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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아 일어나라”
“엄마, 그냥 차려놓고 나가세요.”
아침부터 카랑카랑한 내 목소리에, 아들의 귀찮은 대답이 들려온다.
카페를 오픈하고 나는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방학 맞은 아이들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오전 11시가 넘으면 이른 점심식사로 삼겹살을 굽거나 스파게티 등 즉석요리를 한다. 그리고 학원 스케줄이 들쑥날쑥한 아이들 저녁식사로 바로 데워먹을 수 있는 찌개나 카레를 준비해 놓고, 12시까지 부랴부랴 카페로 출근한다. 요즘 나는 그야말로 1인 다 역을 하고 있다.
나는 주부이고 사장이라서 시장을 봐야 한다. 장은 집과 가게를 구분해서 주 2회 이상 보며, 카페시간이 오후 12시부터 22시까지이다 보니 오전에 주로 본다. 우선 월요일은 카페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고, 화요일은 시금치, 콩나물 등 집안의 장을 본다. 그렇게 장을 보고 나면, 카페에서 재료를 씻고 다듬어 과일 청을 담거나, 퇴근 후 집에서 무치거나 볶아서 반찬을 만든다. 고로 나는 카페에서 퇴근하여 집으로 출근한다.
카페를 오픈하고 집안 풍경도 달라졌다. 내가 없는 시간을 남편이 대체하기로 했지만, 일관성이 없다. 일정이 없는 날은 설거지라도 해 놓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집안이 엉망진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밥을 먹던 아들이 투덜거린다.
“아빠, 숟가락이 왜 이렇게 미끌 거려요.”
“야. 안 죽어. 그냥 먹어”
남편이 눈치를 보며 재빠르게 대답한다.
“밥그릇에도 고춧가루 묻었어요.”
아들이 계속 토를 단다.
“야.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하면 그래. 불만 있으면 니가 설거지하든가.”
내가 설거지하던 과거에 남편이 자주 했던 말을 아들이 한다. 그때 그 잔소리하던 사람이 남편 자신인걸 알고 있는지. 너덜 웃음이 난다.
내가 없는 우리 가족은 각자도생이다. 밥은 각자 스케줄에 따라 챙겨 먹고, 방청소는 일요일 각자 하고, 가끔은 자기가 먹은 그릇까지 설거지한다. 처음, 집안일에 동참하라는 남편의 강요에 아이들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지금은 조금씩 받아들이는 듯 조용하다. 가족은 나 없는 공간에서 완성되지 못한 퍼즐처럼 ‘삐거덕’ 거리며 서로 맞춰가고 있다.
아이들의 주 양육자는 엄마인 나다. 그래서 아이들 학교생활부터 일상의 정서까지 신경 써야 한다. 한창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들과 사소한 갈등을 일으키지만, 가끔 친구와 카페를 들리는 아들을 보면 우리 모자는 아직 소통 중인 것 같아 안심된다. 또 다른 사춘기를 보내는 딸은, 미래 꿈이 드라마 작가이며 우리는 드라마를 즐겨본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속 이야기를 나누며 딸의 생각을 엿보고 소통하는 시간이 즐겁다.
카페 오픈 전, 사장님이 되면 집안일은 덜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기존 집안일에 카페 일이 더해져 일은 배로 늘었다. 이렇듯 바쁜 일정에 몸은 힘들지만,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정서와 학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나는 엄마다. 가끔 끙끙거리며 일상의 힘듦을 토로하지만, 어느 순간에 해내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신은 그 사람의 그릇만큼 역할을 주셨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듯 개학을 하고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방학 때처럼 삼시 세 끼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만, 학교와 학원 그리고 새 친구들 이야기를 엿봐야 한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살고 있는 나는 ‘슈퍼우먼’이다. 고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슈퍼우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