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뮤지컬은 아직 일러

위대한 쇼맨이 되고 싶은 엄마에겐

by 아스트랄

"ᆢ그러니까, 엄마는 뮤지컬을 하고 싶은 거야? "


시민 연극단에 함께 하게 된 배우들과 작은 도서관에서의 첫 모임을 가진 후 돌아오는 길, 아홉 시의 재래시장은 상인들이 막 생선이며 과일 매대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바닥은 청소를 위해 뿌려진 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까만 바닥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상점들의 어슴푸레한 노란색 불빛이 군데군데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게 마치 무대 조명 같다고 느껴졌다.


컴컴한 시장을 걷다가, 내가 문득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을 때, 돌아온 엄마의 대답은 정말 의외였다.


"응! 난 말이지ᆢ 박은태이해준, 신성록 같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응? 엄마? 지금 박은태나 이해준, 신성록을 '좋아 '한다고 말한 거지?"


"응! 물론 좋아하고 말고! 그리고 난 걔들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 역할을 하고 싶어!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바넘'역이나 뮤지컬 '엘리자벳'의 '죽음'역처럼 말이야! 게다가 '스윙데이즈'의 '미스터 갬블러'를 연기하는 신성록은 너무 멋지지 않니?"


아아. 뮤덕(뮤지컬 덕후)인 내가 엄마랑 보러 갔던 수많은 뮤지컬들이 순간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엄마는 표현은 많이 안 했지만 정말 감명을 많이 받으셨구나ᆢ 지크슈(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까지 같이 보여 드렸으면 아마 '지저스(예수)'나 '유다'역도 하고 싶으셨을 것 같다.


"근데ᆢ 여기서는 일단 연극을 하는 거고, 뮤지컬은 아니지 않아? 그리고 뮤지컬은 일단 노래를 엄청 잘해야 되고ᆢ"


엄마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하긴 그러네. 아무래도 안 되겠지? 그래도 뮤지컬 음악들은 다 너무 좋은 것 같아. '모짜르트'에서도 '어떻게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 되나~', '엘리자벳'에서도, '이제부터 난 맘대로 춤을 출거야~' 이런 노래들, 무대에서 정말 불러 보고 싶다ᆢ"


유명한 뮤지컬 넘버들의 한 대목씩을 불러보며, 꿈꾸는 듯 말하는 엄마의 얼굴이 오랜만에 무척 행복해 보였다.


사실 우리 엄마는 노래를 아주 잘한다. 아니, 잘했'었'다. 지금 내가 엄마의 노래 실력에 확신이 없는 이유는 나의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 엄마가 노래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일명 '처녀 시절"엔 직장인 밴드에 보컬로도 잠깐 활약했다고도 했고, 내가 아주 어릴 적에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놀러 가거나 하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팝송을 따라 부르거나,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 손을 잡고 (잘 올라가지는 않지만)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도 따라 부르시곤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엄마는 왠지, 언젠가부터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나는 갑자기 엄마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엄마, 우리 이따가 코인 노래방이라도 갔다 올까?"


토, 일 연재
이전 01화1. 연극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