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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나의 책 추천 (2025)

by 오수영

올해도 나의 새벽 시간을 충만하게 해준 책들에 대해 감사하며

나의 평점 5점 (5점 만점 기준)인 책들을 추천한다.


1. 눈싸움을 그치고 눈사람을 만드는 이야기 (문여정)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사법고시를 어렵게 패스하여 변호사가 된 여성이
작가가 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에세이다.

눈에 띄는 제목에도 놀랐고
저자의 아름다운 필력에도 놀랐고
이 책의 편집, 그림 등을 모두 혼자서 하고
하하방이라는 출판사를 차렸다는 것에 또 놀랐다.

작가가 좋아했던 영화와 개인 스토리들이
재미있게 얽혀 있어 손에서 내려놓기 어려웠던 책!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한 문장들을 아래에 소개한다.


'날카로운 고성과 진득한 눈물이 소복이 덮여 갔다'

'게이름에 가사를 붙이면 노래가 되는 것처럼, 순간에 의미를 더할 때 우리는 생을 흥얼거릴 수도 있다'


2.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이유리)

그림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것은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는 제목에 이끌려서 였다.

그림을 설명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삶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과 그 배경이 되는 역사를 곁들인 책이다.

지금 준비 중인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이
정보의 탈을 쓴 에세이의 성격이고 싶은데
그 취지에 딱 맞게 쓰여진, 그림 역사에 탈을 쓴 삶에 대한 에세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103번째 당직 날 아침이 밝아지는 걸 느끼지 못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메두사가 남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는 사실도 놀랍고
15세기 유럽의 바보배, 1930년대 독일의 단종법과 안락사법은 충격적이다.


'독일에서 1939년 10월에는 '쓸모없는 아이들'의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독극물을 주사 받거나 특수 시설인 '헝거하우스'에서 아사했다. 피와 눈물이라는 잉크가 있다면, 지적 장애인의 역사는 바로 그것으로 쓰였을 것이다.'


3.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이미경)

뭉크는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그린 화가라고 한다. 그림에 관심이 없었던 내가 이 책을 내려놓기 어려웠던 이유는 뭉크의 인생에 대한 설명이 책에 흥미진진하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에세이는 허망하고

과학 서적은 어렵게 느껴지는데
예술에 대한 서적은 이런 끌어당기는 매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뭉크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다음과 같은 '생 클루 선언'을 하면서 사랑하고 괴로워하는 인간의 살아 있는 감정을 그리겠다고 다짐하였다고 한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나 뜨개질하는 여성들이 있는 그저 그런 실내 풍경을 더 이상 그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리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생생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나는 살이 숨 쉬고, 느끼고, 아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릴 것이다'


4. 대온실수리보고서 (김금희)

남편이 재미있다고 추천한 책
간만에 새벽에 책을 덮기가 어려웠던 책이 였다.
김금희 작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책

고증한 사실과 상상이 적당히 서로를 의지하며 흥미를 유발하는 책이었다.
매력적인 제목에 감탄하며 읽었다.


"별 일 아니야, 죽음이란 명예롭고 아름다운 거야"

나 마리코 히메는 믿지 않는다. 그건 그냥 원숭이가 하는 말일 뿐이니까. 등을 돌리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빨간 등이 부른다.

"마리코 히메, 다음번에 과일을 갖다 줘"

"그런 건 없어"

"없긴 왜 없어? 대온실에 가면 바나나가 있다고"


5.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조예은)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새벽 독서 시간에 책을 내려놓고 출근 준비를 하기 아쉬울 정도인 경우는 드물었는데 이 책은 다음 장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게 만드는 에세이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방에 내 책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책에서 언급한 책들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세상을 떠올리기 때문이 아니라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실패는 아직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여는 문이다'


6. 평균의 종말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 왔나) (토드 로즈)

ADHD를 진단받고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결국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는 저자의 프로필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책


자궁이식학회 참석을 위해 온 터어키 안탈랴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책
평균이라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우리의 선입견을 과학적으로 반박하며 아래의 3가지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 영향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비판하는 책이다.


ㆍ케틀레의 평균적 인간
ㆍ골턴의 우월층과 저능층
ㆍ숀다이크의 영재반과 구재불능층

당연히 의학 연구에서도 평균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제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보다 개별의 특성을 더 강조하는 연구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Aggregate then analyze rather than analyze then aggregate'


7. 이어령의 말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길) (이어령)

주옥 같은 말이 가득한 책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에 태어나 주셔서 고마운 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꼽으라면

'사랑의 키는 죽음 보다 한 치라도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단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투성이인 보물 같은 책


'지금 불리한 것 같아도 무언가 생각하고, 생명적인 거, 공감하는 거, 눈물 있는 거, 이런 쪽으로 가면 그 사람에게 미래가 있어요'


8. 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 (이훈)

선화예중에서 독일로 유학, 이후 미국에서 박사학위 중 뇌졸중으로 죽다 살아난 피아니스트 이훈이 왼손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

하숙집의 독일인 할머니가 그 날 지하조리실로 내려오지 않았다면 이 책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인생은 우연의 연속인데 대부분 그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것 같다.

책을 관통하는 피아노 이외의 단어를 꼽으라면 그건 바로 '어머니' 였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책장을 덮을 수 없었던 책


'묵묵히, 성실하게 살았다고 해도 때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크고 작은 고통과 탄식의 나날을 마주할 수 있다. 그것은 징벌이 아니며 마땅히 치러야 할 반성의 시간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람이 도무지 깨달을 수 없는 삶의 한 측면일 뿐이다. 그저 안타까운 일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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