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에 가득
여행지에서 입을 옷들을 담아
거긴 따뜻할거니까
살랑거리는 열대의 바람에 나풀거리게
크림도 모자도 선글라스도
발편한 운동화 신고
구름 속을 날아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직선의 긴 날개 아래
브로콜리같은 섬들
ㆍ
ㆍ
ㆍ
즐거웠어
밥부터 해야겠다
밀린 집안일도
뭐먹지?
저기 활주로 보이네
ㆍ
ㆍ
근데
다 왔는데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어
떠나지도
남지도 못하는
무한의 공간 속에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날 반겨 주는 얼굴들이
웃는 눈썹 끝에 모인
햇살의 눈부신 스펙트럼을
마주하고 싶었어
기억해줘
나의 존재를
나라는 하나의 우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