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 연재 ] < 사랑학 개론 > 유정 이숙한
순미는 장사가 잘 됐지만 아기를 갖고 싶었다. 16시간 서있다 보니 임신이 되지 않았다. 소라집을 타인에게 양도했다. 부천 남부역 주택가에 방을 얻어 몇 달 동안 쉬면서 건강을 추슬렀다. 수철이 일거리를 찾아보았지만 할만한 일자리가 없었다. 보다 못한 순미가 다시 가게를 얻자고 했다.
새로 얻은 가게가 소라집 보다 4배나 넓었다. 노란 의자와 깔끔한 중고 탁자를 샀다. 황학동에서 타이머가 달린 새 튀김기를 사고 싱크대와 설비들도 중고로 구입했다. 통장에 있던 많은 돈들이 녹아내렸다.
통유리창에 피노키오 그림을 붙였다. 결혼 3년 차, 기념하기 위해 도널드치킨 가게 문을 닫고 남한산성으로 놀러 갔다. 유서 깊은 남한산성을 돌아보며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순미는 넓은 세상으로 나오니 행복했다. 컵라면으로 추위에 언 몸을 녹이고 떱떠릅한 도토리묵무침이 맛있다. 작은 것에 만족하니 행복했다.
역시 사람은 돈을 벌어야 활기가 있는 거라고 이심저심 생각하는 그들이다. 수철이 온유하고 많이 달라졌다.
도널드치킨 가게는 근처 아파트와 가게에서 닭칼국수와 치킨 주문이 많아 배달이 많았다. 수철은 캔터기 후라이드 치킨 양념에 진심이다. 순미는 생닭에 무와 마늘, 생강을 갈아 넣고 후추를 넣는다. 밑간을 한 도널드치킨은 연하고 바삭해서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돈도 꽤 벌었다. 1년이 될 무렵. 순미는 배가 아팠다.
병원에서 검사하니 임신이라고 하자 순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임신인 줄 알고 가슴을 여러 번 가슴을 졸이다 보름쯤 지나면 생리가 시작되었다. 결혼 3년 차 아기를 가지니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은 순미는 행복했다. 들떠있는 수철의 마음도 꽉 붙들어 멜 수 있을 거 같았다.
태아가 착상하는 과정 중에 아랫배가 아픈 순미는 방에 들어가 자주 누워있었다. 수철은 땀을 흘리며 치킨을 튀기고 햄버거와 돈가스를 만드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순미의 배가 불러오자 혼자서 주문한 요리를 소화해 낼 수 없는 수철이다. 배 부른 순미가 칼국수 배달을 도와주지만 중과부적이라 가게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주택가 다락이 있는 아담한 한옥, 문간방을 얻었다. 순미는 쉬면서 시도 쓰고 책도 여러 권 읽으며 일어공부도 했다. 비가 내리는 칠월 어느 날 첫딸을 낳았다. 아빠가 된 수철은 너무 기뻤다.
수철이 영업사원으로 일한다. 회사에서 지급한 일비로 점심과 교통비는 충당된다. 순미는 돈을 아끼느라 됫박쌀을 사다 먹고 백김치를 담가 먹었다. 아기가 백일이 지났다.
그 상태로 가면 세 식구 죽도 끓여 먹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한 순미다. 아기가 백일이 될 무렵 구로구 고척동 꼭대기 아파트 앞 언덕, 철탑 아래에 학고방 같은 작은 가게를 얻었다. 아기랑 자려면 좁아서 방을 넓혔다.
홀이 없으니 배달 위주로 파파치킨가게를 열었다. 치킨 배달이 많았다. 수철은 치킨을 튀기고 정신없이 배달했다. 순미는 아기를 보행기에 앉히고 밥을 짓고 생닭에 양념 재우는 것도 도왔다.
콜라 한 병 값에 아프리카 유모차를 얻었다. 깨끗이 닦으니 새것 같다. 교대로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있어 행복하다. 첫돌이 지나자 한 걸음을 떼더니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수철은 체인본부 사업을 시작하느라 자리를 자주 비웠다. 순미가 치킨을 배달하기 위해 아기를 재워놓고 나갔다. 가게로 돌아와 보니 아기가 보이지 않는다. 앞이 캄캄한 순미는 혼비백산하여 다시 나갔다. 건너편 치킨집 여자가 아기를 안고 온다. 순미는 순간 다리가 풀렸다. 아기가 자다 깨어 비닐문을 밀고 큰길을 네 발로 기어 다녔다. 장사가 안 돼 파파치킨 집만 바라보던 앞집 여자가 천만다행하게 아기를 붙잡아 준 것이었다.
아기를 야채 가게에 맡기고 배달을 갔다. 그 집도 장사가 바쁘다 보니 아기가 가게 안을 기어 다녔다. 그들은 3년 만에 얻은 귀한 딸을 잃을 거 같아 서울을 뜨기로 작정했다. 수철이 말했다.
"앞으로 서해안 시대가 도래되니, 서해안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