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양수가 터졌어요.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 19)
조기양막파수는 임신 37주 이전에 양수가 먼저 터지는 경우로 전체 임신의 3% 에서 발생한다.
조기양막파수는 조기진통 (45%) 에 이어 조산의 두 번째 (25%) 원인을 차지한다. [1]
산부인과 전문의 25년째, 다양한 고위험 산모를 만나고 또 많은 조기양막파수의 산모를 진료하며 산모와 보호자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과 답변을 정리해 본다.
- 양수는 왜 터지는 건가요?
조기양막파수의 정확한 원인은 잘 밝혀지지 못했지만 자궁내감염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려져 있어요. 물론 조기양막파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자궁내 감염이 동반된 것은 아니구요. 약 30-40%에서 자궁내 감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 근데 자궁내 감염은 왜 생기는 건가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자궁내 감염의 경로는 대부분 질염의 상행감염 (질에 있는 세균이 자궁으로 올라감)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질염이 있다고 해서 모두 상행감염을 통해서 자궁내 감염이 생기는 것은 아니예요. 어떠한 사람은 생기고 어떤 사람은 생기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산모 분이 무엇인가를 잘못해서 양수가 터진 것은 아닙니다.
- 저는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받게 되나요?
먼저 자궁내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예방적 목적의 항생제 치료를 받으실 겁니다. 또한 의미 있는 자궁수축이 동반된다면 자궁수축 억제제를 투여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분만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태아의 폐성숙을 촉진시키기 위한 폐성숙주사를 맞게 됩니다.
- 언제까지 끌 수 있을까요?
그건 개개인에 따라서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양수가 터지고 나서 약 40% 에서 일 주일이내 진통이 걸립니다. 일 주일을 넘긴다면 그 다음 일 주일을 또 넘길 확률이 증가되겠지요. 중간에 산모의 피검사를 통해서 자궁내염증을 간접적으로 파악할텐데 만약 염증이 강하게 의심된다면 더 이상 끄는 것이 의미가 없고 분만 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아기에게 단기적 또는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이는 자궁내감염이 심했던 아기는 신생아 사망률 뿐만 아니라 조산의 주요 합병증인 뇌성마비 등 신경학적 발달 이상의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2]) 무조건 끈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 아기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나요?
이른 주수에 양수가 터진 경우에는 태아의 폐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아기는 출생 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인큐베이이터에 들어가고 들어가지 않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기의 폐가 어느 정도 버텨주는지 또한 자궁내감염이 심한지 이런 요인들이 신생아 예후와 직접적으로 관계됩니다.
조기양막파수는 양수가 터진 시점에 따라서 경과 및 예후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태아의 생존 능력 이전 (23주 이전) 에 양수가 터진 경우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
하루하루를 고위험 병실에서 모니터를 달고 버티는 산모들을 보며 모성은 위대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늘 걱정에 휩싸여 조바심 내는 산모에게는 냉정하게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이 1도 없어요” 라고 이야기한다.
"지나친 걱정은 자궁수축을 유발할 수도 있어요" 라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제 하루를 버텼으니 엄마 배속에 있는 아기의 생존율은 2% 증가한 거예요" 라고 얼르고 달랜다.
간혹은 옆에 있는 남편에게 가장 힘든 것은 산모이니 마눌님에게 잘 해야 한다고 훈계하기도 한다.
양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아기의 성장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초음파에서 아기의 움직임이 좋다면 그래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태아의 예상체중이 700gm인 산모에게는 비슷한 상황에서 400-500gm인 아기도 태어나기도 한다고 말하며 예상체중이 1kg을 찍으면 이제 양반이 되어 간다고 농담을 건낸다.
그녀가 외래로 온 것은 20주였다. 처음엔 양수가 터진 것이 명확하지 않았고 타 병원에서 양수가 없는데 태아 신장이 문제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듣고 왔다. 양수가 없으면 초음파가 잘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MRI를 찍어 태아의 양측 신장이 온전히 존재함을 확인했다. 이제 증상으로 양수가 터진 것이 확실했다.
예방적 목적의 항생제 치료를 했고 중간에 피검사를 통해서 자궁내 감염을 여부를 확인하면서 한 주가 가고 또 한 주가 갔고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버렸다. 긴 입원 기간 동안 이 성격 좋은 산모의 옆에는 또 성격 좋은 남편의 지지가 있었다. 결국 아기는 32주 5일에 1.93kg로 태어났다. 아기 체중은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양수가 없는 상황이 자궁내에서 오래 지속되었기에 아기의 폐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인공호흡기 셋팅은 한없이 올라가고 불안한 상황속에서도 산모와 남편은 그 동안 잘 끌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아기를 믿어 보겠다며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감사와 신뢰로 뭉친 부부와 그리고 나의 기도가 결국 아기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아기는 생후 8 일 째 양측의 작은 흉곽에 무섭게 꽂혀 있던 흉관 (기흉 때 꼽는 것 튜브 같은 것)을 빼고 9일째 인공호흡기 치료를 벌써 졸업하며 자발호흡을 하게 되었다. 아기는 이제 2 kg가 넘었다.
임신과 출산은 길을 모르는 여정과 같다. 갑작스러운 조기양막파수를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여정은 아예 길이 없는 산길이 아니다. 내 앞에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지나갔던 것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적어도 표지판이 있는 ‘산행로’와 같은 것이다.
조기양막파수 관련하여 나는 더 좋은 산행로를 찾아내기 위한 임상 연구들을 진행해왔고 논문들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본원에 입원한 고위험 산모에서 상행 감염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질내 세균의 변화에 대한 연구로, 항생제에 잘 치료되지 않은 내성균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3] 흥미롭게 이 내성균은 자궁경부봉합수술 (소위 맥도날드 수술)을 시행 받거나 양막파수 전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경우에 의미있게 증가하였고 신생아 패혈증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었다. 이는 자궁경부봉합수술 및 항생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참고 문헌
1. Goldenberg RL, Culhane JF, Iams JD, et al. Epidemiology and causes of preterm birth. Lancet 2008;371:75e84.
2. Yoon BH, Romero R, Park JS, Kim CJ, Kim SH, Choi JH, Han TR. Fetal exposure to an intra-amniotic inflammation and the development of cerebral palsy at the age of three years. Am J Obstet Gynecol. 2000 Mar;182(3):675-81.
3. Choi YS, Kim JH, Kim Y, Cho HJ, Sung JH, Choi SJ, Oh SY, Kim YJ, Roh CR. Growing threat of extended-spectrum β-lactamase-producing Enterobacteriaceae colonisation in high-risk pregnancies: A cross-sectional study. BJOG. 2023 Mar;130(4):415-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