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죄처럼 느껴질 때
말 한마디에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정중히 거절했을 뿐인데
상대가 미묘하게 기분 상한 티를 낼 때.
순간, 내가 뭔가 실수한 것만 같다.
어떤 날은 그냥,
사양하고 싶은 기분일 때가 있다.
몸이 피곤하거나,
마음이 지쳤거나.
고맙지만 지금은 그냥...
받고 싶지 않은 날.
그날, 지인이 뭔가를 챙겨주겠다고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그리고 돌아온 말.
“그래? 알겠어.”
말은 정중했지만,
그 뒤에 감정이 따라왔다.
서운함, 묘한 거리감.
내가 거절한 게
상처처럼 느껴졌던 걸까.
나는 또 나 자신을 점검하게 된다.
거절은 그저 ‘선택’이었을 뿐인데,
왜 이 대화의 끝엔
항상 내가 미안해지는 걸까.
누군가는 그 거절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무언의 방식으로 되돌려준다.
- 살짝 토라진 말투
- “알겠어” 뒤에 묻어 있는 서운함
- 말은 안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죄를 지은 것처럼
감정적 빚을 떠안는다.
호의를 고맙게 받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까지 무시한 건 아니다.
거절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선택일 뿐이니까.
나는 여전히 고마웠다.
다만, 지금은
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 두 마음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나도 그리고 상대도,
함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자꾸 작아졌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으려 한다.
모든 감정에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걸
늦게라도 배워가는 중이다.
내가 ‘괜찮아요’라고 말한 그 순간,
스스로의 감정을 존중하고
조금 더 믿어주기로 했다.
괜찮다고 말한 내가,
진짜 괜찮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