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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영 Nov 28. 2023

108. 시험관 임신을 아주 쉽게 생각하는 부부에게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 (13)

첫째를 분만한지 1년도 되지 않아서 둘째를 시험관 임신으로 가졌다는 그녀를 진료하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첫번째 임신이 자연임신이었고 그녀의 나이는 31세 밖에 되지 않았다. 왜 굳이 시험관 임신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기를 낳고 임신 시도를 4개월 정도 했는데 임신이 되지 않아서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난임의 정의에 들어가지도 않은 젊은 부부에게 바로 시험관 임신을 시행한 병원의 의사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나의 딸이었으면 어떻게 이야기 해주었을까? 


난임의 정의는 정상적으로 부부 생활의 1년이 지난 상태에서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로 정의된다. 여성의 나이는 가임력과 관련이 있지만, 적어도 35세 미만의 젊은 여성에서 난임을 진단하려면 이 기간을 충분히 지난 후에 판단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불임'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제는 '난임'이라는 표현을 쓴다. 절대적인 불임이란 양쪽 나팔관이 막히거나 아예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거나 아니면 남편의 요인으로 '무정자증'이 있거나 하는 경우이다. 첫번째 임신을 시험관 임신으로 어렵게 가졌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둘째를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결혼을 잘 하지도 않고, 결혼을 해도 아기를 갖지 않으려는 부부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막상 아기를 갖겠다고 결심한 부부는 이전과 다른 조급한 마음을 갑작스럽게 갖게 되고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는 의료의 선택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원래 한 자연 주기에서의 임신율은 15-30%에 불과하다.  


전세계적으로 시험관 임신이 흔해지면서 시험관 임신의 결과를 자연 임신과 비교하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연구 결과에 따라 시험관 임신시 불량한 임신 예후가 증가된다 또는 그렇지 않다 라는 논란이 있기도 하였는데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대규모 분석 연구가 2012년 산부인과 최상위 저널인 Human Reproduction Update (Impact factor 17.2, 2021년 기준)에 발표됨으로써 일단락 지어졌다.   


영국 연구자에 의해 수행된 이 연구에는 단태 임신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전세계 총 30개 논문을 종합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메타분석*의 방법을 이용하였다.  결과 변수에 따라서 대상자의 수는 차이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선천성 기형에 대해서는 4,382명이 분석에 이용되었고 조산에는 약 2만 7천명이 이용되었다. 연구 결과, 시험관 임신은 자연임신에 비하여 주요 태아 기형, 조산 등의 위험도 증가와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구체적인 상대 위험도는 다음과 같았다.  

  

    선천성 기형: 1.67 배 증가 [95% 신뢰구간, 1.33 –2.09]  

    임신중독증 등 고혈압성 질환: 1.49 배 증가 [95% 신뢰구간, 1.39 –1.59]  

    32주 이전 조산: 1.68 배 증가 [95% 신뢰구간, 1.48 –1.91]  

    37주 이전 조산: 1.54 배 증가 [95% 신뢰구간, 1.47 –1.62]  

    1.5 kg 미만 출생아: 1.93 배 증가 [95% 신뢰구간, 1.72 –2.17]  

    주산기 사망률: 1.87배 증가 [95% 신뢰구간, 1.48 –2.37]  

따라서 연구자들은 시험관 임신 후의 임신이 고위험 임신으로 잘 관리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주목할 점은 이 연구는 단태 임신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이다. 시험관 임신 후 다태 임신이 되었다면 위험도는 더 증가한다.  

모든 임신의 최종 목표는 건강한 출산이다.  

난임 부부가 시험관 임신을 통하여 아기를 갖는 것은 숭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난임의 정의는 1년의 정상적인 부부 생활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생기지 않은 경우이다.

위의 의학적 사실이 간혹 난임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출산 시기의 조절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시험관 임신을 선택하려고 하는 부부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 메타분석: 유사한 주제를 다룬 여려 연구 결과를 결합하여 통합적으로 결과를 얻는 분석 방법으로 표본의 수가 증가하여 통계적인 검정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참고문헌

Pandey S, Shetty A, Hamilton M, Bhattacharya S, Maheshwari A. Obstetric and perinatal outcomes in singleton pregnancies resulting from IVF/ICSI: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Hum Reprod Update. 2012 Sep-Oct;18(5):48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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