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저승사자가 오다

[ 단편소설 연재 ] < 인생 역전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영재는 인천에 원정 가서 게임하며 게임천재들과 교류했다. 수원의 게임방에 새로운 머신이 들어왔다는 정보를 접했다. 수원 게임방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게임에 돌입했다. 날이 새는지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자판을 두드렸다. 하루 한 끼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며 점수가 나길 기다린다. 가슴이 터질 거 같다. 경마와 포커 게임 하느라 무아지경에 빠졌다. 급히 현금인출기에 카드를 넣고 돈을 인출했다. 천만 원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며칠을 컵라면만 먹으니 배와 등짝이 들러붙었다. 배에 가스가 차고 변비와 설사로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2주 만에 집으로 왔다. 배가 고프다. 하얀 쌀밥에 버터를 넣고 간장에 비벼먹고 싶다. 영양가 있는 것을 먹고 기운을 차리고 싶다. 대체인력 사무실에 출근했다. 일당에 세다는 일에 자원했다.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장에 파견되었다. 운이 좋은 날은 버려진 옷가지에서 오천 원이나 천 원짜리 지폐나 동전이 나오기도 한다. 신나는 메들리 음악을 들으며 엉덩이춤을 추는 경미 때문에 같이 일하는 하루가 즐거운 영재다.



영재는 일당이 센 일만 지원한다. 3미터 깊이의 지하 탱크에서 뿌레카로 바닥을 깨뜨린다. 깨뜨린 잔재물을 삽으로 퍼서 두레박에 퍼담았다. 두레박에 담긴 잔재물은 지상으로 올라간다. 뿌레카다 바닥을 뚫을 때 두개골이 흔들린다. 막힌 공간이라 뿌레카의 고음이 열 배 이상 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코안에 먼지가 쌓이고 귀도 먹먹하다. 꼬박 한나절 반을 뿌레카가 뜯어낸 잔재물을 삽으로 퍼서 두레박 통에 담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지상에 잠깐 올라와서 식사를 하고 식사를 마친 후 커피 한 잔 하고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네모반듯한 널빤지 안에 시멘트와 모래, 물, 돌이 섞인 것을 레미콘이 토해내면 긴 호스를 통해 우르르 부어졌다. 기술자 한 명과 나무 판때기로 바닥을 출렁거리며 고른다. 오후 3시경에 일이 끝나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눈은 침침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깥세상이 낯설다. 외국에 온 거 같다. 차 소리나 잡다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 소리만 들린다. 머리와 귀가 깨질 듯이 아프다. 일당 8만 원인데 15만 원을 받았다. 그는

온몸으로 뒤집어쓴 먼지부터 씻어야 했다. 3층 옥탑방까지 기어서 겨우 올라갔다. 온몸과 머리, 귀가 몽둥이찜질을 당한 것처럼 멍하니 너무 아프다. 먼지와 시멘트 가루가 범벅된 옷을 벗어 세탁기에 돌렸다. 비누 거품을 범벅하여 온몸을 닦아내고 머리도 비누와 샴푸로 거품을 내서 여러 번 닦으며 머리의 먼지들을 떨궈냈다.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고생했으니 잘 먹어야 하겠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야 뭐라도 사 먹는데 나갈 수 없다. 쌀밥 대신 컵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했다. 파스의 비닐을 벗겨 몸 여기저기에 대여섯 개쯤 붙였다.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아프다 보니 잠이 들지 않는다. 머리카락 몇 올이 눈에 띄자 평소 같으면 벌떡 일어나 테이프로 꾹꾹 찍어내겠지만 몸을 전혀 가눌 수 없다. 한 여름인데 몸에 한기가 들고 땅속으로 꺼져 들어간다.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시체처럼 반듯이 누웠다. 기운을 차리려고 우동을 먹고 다시 누웠다. 시간이 얼마만큼 흐른 것일까,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다. 주위가 어둡고 배가 고프다.


애벌레처럼 기어 윗목에 놓인 쿠키를 집어넣고 오물거리다 물을 마셨더니 허기가 가신다. 시간이 흘렀다. 밤인지 아침인지 알 수 없고 주위가 컴컴하다. 몸을 가눌 수 없다. 허리도 아프고 귀도 먹먹하다. 몽둥이찜질로 고문당한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 남아있는 진통제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눈은 떠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저승사자가 다녀갔다. 따라가지 않겠다고 버둥댔다. 우주 공간인지 도통 분간할 수 없다. 낮과 밤이 여러 번 바뀐 것일까, 베개가 축축하다. 배와 등짝이 붙은 시체가 방가운데 반듯이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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