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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필) 옹심이 팥죽

**동짓날이 아니더라도 자주 먹을 수 있는 팥죽입니다.**

by 유정 이숙한

재료: 팥 1컵, 물 6컵, 이온물엿이나 꿀 반컵, 소금 1/3 티스푼

옹심이 반죽재료: 찹쌀 1컵, 미지근한 물 1/4컵, 소금 1/5 티스푼


옹심이 반죽은 물은 조금씩 부어주며 반죽해서 여러 번 뭉쳐주거나 비닐랩에 담아 치대면 더 부드러워진다.


오늘이 동짓날이니 저녁 메뉴로 새알 옹심이를 넣은 팥죽을 끓이기로 했다. 전에도 팥죽을 자주 끓여 먹었지만 힘들게 기계를 제조하느라 온몸이 뻐근한 울님이 옹심이를 넣은 팥죽이 먹고 싶다고 해서 과감하게 도전했다. 요리에 대한 도전은 나의 또 다른 취미이기도 하다.

1000008381.jpg?type=w1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만든 새알 옹심이입니다.

일단 근처 마트에 가서 적두를 샀는데 가격이 2배나 껑충 뛰었다. 작년에 인터넷으로 반말 4킬로 사서 먹을 땐 4만 원인가 5만 원을 주고 샀던 거 같은데 500g에 2만 원이니 무척 올랐다. 쌀집에 가서 사거나 장날에 사면 저렴하겠지만 마트에 포인트도 올리고 시간도 줄임 겸 마트에서 사고 찹쌀가루 한 봉지도 사 왔다.


집에 오자마자 팥 1컵을 세척해서 냄비에 담가 1시간 정도 불렸는데 팥이 워낙 잘 말라 단단한 터라 불을 기미가 없다. 불리는 건 포기하고 타임을 20분으로 맞추고 팥에 찬물을 부어 중간 센 불에 천천히 삶았다.

센 불에 삶으면 팥물이 넘쳐 아까운 팥물이 줄어들고 가스레인지가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타이머를 20분 맞추고 삶으니 팥이 살짝 익었다. 삶은 팥을 찬물에 두어 번 헹굼하고 첫물은 씁쓸하니 버리고 삶은 팥을 전기밥통에 넣고 물을 6컵 부어주고 소금 1/2 티스푼을 넣고 취사를 눌렀다. 보통의 밥처럼 20여분 후 전기압력밥통에서 딸랑거리며 압이 빠져나갔다. 밥통을 열어보니 팥이 푹 잘 퍼져있고 국물도 넉넉했다. 그대로 믹서에 갈면 뜨거워서 믹서기 유리가 금이 가므로 찬물에 담가 어느 정도 식혀주고 반 겁은 팥알이 있는 그대로 남겨두었다. 팥이 잘 물러 부드러우니 곱게 잘 갈아졌다. 간 팥과 반컵 남긴 팥알을 냄비에 붓고 끓이다 끓기 시작할 때 옹심이를 넣어주고 눌어붙지 않게 저어주었다. 이온물엿 반컵을 넣고 5분쯤 되어 새알을 꺼내 먹어보니 덜 무른 거 같아 2분을 더 익히니 찰떡처럼 부드러운 새알 옹심이 맛있는 팥죽이 되었다.


어릴 적 동네 상갓집이 생기면 엄마는 밤길이 무서운 건지 날 데리고 가셨다. 상갓집에서 상주들 입을 삼베옷을 만들거나 음식을 해주다 보면 으레 팥죽을 준다. 팥죽 속에 푹 퍼진 밥알이 들어있는데 그 질감이 맘에 들지 않았다. 또 상갓집이라 그런지 목으로 잘 넘어가지 않아 억지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예로부터 팥죽은 그 집안의 나쁜 액운을 물리쳐준다고 하고 성경에도 팥죽이 나온다. 어릴 적 상갓집에서 먹은 팥죽은 달긴 했으나 식감이 좋지 않고 푹 퍼진 밥알이 맘에 들지 않고 물컹해서 씹는 식감이 없어 싫었다. 또 어린 마음에 옆방에 고인을 모셔서 그런지 당기지 않았는데 먹으라고 해서 억지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새알 옹심이 팥죽을 끓이고 보니 내 기억 창고에 팥죽에 대한 기억이 새로이 저장되었다. 그동안 삶아서 간 팥물에 찹쌀가루를 풀어 팥죽을 끓여 먹었는데 이제부터는 새알 옹심이 팥죽으로 바꾸기로 했다. 새알 옹심이 팥죽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게 먹는 팥죽으로 내 머리 기억장치에 새로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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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압력밥솥에 갈아놓은 팥을 넣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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