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분만장에서 떡을 먹으면 생기는 일

by 오수영

"교수님, 외래 보고 점심식사도 못하셨는데 떡이라도 드세요"


이틀간의 연휴에 보답하는 화요일 아침 7시에 전화가 왔다. 진통 중인 산모가 자궁문이 다 열렸는데도 3시간 동안 아기 머리가 내려오지 않아, 수술이 필요하다는 취프 전공의 선생의 노티였다. 다행히 일찍 서두른 출근 길이었기에 나는 오전 외래 전 응급수술을 여유 있게 할 수 있었다.


진료 환자 수는 40명 정도였지만, 신환이 많았기에 상당한 지연이 예상되었다. 각자 어려운 사연을 가지고 간절한 마음과 걱정 한가득으로 진료실 문을 여는 고위험 산모들, 이 중에서는 안도하고 나서는 부부도 있었지만, 불안감을 여전히 가슴에 안고 나가는 산모들도 있었고, 냉정한 의학적 팩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뒤돌아서야 했던 임신 전 여성도 있었다.


9시 반부터 시작한 외래를 1시 반이 넘어 끝내고 드디어 생수를 들이켜며 숨을 돌리는 순간, 분만장 수술장에서 전화가 왔다. 맞다. 오후에 정규 수술이 2개 있었지. 분만장에 올라가 하나의 수술을 마쳤을 때 무어라도 입에 털어 넣을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바로 그때, 분만장에서 O 간호사가 나에게 떡을 권한 것이었다.


"나 떡 안 먹잖아요. 떡 먹으면 떡쳐요" 예측할 수 없는 출산이 365일 전개되는 산모들의 응급실인 분만장에서 이건 일종의 미신 같은 거였다.

'그래, 이제 정규 수술 하나만 남았고 진통 중인 산모도 없고, 오늘 당직도 아닌데 떡 칠 일은 없겠지, 더군다나 이건 그냥 떡이 아니야, 절편이잖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이미 절편을 두 개째 입에 넣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다음 수술 환자의 과거 수술 기록을 검토하는 순간, 절편 두 쪽을 먹은 나의 안일한 선택을 후회했다.


'자궁의 오른쪽과 왼쪽 모두에 장이 붙어 있었음, 방광은 올라와 있고 자궁에 dense하게 유착되어 있었음'


몇 년 전 내가 첫번째 수술을 한 산모였다. 어렸을 때 두 번의 난소 수술을 한 적이 있어서 그런 지 첫 제왕절개수술 시 그야말로 배가 '떡'인 상태였던 것이다. 수술기록지 그림에는 자궁 주변으로 수많은 선들이 불규칙하게 신경질적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이는 심한 유착이 있다는 표시였다. 이 정도면 내가 다음 임신을 하지 말라고 설명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할 수 없었다. 어쨌든 떡을 먹지 말 걸이라는 후회가 깊어 갔다.


마취과에서 척추마취를 시행하는 동안, 나는 불안해하는 산모의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손이 차갑네요"라고 말했다. 산모는 자기가 수족냉증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건 주로 마른 사람한테 생기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사실 마른 사람은 산후출혈에도 취약하다. 같은 실혈양에도 금방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마취가 끝나고 소독 및 드랩을 마치고 집도를 시작하려는 순간, 옆방에서 수술을 마친 S교수가 들어왔다. 10분 전 내가 먹은 절편 두 쪽에 대한 이야기를 옆방에서 수술을 마친 그녀에게 스쳐가듯 했을 뿐인데, 이 환자의 심상치 않은 이전 수술기록을 확인하고 나를 도와주러 들어온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배속은 예상대로 역시나 떡이었고, 태반이 자궁앞벽에 위치하여 전치태반 처럼 많은 혈관들이 자궁 전벽에 향연을 벌이고 있었다. 방광이 원래 자궁벽에 단단히 유착되어 올라와 있었기에 이를 무리하게 박리하다 가는 방광이 열릴 가능성이 불 보듯 뻔했다. 나는 자궁절개를 약간 위로 하면서 전치태반을 수술하듯 태반을 가르고 아기를 꺼냈다. 그런데 진정한 유착은 이제 시작이었다. 전체적으로 유착태반이 심했고 이로 인해 자궁 수축이 좋지 않았기에 출혈량이 순식간에 많아졌다. 추가적인 자궁수축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스멀스멀 차오르는 피는 이 수족냉증이 있는 마른 산모의 혈압을 60대까지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산모가 초산이었으면 자궁동맥색전술을 먼저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둘째 임신이고 이 유착이 심한 자궁으로는 다음 임신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또한 자궁동맥색전술을 실패하는 경우 (이 시술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에는 지금 보다 산모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다시 배를 열어야 한다. 더군다나 이렇게 마른 산모는 출혈에 대한 reserve가 적기 때문에 신중하고도 단호한 결단을 요한다.


자궁을 드러내는 수술이 결정되었고 이를 위해서 자궁과 붙어 있는 장과 방광을 박리하기 위한 작업이 먼저 필요했다. 척추마취는 전신마취로 전환되었다. 우리는 자궁 수술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부인종양파트의 L 교수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다행히 그가 자신의 수술을 마친 시간이었기에 감사하게도 분만장 수술실에 구세주처럼 나타나 주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자궁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부터 출혈양은 감소하였지만, 방광 표면에서 거미줄처럼 늘어나 있는 혈관 들에서 출혈은 지속되었다. 인내를 요하는 지혈을 하며 3명의 교수가 집중하는 동안, 전공의들은 당직 전공의로 교체되었다.


마침내 제왕절개의 시작부터 치면 약 3시간 반 동안 힘든 수술이 마무리되었다. 수술 중 실혈량은 4L, 이 산모의 몸에 있는 모든 피가 한번 완전히 교체될 양이었다. 수술 중 사용한 거즈의 수는 약 140개 정도로 통상적으로 제왕절개수술 시 사용하는 30장의 약 5배에 달하였다. 우리가 수술 필드에서 자궁과 싸우는 동안 마취과에서는 환자의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승압제의 사용과 대량 수혈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산모의 활력징후 (혈압 맥박 등)와 긴장된 줄다리기를 했다.


수술이 종료되고 마취에서 깨어나는 산모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는 수술장에서 나와 긴 복도를 터덜터덜 지나 방으로 갔다.

'아, 아까 그 떡을 먹지 말았어야 되는데... '

역시 분만장에서 떡을 먹으면 떡친다는 미신은 팩트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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