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벌써 몇 번 째고

[장편소설 연재] <사랑학 개론>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내가 이십 대 초반에 덕수궁에 갔을 때였지. 지역방위를 하는 친구랑 부적절한 관계의 남녀들이 후미진 곳에서 짝짓기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나와 친구는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남녀의 등 처먹는 놀이를 즐겼거든.

70년대 봄이었지, 암고양이가 흐느끼며 살려달라고 발광하지 않겠나, 짓궂은 내 친구가 손전등으로 컴컴한 구석을 비췄지? 고양이 두 마리가 한데 엉켜있더군. 살려달라고 애원해서 다가갔는데.. 어이없게도 암고양이가 좋아서 내지른 비명이었다네! 어이가 없었지.


친구 놈이 손전등을 비추기 전까지, 난 그놈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었거든! 친구는 엉켜있는 고양이들은 관심이 없고 나 때문에 배꼽을 쥐고 웃는 거야. 난 무척 당황했지… 들고양이들은 잡지 않고 그놈을 쥐고 땀을 흘리고 있었으니… 손전등을 비추는 순간 꼴~잉 지점에 치달으려던 순간이었으니까. 난 일을 마저 끝내려고 친구에게 애원하듯 말했네. “장교야 불 켜지마! 으응 으―으―”

그 일이 있고 나서 장교는 나만 보면 덕수궁 이야기를 꼬리곰탕처럼 계속 우려먹으며 날 놀려 먹었다네, 친구들 사이에 그 사건을 덕수궁 따라 삼천리라고 하는 유명한 설화를 남겼지.



스무 살인 춘자는 애교가 철철 넘쳤어. 내 성적 취향을 알아서 듣기 좋은 소리로 흥분시키며 내 귀에 속삭였어! 난 그 애의 속삭임에 길들여졌나 봐, 춘자가 내 입맛을 아주 잘 알거든. 그해 가을 등산을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지. 춘자는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역무원과 코멘소리로 말을 주고받더군. 화장실에 갔다 온다던 아이가 오리무중인지라, 청량리 역에 도착할 때까지 오지 않아 일행들은 혈안이 되었지. 난 누가 귀띔해 주지 않아도 짐작이 갔어. 스무 살이라 어리지만 남자를 밝히는 아이였거든. 적군이 쳐들어와도 그 아이는 살아남을 거네! 온갖 교태로 남자를 흥분시켜 주니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며칠 후 춘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가더군. 내 물건이 탐이 났던 게지. 이 세상에 열 계집 싫어할 남자가 몇이나 되겠나? 난 내 잘난 물건만 믿고 큰소리를 쳤다네.

“너 같은 계집애를 내가 왜 만나? 됐어, 일 없으니까, 저리 꺼져!”


나의 퉁명스러운 말씨에 뒤로 물러날 춘자가 아니었지. 얼음장처럼 얼어붙은 내 가슴에 안기며 풍만한 젖가슴으로 내 어깨를 자극했어. 어떤 날은 공사장 안에 싸 놓은 벽돌 사이 미로로 들어갔어. 헬리콥터나 드론으로 보기 전에는 볼 수 없는 후미진 곳이지만. 음기가 땅에 쫙 퍼졌지. 암캐는 공중제비를 떴고 두 개의 볼륨은 출렁거리기 시작했지. 하늘을 향해 활시위가 당겨지다 느슨해지기를 반복했어.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죄짓게 만든 뱀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로 날 흥분시겼거든.

“삼촌? 나. 삼촌 아기 낳고 싶어요. 삼촌 아기를 낳게 해 주세요, 더 깊이깊이 넣어주세요!”

교태스럽고 간드러진 목소리였지. 고향에 같이 가서 결혼 승낙을 받아내자더군. 난 주머니에 짤랑대는 동전만 굴러다니는 처지였으니 춘자의 달콤한 주문에 군침이 돌았네. 한밤중에 기차를 타고 춘자의 고향인 상주에 갔었네. 나도 참 미친놈이지, 어린것이 하는 말을 곧이듣고 그 먼 길을 따라갔으니 말이네.


“어매야, 이 사람을 내가 사랑한다, 우리 결혼 승낙 해주라마?”

“계집애야, 벌써 몇 번째고 잉?”

“이번엔 진짜다!”


춘자가 결혼자금을 받아내기 위해 나를 미끼로 이용했다는 것을 알았지, 바보는 아니니까, 그동안 나 말고 많은 남자를 데려갔던 게야. 난 사기꾼 계집애가 미웠네. 따라온 내가 더 한심하지만. 구멍가게에 담배를 사기 위해 들어갔어. 주인이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며

“춘자 신랑감 인가 베?”

내가 한심하고 불쌍하다는 표정이었지. 뒤통수가 간지러웠지, 내가 가게에서 나오자 뒷전에서

“가스나는 얼굴이 반반해야 한다 아이가, 연애 박사라더니 어디서 남자를 잘도 꼬셔온 대이! 인물은 하나 같이 잘났다 아이가? 바람둥이 가스나, 벌써 몇 번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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