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 < 사랑학 개론 > 유정 이숙한
그들이 결혼한 지 육 개월 되었다. 치킨집은 잘 됐으나 수철은 순미를 안으려고 시동을 걸지 않았다. 잠결에 그녀의 입김이 목에 닿으면 벌떡 일어나 순미의 뺨을 때렸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니 마음이 슬픈 순미다. 몸과 마음과 다해 살뜰히 챙기지만. 남편의 사랑을 기대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안아줄 뿐이다.
잠을 자다 뜨거운 입김이 목덜미에 닿았다고 뇌전증 걸린 사람처럼 성질을 부르며 뺌을 때리는 수철이 무섭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남자 구실을 못해서 자존심이 상한 걸까,
수철은 나이 삼십이 넘었는데 무일푼이었다. 넉살 좋게 순미에게 혼수 대신 현금으로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순미는 직장을 근무하며 수철과 6개월을 다니며 가게를 보러 다녔다. 순미가 김밥을 싸와 포장마차에서 우동과 먹고 있을 때 부천 소사동에 짓고 있는 가게를 소개받았다. 보증금 150만 원에 월세 7만 5천 원. 방 한 칸과 4평짜리 가게를 순미 돈으로 얻고 설비도 했다.
20만 원에 얼음냉장고와 생맥주 통, 생맥주 뽑아 올리는 기기도 샀다. 얼음냉장고와 생맥주통 2개, 생맥주잔 몇 개, 유리컵, 싱크대와 개수대 찬장, 통나무 테이블 4개를 주고 헐값에 샀다. 얼음냉장고 얼음 두 덩이 넣고 물을 채웠는데 물이 줄줄 샜다. 수철의 기발한 아이디어대로 입이 아프도록 껌을 씹어 얼음냉장고 물이 새는 곳을 틀어막았는데 다행히 물이 새지 않았다.
순미는 틈틈이 요리 연습하며 모르는 것은 옆집 고추방앗간 아주머니에게 배웠다. 아주머니는 호적상 통장 부인이었다. 통장은 시장에서 장사하는 작은 부인에게 아들을 얻었다. 아주머니는 본처지만 아기를 낳지 못하니 기가 죽었다. 기나긴 밤을 아들을 키우며 독수공방 했다. 통장은 양심은 전당포에 잡힌 건지, 보약을 달여 통장에게 먹이지만 부인을 쥐 잡듯이 했다. 작은댁이 시장 모퉁이에서 장사해서 돈을 벌었는데 방앗간 큰댁에게 형님 형님. 입에 혀처럼 굴었다. 미안한 건 아는 걸까,
순미는 어릴 적 외가에서 보던 광경 같았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큰 외숙모는 아이들을 기르며 독수공방 하고 씨받이 팔푼이숙모는 외삼촌을 독차지했다. 외삼촌은 팔푼이 작은 외숙모에게 3남매를 얻었다. 팔푼이 외숙모는 보리쌀이나 쌀을 주고 엿을 사 먹는 순수한 여자다, 지적 장애를 가졌지만 남편 사랑을 독차지했다.
순미는 처녀 적 분식을 하던 특기를 살려 닭칼국수를 했다. 닭을 통째로 삶아 국물을 육수로 사용하고 고기는 뼈에서 발라냈다. 밀가루에 소금과 식용유, 콩가루를 넣고 반죽하여 쫀득한 손칼국수와 삼계탕이 인기 메뉴였다. 지역의 공무원들과 유지들이 주 고객이었다. 1982년 12월. 개업 첫날, 생일 집에 통닭 세 마리를 주문받았다. 수철은 간 마늘과 간 무, 생강즙과 미제 소고기 다시다와 소금, 후추로 양념소스를 만들어 생닭에 칼집을 내어 양념에 재웠다.
이른 아침 순미는 주문받은 치킨을 튀기기 위해 가스버너에 불을 붙였는데, 불꽃이 나오지 않아 심지를 키웠는데 불꽃이 튀어나왔다. 중고 버너라 전날 구멍을 바늘로 뚫었는데 이물이 불길을 막은 모양이다. 순미는 강남 반포에서 비싼 돈을 주고 한 파마머리가 불에 그을러서 눈물이 났다. 근처 미장원에서 쇼커트로 머리를 잘랐다. 순미와 수철의 소라집 생맥주와 치킨집은 우여곡절 속에 그렇게 시작되었다.
순미는 막내 시누에게 받은 결혼 때 받은 금반지 쌍가락지를 장롱 속에 모셔두었다. 설비가 끝나자 돈이 뚝 떨어졌다. 생맥주를 받을 초기자금이 없어 쌍가락지를 전당포에 맡겨야 했다. 수철은 삼천 원 짜리 짝퉁 다이아 반지를 끼워주었다. 순미는 짝퉁반지를 애지중지 끼고 다녔다. 시간이 지나 도금이 벗겨져 보기 흉했다. 수철의 사랑이 짝퉁인가,
집안 어른들이 결혼을 반대해서 순미에게 복수하는 것인지 그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순미는 수철의 친구들이 찾아오기 힘든 곳으로 이사하고 싶었다. 수철이 부산에 내려왔다. 그들은 태종대 자살 바위에 내려가면서 순미에게 ‘첫 발자국’을 들려주었다. 수철은 순미에게 첫 발자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