원일기를 재 방영했으며 무려 23년간 방영했던 농촌 드라마에 대중들은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종영됐던 이 드라마를 왜 다시 소환했는지 생각해 보면 생활공간의 변화를 꿈꾸는 대중들의 갈증을 반영하고 그 요구를 읽었는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드라마가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들에게서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힙하게(새롭게), 뉴트로적 매력으로 다가오면서 '빈티지적 매력'으로까지 해석된 것입니다. 단순히 시골이라서 라기보다는 농촌생활에 대한 유니크적인 유대감과 요즘처럼 핵가족화된 시대에 가족들이 주는 따뜻한 가족애가 더 공감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현대적이고 도시화될수록 농촌과 전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다고 생각됩니다.



전원주택 design by 건축사사무소회인



아무리 편리한 주거공간을 선호한다고 해도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삶의 방식 또한 변하고 있어서 끊임없이 생각을 전환하고 다양한 삶의 변화와 그들의 생활상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전원주택이 꼭 시골처럼 지방 산골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도시를 계획하면서 기존 산림과 임야를 최대한 보존시켜 자연 친화적인 삶의 터전을 기획하면 됩니다. 물론 전원생활의 의미가 '도시를 떠나 자연과 더불어 한가롭게 지내는 생활공간'을 의미하긴 합니다. 전원주택의 범위를 주말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별장 혹은 세컨드 하우스 개념이라면 휴가나 힐링공간으로 활용을 해도 좋습니다.


전원주택 design by 건축사 사무소 회인


복잡한 도심 안에서 벗어나 귀농, 귀촌하는 인구가 점점 급증한다고 합니다.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고 어느 정도 사회에서 정년을 맞이할 노년이 다가오면 점점 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욕망이 커집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해방되어 은퇴를 맞는 때가 오면 누구나 이런 로망을 꿈꿉니다. 건강과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고 웰빙과 맞물려 정신적 여유와 심리적인 안정을 기대하고 싶어 합니다.



전원주택 design by 건축사사무소회인


전원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회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투자개념으로 인식되어있던 아파트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위한 환경을 찾고 만족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베이비붐 세대들과 귀농세대들의 인구이동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꼭 농사를 짓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삶의 질이 높은 환경을 추구하고 소음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건축 외관 디자인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각종 열관류에 대비한 단열재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로이유리' '복층유리'로 창문 단열에도 관심이 높아진 편입니다. 창의 크기를 줄이고 단열벽의 두께를 넓히고 설계를 하는 패시브 하우스가 대표적입니다.



전원주택 design by 건축사사무소회인



사는 공간을 선택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해 전원주택을 선택하고 단지 편리하다는 조건만을 보고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택에 대한 구매 능력과 적절한 시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원한다고 해서 욕망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환경이라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도 살기 힘든 환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화면서 인구와 사회, 경제적 여건, 주택시장의 변화를 볼 때 주거문화의 패러다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충분히 예견하고 발맞추어 건축인들이 방향을 전환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mbc 드라마 <전원일기> 한 장면



건축사사무소 회인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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