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커피 매너 좋은 찬수
읍내에 가면 보리수다방, 공작다방, 불꽃다방, 아네모네다방,
옹달샘다방, 보라다방, 장미다방, 개나리찻집, 넝쿨다방, 옥다방,
터미널다방, 학다방, 코끼리다방, 뉴욕다방, 도영다방 등등.
다방이 많이 있는데 차 한 잔 마시는데 대략 오천 원쯤
가져야 한다(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3만 원 정도).
그가 커피를 주문하면 기본이 대여섯 잔이다.
주방아줌마 한 잔, 미스 양, 미스리, 미스 박, 미스 김.
주문한 남자손님 찬수 이렇게 여섯 잔이다.
대부분 사내들은 둘이 오면 기껏해야 세 잔을 주문한다.
그 한 잔은 서빙 아가씨에게 주는 잔이다.
커피 메너 좋은 찬수는 다방에 오면 의례 대여섯 잔 주문한다.
주방아줌마 커피를 챙겨주는 센스도 있으니 다들 좋아할 수밖에
찬수가 다방에 떴다 하면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미스 양은
어깨를 주물러주고 미스 리는 팔을 주무르고, 미스 박은
머리를 지압해 주며 미스 김은 허리를 톡톡 안마해 준다.
아무래도 찬수가 여복이 터진 모양이다.
식구들 숫자대로 커피가 나오자 아양을 떨던 아가씨들이
각자에게 할당된 차 한 잔씩 마시고 나면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잠시 후 다방 출입문이 열리자 시선이 집중했다.
부동산 사장과 부동산 내물을 물어오는 업자가 쑥덕공론하러 들어온 모양이다.
그런 손님에게는 주문한 차만 가져다준다.
읍내 다방이나 찻집 15곳 중에서 찬수를 모르는 아가씨
들은 아무도 없다. 모르면 간첩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은하수다방에 오늘 새로 한 아가씨가 첫 출근했다.
잽싸게 찾아가서 아가씨 이름으로 커피 5잔을 팔아주는 찬수다.
공작다방에서 15년 넘게 근무하여 모은 돈으로 지하공간에
경양식 집을 멋지게 꾸몄다. 삼십 대 중반의 미스 김이다.
또 서울깍쟁이가 읍내 뒷길에 찻집을 내고.
풋내기 새댁이 실내포장마차라고 두세 평 되는 작은
공간에 테이블 서너 개 놓고 제법 짭짤한 매상을 올린다.
찻집에서 오래 근무하던 박 양이 차렸는데 찬수는 박 양의
오라비로 통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집에 들렀다.
새벽 한두 시 영업이 끝나면 같이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자가용으로 아산만방조제로 드라이브를 갔는데
함께 보낸 시간을 합산해서 지불하데 섭섭지 않게 준다.
한두 시간이면 오만 원 이상 준다.
그의 티켓비 매너는 자타가 인정한다.
불꽃다방에 새로 출근한 미스 양은 단골이 없어 돈을 벌지
못하니 한두 시간 빌려 읍내횟집이나 선창가 횟집에서
멍게나 해삼, 바닷장어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챙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