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엄마는 짤렸다. 그것도 단칼에.

괜찮아요. 엄마. 그들이 나쁜 거야.

by 아스트랄

엄마는 잘렸다. 연극팀에서.

갑자기? 무슨 일이냐고. 어이가 없어하며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권고사직' 당하면 이런 기분일것 같아. 나 권고사직 당했어."


"그러니까 그게 뭔말이냐고."


씁쓸하게 웃으며 엄마가 말하셨다.


"그게, 인후두염 3기라고. 나도 너무 걱정이 돼서 어제 단체 톡방에 '연극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ᆢㅠㆍㅠ' 하고 올렸는데. 다들 말이 아예 없더니. 급기야 한참 뒤에 팀장이 전화해서는 바로, 내가 못할 것 같으면 대체할 사람 구할테니 결정을 해 달라는거야. 그래서 생각해 본다고 했지..

난 그냥 '괜찮으세요ᆢ?조금 쉬엄쉬엄 하시면서 목 관리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뭐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건데ᆢ. 걱정은 돼지만 너도 알다시피 난 이 연극 끝까지 하고 싶었고ᆢ"


"아니, 엄마, 우리 모두 다 친하고 사이 엄청 좋았잖아? 근데 갑자기?좀 어이가 없네"


".. 근데 내가 거기다 눈치도 없이. 그래도 열심히 해 보겠다고 오늘 아침에 톡을 보냈더니, 뭐라는 줄 알아?내가 그동안 몇번 지각했고, 지난번에 소품으로 가져간 술을 마셨으며, 가발 안 쓴다고 했더니 연출 말을 안 듣는다며ᆢ있을 수 없는 일이라나 뭐라나ᆢ앞으로 그런 일들을 절대 하지 않을거라고 약속하고 하래ᆢ뭐 몇 가지 내가 잘못한 걸 줄줄이 나열하는데 참나원 기가 막혀서ᆢ"


"그래서?"


"더 이상은 아닌것 같아서 일단 일일이 변명해주고, 극단에서 나간다고 했지. 그리고 어떻게 그동안 일언반구 한마디 말도 없다가 내가 인후두염 걸렸다고 하니까 때는 이때다 하고 자를 수가 있니?그렇게 불만이 많았으면 진작 좀 말해주지 그랬냐고 했더니ᆢ 세상에ᆢ"


"했더니?"


"처음 단원 모집할 때 냈던 5만원을 빛의 속도로 바로 환불해주는거 알아?그리고 더 황당한 건 말야ᆢ"


"응? 더 황당한 게 있어?"


"단톡방에서 나를 바로 빼버리더라? 난 그래도 공연 잘 하시라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그 기회마저 박탈해버린거지. 뭐 나도 잘못한 건 있으니까 그건 인정한다고 해도. 이건 진짜 인권 말살 아니니?"


맞다. 그러고 보니 나도 같이 짤려서 난 무슨 일인가 했고.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연극 연습 때랑 단원들 모두 공연 보러 갔을 때 유화이 역 팀장과 조숙자역 배우가 좀 쎄하긴 했다. 조숙자 연기는 엄청 칭찬하고, 엄마는 엄청 혹평하면서 계속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고ᆢ


"그래, 뭐 처음부터 남자 역을 한 게 잘못이었지. 초보 아줌마가 말이야ᆢ 연극은 뭐니뭐니해도 관중들에게 보여지는 거니까ᆢ"


말끝을 흐리는 엄마. 엄청 상처받으신 듯 보였다.


"괜찮아 엄마! 목도 아픈데 좀 쉬고, 다음에 더 좋은 기회에 뮤지컬 연기 한번 해 봐!엄마는 항상 긍정적이잖아! 그리고 나도, 안 그래도 휴학 하고 반수 하려고 했는데 괜히 공부할 시간 뺏기지 않아서 좋네!"


나의 너스레에 엄마는 억지로 웃어 보이기는 했지만, 입가엔 여전히 씁쓸한 기운이 떠돌았다.


기운 내요 엄마! 어쨌든 엄마는 실패해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여전히 멋지고 빛나는 사람이야!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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