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칠 준비가 끝난 사람

엉덩이를 뺀 채, 웃고 있었다

by Sospira


호탕한 웃음소리

모르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나.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 모습이,

불안정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부단히 애써온 결과는 아니었을까.


고고한 백조가 물속에서

부지런히 발을 움직이고 있듯이,

나 역시 사람들 앞에서

조금씩 엉덩이를 뺀 자세로 웃고 있었다.


언제든지 ‘요이 땅!’ 하면

도망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로.


스스로를 볼 수 없었던 나는

그저 ‘잘 지내고 있다’ 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를 바라보는

의아한 시선이 감지됐다.

기대한 반응이 아닌,

애매하게 다른 분위기.


그럴 땐 습관처럼

더 밝은 웃음으로

상대도, 나 자신도

재빠르게 속인다.


‘나는 언제부터

조금씩 엉덩이를 빼고 있었을까.’


분명 기억 속의 나는

꼿꼿하게 서 있었던 것만 같은데.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그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화를 낼 거면 화를 내.

눈물이 나면 울고,

그러다 웃음이 나면 웃어도 돼.

그건 이상한 게 아니야.”


지금 너는

슬픔과 두려움 사이,

그 어딘가를 걷고 있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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