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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문 Nov 15. 2021

일상 & 환상

Routine & Fantasy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 & 현실성이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밤늦게까지 회사일을 하다 보면 정신이 몽롱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머릿속은 저녁에 먹은 만두가 생각이 나고 귀는 혼자 리플레이되고 있는 음악을 들으며 손은 무의식 중에 CAD키보드 자판을 치기 바쁘다. 몸은 하나인데 각 기관들은 따로국밥이다. 잠깐 눈을 쉬고 싶어 의자를 젖혔는데 깜박 잠이 들었다. 정신을 잃은 듯 깊은 굴속에 끌려들어 가는 느낌과 간혹 경기가 오듯 화들짝 놀라 깨어나기도 한다. 그 와중에 꿈인 듯 생시인 듯 무슨 환상 같은 것이 보였다. 긴 터널 속을 지나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넓은 들판 한가운데에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걸어가는 나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잠깐 선 잠 치고는 꽤 달콤했다. 허공을 향하여 기지개를 켜듯 두 팔을 쭉 뻗고 나서 다시 기도하듯 고개를 숙인 체 손을 가슴에 모아 본다. 나른해지는 기분과 권태감이 온몸의 기운을 쭈욱 빼버리는 느낌이다.


수주를 받아 관할 관청에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 각 과의 실무 협의자들과 날 선 공방이 오고 간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어떤 말들은 지나가지 않고 가슴에 그대로 남아있다. "고정관념을 버려라" 이 부분은 그냥 흐르지 않고 찌꺼기처럼 남겨져서 가슴을 후벼 판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앙금처럼 자꾸만 되새기게 한다. 일상이 되어버린 '갑 을' 같은 위치가 나를 더욱더 가중된 스트레스로 억누른다. 차라리 이런 일들이 전부 환상이었다면 어땠을까?


가끔 TV 공익광고를 보면 굶주림에 배가 공만큼 부풀어 팔다리가 실처럼 가늘어진 아프리카 어린아이의 초점 없는 시선을 본다. 저녁시간. 동글이 녀석이 계란말이에 욕심을 내고 혼자 차지하다가 결국 배가 불러서 남기면 "아프리카를 생각해봐~"라고 잔소리를 하게 된다. 소용없는 일이다. 선반 창고와 냉장고에 먹을거리가 가득 담겨 있는 우리 집에 아프리카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결국 동글이가 먹다 남긴 계란말이를 하이에나처럼 남기지 않고 깨끗이 잘 먹어주는 모습을 보이려다 그만 소화불량에 걸리고 만다. 이런 상황은 자주 일어나면 안 되는 일상이다.


나는 환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환상을 꿈꾸어 봤자 현실로 되돌아올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침마다 나는 늘 하는 일상이 정해져 있다. 밤새 나의 깊은 수면에 열일을 한 양압기 세척하기부터 시작이다. 일을 다 못 끝내면 싸들고 집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밤늦게까지 회사일을 할 때가 많다. 아침잠이 없는 동글이 가 일찍 일어나서 탭을 켜는 소리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로운의 주방 소리에 잠이 깬다.


골프방송을 보다 보면 골프선수들의 루틴을 관찰하게 된다. KLPGA 장하나 선수는 특유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 그린 위에서 공을 마크할 때 주머니에서 마크를 꺼내 손에 쥐고 입에 가져다 후~욱 하고 분다. 마크에 이물감이 없어도 습관처럼 행동을 한다. 흡사 야구선수가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둘기전 손에 텟텟 침을 튀겨 바르는 행동과 흡사하다. KLPGA 이정은 6 선수는 샷을 하기 전 꼭 오른쪽으로 빈스윙을 거친다. 매번 루틴이 같아서 티샷이나 그린에 올라서면 행동이 예측이 되지만 매번 진짜 스윙이 아닌 줄 알면서도 속는다. 분하다.






건축사 뉴스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요즘 , 수원에서 건축사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1부 순서로 [기사, 이렇게 써야 통한다] 양재찬 가천대 겸임교수(더스쿠프 편집인, 언론학 박사, 前 중앙일보 경제부장. 산업부장, 前 아시아경제 논설실장/한국외국어대학교) 님께서 강연을 해주셨다.


건축사 뉴스 기자 간담회 1부 강연 ( 사진제공: 건축사 뉴스 이일 편집기자님 )


많이 읽어라.
많이 써라.
좋아하는 기자의 글이나 작가의 작품을 자주 보라.
쉬운 일상 주제부터 기사화를 시도하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언어의 마술사가 되겠다는 의지로 언어 공부를 해라.
평소 메모하고 생각을 키워라.
-양재찬 교수님 강의 중 내용-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도 내 일상의 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멋진 수필 작가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자 환상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열망하고 소원할 때 반드시 결과는 보람으로 다가올 것이다.





건축설계를 의뢰받으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예쁘게 지어주세요"이다. 과연 예쁜 집은 어떤 집일까? 남성들은 멋진 집을, 여성들은 예쁜 집을 선호한다. 그 말이 그 말인가? 사실 나도 헷갈린다. 우선 집을 설계하기 전에 의뢰 한 건축주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방식과 많이 다른데 그 사람의 인생도 모르면서 어떻게 예쁘고 멋진 집을 설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남의 집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인간의 삶에 대한 선입견을 우선 벗어버리고 그 사람의 일상을 더해 환상까지 구색에 맞추어 설계를 해야 비로소 잘했다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집을 짓는 일은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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