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부산행, 청년의 구애

[장편소설 연재] <사랑학 개론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요즘도 그 녀석이 때려요? 나쁜 놈, 제수씨 얼굴이 이게 뭐야, 수척해졌네!"

수남은 동생의 처 순미를 아꼈다. 측은한 눈으로 순미를 바라보는 형수의 얼굴에 미움이 출렁인다.

그녀는 차분하고 단호하게

"부산에 가겠다는 건가? 다녀와서 살풀이를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게!"

수남은 동생 수철이 부모 없이 자란 것이 가엾어서 야단도 치지 않고 키웠다. 그는 가슴 한쪽이 마비가 오는 것처럼 저렸다. 형수는 콧방귀를 뀌며

"요즘 누가 맞고 살아요? 나한테 쌍욕을 잘하더니, 사람 귀한 것 모르고, 아무래도 먼저 죽은 사람이 자네들을 시샘하는 모양이네. 푸닥거리라도 해서 영혼을 달래줘야겠어."

"형님 그 사람이 전화하면 제가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해 주세요?"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오른 순미는 입안이 바짝 타들어 갔다. 음료수라도 사 먹을 요량으로 지갑을 열었다. 지갑 안에는 앙상한 볼과 움푹 폐인 보조개, 퀭한 눈, 꽉 다문 입술, 핏기 없는 수철이 초점 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기차는 어둠 속을 내달렸다. 산과 들을 강을 건너 쉼 없이 달린다. 순미는 부산진역에 내렸다. 택시를 타고 가다 택시기사가 합승해도 되겠냐고 묻는다. 앞 좌석에 청년이 탔다.

청년은 룸미러에 비친 순미의 모습을 힐금 훔쳐본다. 청년은 해운대에서 내린다더니, 몇 정류장 전인 재송동 정류장에서 순미가 내리자, 순미를 따라 내렸다.


하늘거리는 하늘색 반팔 블라우스와 무릎 아래 내려온 까만 치마를 입고 걸어가는 순미, 훤칠한 키에 경상도 사투리의 청년이

"아가씨예 나랑 커피나 한잔 하면 어때예?"

"여기 반지 보이지요? 저 결혼했어요."

청년은 순미를 따라온다. 순미가 파란 대문의 벨을 누르자, 오빠가 나온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순미가

"오빠, 모르는 사람이야, 택시에서 따라왔어. 내가 결혼했다고 해도 믿지 않아?"

오빠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청년은 낭패한 얼굴로 유유히 멀어져 갔다.



아내의 말대꾸를 참을 수 없었네. 화를 참지 못해 아내의 뺨을 때렸네. 아내는 기가 막혔는지 내게 대들며

"내가 이런 대우를 받자고 부모 형제 배신하고 온 거야?"

순간적으로 손을 올린 나도 놀랐지. 아내는 서러운지 엉엉 울더군! 결혼 전 처남의 말이 생각났네.

“순미 사랑하지, 자네는 우리 순미를 사랑하지 않잖아, 두 사람은 물과 불의 만남이니 행복할 수 없어. 자네가 돈이 없다고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니네, 불을 보듯 불행이 뻔한데, 가엾은 동생을 자네에게 줄 수 없네!”



우린 어렵사리 작은 예식홀에서 결혼했네. 가게를 시작했어. 난 부모도 없고 직장이나 돈이 없다고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했지, 친구들에게 한턱내며 나도 이렇게 잘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어. 마침 주머니에 십만 원 권 수표와 지폐가 두둑이 들어있기에 큰소리쳤네!

"얘들아 어서 먹어, 아가씨도 부르고, 너희들 실컷 먹어라, 우리 나이트 가서 신나게 흔들자, 학창 시절을 생각하며!"

우린 신나게 흔들며 놀았어, 계집애들 하나씩 끌어안고 몸을 자유자재로 흔들었지.



가게 앞에 여자들이 얼쩡거리자 아내가 묻더군. 내가 대답을 피하고 얼버부리자, 방문을 닫고 나가서

"아가씨들? 우리 가게에 무슨 일로 왔어요?"

"사장님이 가게로 오면 모자란 술값을 사모님이 주신다고 해서 왔어요."

"그 술값이 얼마인데요?"

"계산하고 남은 술값이 20만 원(80년대)입니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오다 방문에 붙은 좁은 유리창으로 바깥 동정을 살피던 나와 눈이 딱 마주쳤네,

"여보, 당신이 술값을 줄 거라고 믿고 데려왔어! 빨리 돈 줘서 보내, 재수 없으니까.”

난 할 말이 없어 방이 떠나가도록 코를 골며 자는 척했네. 아내는 나를 깨워 확인하더군.

"당신은 난 필요 없고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했죠? 알았어요, 그럼 친구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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