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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정필 Feb 23. 202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나는 가끔 멍하니 어릴 적 먼 과거에서 가까운 어제의 과거까지 내 삶들을 살짝 끄집어내어 되씹는 즐거움을 누린다.  내 어릴 적 시골 기와집, 툇마루, 정겨운 돌길들, 그리고 우리 동네를 알려주는 들판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들~,  그리고 첫아이 출산과 힘겨운 모유수유의 과정, 둘째가 태어나고 고열로 인한 뇌수막염 검사와 유치원 가던 첫날 등 아이들을 키우며 처음 맞이하는 세상에 당황하고, 애태우며, 즐거웠던 그런 날들을 되새긴다.    


며칠 전, 저녁 식사 준비하는데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나는 일기 쓰기가 귀찮은데, 엄마는 어릴 때 일기를 썼어”라고 하기에 “글쎄, 쓴 것 같기도 하고 안 쓴 것 같기도 하네. 잘 모르겠다.” 말끝을 흐린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나는 슬그머니 창고로 향한다. 창고 귀퉁이에 나의 골판지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사 온 후로, 한번 도 열어보지 않아서인지,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고,  군데군데 찢기 흔적과 얼룩도 보였다.  몇 번의 이사로 인해 생긴 상처들이다.  상자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박스를 열어보니, 대. 여섯 권 정도의 크고 작은 노트가 보인다.  그중에서 플라스틱 꼬불이로 되어 있는 흰색 노트를 펼쳐본다. 결혼을 하던 해 시댁과의 갈등과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는 과정의 힘겨운 나날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겨보지만, 비슷한 아픔과 자책감들만 나열되어 지루하고 공감이 가지 않았다. 한마디로 ‘글의 생명’이 없었다. 안타까웠다. 일기에 그때의 감정을 불어넣었더라면, 내가 그 상자를 더 자주 열어 보았을 텐데~~   


나의 추억 여행은 아마도 중학교 때쯤 시작된 것 같다. 그날~, 수업 도중 책상 아래로 들어온 따뜻한 햇살이 꽁꽁 얼은 내 발을 녹이고, 내 몸을 감쌀 때, 나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내 어릴 적 친구들과 햇살이 비치는 담벼락 아래서 쑥을 캐던 그 시절로 돌아갔다.  지푸라기를 헤집고 어린 쑥을 찾아내어 한송이 한 송이씩 뜯어 바구니에 담고, 누구의 바구니가 더 풍성해지는지 서로를 곁눈질하던 그 시절이 그려졌다. 돌담 밑 햇살은 항상 봄과 함께 내 곁을 찾아왔다.     

우리 동네는 내 기억 속에서 두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소실 적 내 고향은 구불구불한 논들 사이로 감나무와 미루나무가 군데군데 그늘을 만들었고, 기와집과 초가집이 어우러진 동네였었다. 동네 어귀 냇가에는 시멘트 사이로 크고 매끈한 돌을 박아 넣은 빨래터가 3군데 있었으니, 가구 수는 꽤 많은 동네였다.(대략 80가구 정도로 기억한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큰길은 돌부리가 여기저기 늘려 있고, 버스가 한번 지나가면 사방에 먼지가 구름처럼 일었다. 우리 집은 동네 회관 옆에 위치한 기와집이었고, 구판장이 집 아래에 있었으며, 버스정류장이 그 앞에 위치한 동네 중심지였었다.     


그런 동네가 변화한 것은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경지정리가 시작되면서 였다.  논들은 네모로 각 잡은 듯 반듯해지고, 기와집이 늘어가면서 초가집은 동네에서 두. 세채 정도만 남게 되었다. 집을 감싸던 돌담과 탱자나무 울타리는 벽돌로 교체되고, 동네의 큰길도 시멘트로 포장되어 더 이상 먼지가 일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기와집 내부는 입식 부엌으로 변화하고, 오래된 기와집들은 양옥집으로 변화했다. 최근에는 동네의 기와집이 몇 채 남지 않았고, 우리 집도 단층 양옥집으로 변화했다.    


동네의 변화 속에서, 편리함에는 만족하지만, 옛 동네의 모습 또한 그리웠다.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 당시 카메라가 귀했고, 나는 돈 없는 초. 중학생이었기에 사진을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  간혹, 오빠들이 사진기를 가지고 오는 날이면 변하기 전의 우리 집과, 동네를 담았다.  빛바랜 앨범 속에 몇 장 안 되는 그 시절의 사진이 꽃 혀 있다. 더 많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항상 뒤 따랐다.     

어쩜 나는 추억을 끄집어내어 조금씩 곱씹고, 영혼을 부풀리며, 추억에 기생하는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전원일기’를 자주 본다. 남기지 못한 시절의 아쉬움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전원일기는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다.  딸아이는 나에게 말한다. “엄마 전원일기 재밌어” 또 다른 날은 “엄마 전원일기 틀어줄까?” “엄마는 할머니하고 똑같네. ‘전원일기’ 즐겨 보고”~~ 나도 나의 엄마를 닮아가는 것이다.  요즘은 노파심에 ‘전원일기’가 방영하지 않을까 봐 쓸쓸 걱정이 된다. ‘녹화를 해 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ㅎㅎ     


이렇듯 나는 과거로의 여행을 즐긴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가 깊어졌을 때, ‘나의 추억여행’을 즐기려면, 지금 부터라도 부지런해야 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고, 영상을 찍고~~


시시 때때로 글을 쓰고, 한편 한편씩 쌓아 한 권을 만들고, 한 장 한 장을 모아 앨범을 만들며,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왜냐 하면, 내 머릿속의 저장된 생각들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기 요즘이기에~.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하나의 이유인 것처럼~~

오늘의 이글 또한 ‘추억여행’의 한 페이지이기에, 나는 한 발짝 나아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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