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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영 May 20. 2023

98. 제주북스테이_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그리고 여행

책에 대한 이야기 (2)

지난 2월 우연히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카트린 지타 저)란 책을 읽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며 혼자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노을이 엄마가 구좌 쪽에 좋은 책방들을 알려주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제주를 여행지로 정하고 그녀에게 연락해 추천 받은 5곳의 책방 중 한 곳은 북스테이를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 다락방처럼 생긴 방에 천장으로 난 낭만적인 네모난 창문을 사진에서 보는 순간, 나는 고민 없이 10분 이내에 이 숙소를 예약했다.


이렇게 해서  ‘생각의 오름’ 이라는 북스테이와 그 1층에 있는 ‘제주살롱’이란 곳에 오게 된 것이었다. 마침 비가 온 후 상쾌함을 틈타 먼저 몸의  정화를 위해 사려니숲에 들러 맑은 공기를 마셨다. [걷는 존재](애나벨 스트리츠 저)에 나오는 '걷기의 52가지 방법'  중 내리는 날 걷기, 나무 사이를 느긋하게 걷기, 고요 속을 걷기, 자연의 냄새를 맡으며 걷기 등을 실천하면서 책에 나온 것처럼 숨을 힘껏 들이쉬고 내쉬면서…

자 이제 몸을 정화시켰으니 마음의 정화를 위해 템블스테이가 아닌 북스테이로 고고씽!


구좌의 한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 ‘생각의 오름’ 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면에 사장님의 앉아계셨다.  사장님 부부가 다 읽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책들이 벽을 꽉 채우고 있는 좌측은 북카페였고 우측은 새 책들이 구입할 수 있는 서점으로 되어 있었다.  


먼저 우측에서 호프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구매했다. 작년에 [랩걸] 이란 책을 재밌게 읽었기에 그녀의 책을 더 읽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집에 가서 읽을 거다.

오늘은 좌측에 북카페의 빌려서 밤에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으리라. 많은 책들 중에 [작별 인사](김영하 저)라는 제목의 책이 내 손에 잡혔다. 평소에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는데 지 오늘 밤 경사진 천장의 다락방에서는 소설이 어울릴 것 같았다.

머물렀던 핑크방의 작은 테라스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책장을 넘기는 행복이란 평온함 그 자체였고 더군다나 날씨까지 맑아서 감사했다.


아침에는 사모님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아침을 남김없이 먹었고 이후 사장님이 직접 로스팅하고 내려주신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책과 고양이에 대해 기분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오전에는 3층 핑크방의 창가 옆에 의자에 앉아 [작별 인사]를 완독했다. 김영하 작가님의 상상력에 입이 떡 벌어지는 작품이었다.


오후에는 1층 북카페로 내려가 파스칼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이란 소설을 읽었다. 저자가 1948년생임을 고려하면 약 300년 전 한 예술가의 삶을 소설로 쓴 것이라니 신기했다. 책을 읽고 있는데 빵굽는 냄새가 나더니 사모님이 방금 구운 시나몬 빵을 주셨다.


둘째날 읽을 책으로 [은둔기계](김홍중 저) 라는 책을 골랐지만 너무 어려워서 바로 포기하고 천장으로 뚫린 창문을 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눈이 떠졌고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 (신재현 저)에서 추천한 다랑쉬오름에 가서 해뜨는 광경과 함께 신기한 오름의 모습과 360도의 동쪽 제주를 눈과 폰 그리고 마음에 담았다.


이어 애월로 옮긴 숙소에서는 검색해보니 구좌쪽보다 책방이 적은 것 같았지만 새로 생긴 '가포플랫'이라는 곳이 끌렸다. 기타를 치던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북카페의 분위기는 어떨지, 어떠한 책들이 있을 지 궁금했다.[책으로 다시 살다] (숭례문학당) 라는 책이 내 손에 잡혔고 맛있는 청포도에이드를 먹으며 흥미롭게 공감하며 읽었다.

다음날은 '카페동경앤책방'이란 곳에 갔다. 여기도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이었다. 한 켠에 피아노가 있는 걸로 봐서 음악을 전공하고 동경에서 유학하신 부부가 아닐까 내 마음대로 상상했다.


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서재에서 몇가지 책들을 살짝 꺼내 서문들을 마치 장보는 것 처럼 읽고 결국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 이란 책을 구입했다. 사실은 [파친코] (이민진 저) 를 너무 재미 있게 읽었기에 '파친코를 잇는 한국적 서사'라는 말에 바로 책을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집에서 가져온 고수리 작가의 [마음 쓰는 밤]을 마져 읽었다. 그런데 책 후반에 '서사, 당신의 서재'라는 책방의 추천으로 글쓰기 수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 '서사'가 그 '서사'가 맞는 것일까?(맞았다)

몇 달전 우연히 서사에서 연락을 받고 책에 대한 해석글 (독후감 비슷한) 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나는 [살고 싶어서 더 살리고 싶었다](신승건 저) 에 대한 글을 썼었고

오늘 드디어 그 글이 서사 앱에 올라와 뿌듯했는데 '서사'를 다시 이 책에서 만나게 된 것이 신기했다. 


나는 줄임말을 싫어하는데 '꼬꼬무'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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