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금연학교에 가다

[ 장편소설 연재] < 사랑학개론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수철은 서해안 시대가 도래된다며 지도 책을 보고 서울에서 경기도 화성군으로 이사했다. 시골집 마당에 작업장을 짓고 식품회사를 차렸다. 그는 뒷주머니에 나무 저를 꽂고 다니며 막무가내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식품 허가도 득하지 않고 영업을 하느라 설치고 다녔다.


경쟁업체에서 그들 부부에게 품질이 떨어져 거래처를 빼앗겼다. 그들은 가격이 비쌀 때 가만히 있다 원료 가격이 하락하자 순미 제조장을 무허가 업체로 신고했다. 어느 날 제품을 생산하고 시간대에 공무원들이 카메라를 들고 작업장으로 쳐들어와 사진을 찍어갔다. 그들은 무허가 제조업자로 현행범이 되었다.


3년 가까이 식품 허가를 내려고 발버둥 쳤으나 경쟁업체에서 부군수 백으로 허가를 득하지 힘으로 눌렀다. 제아무리 용을 써도 식품신고증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군청 위생과에 여러 번 불려 가서 조서를 꾸몄다. 위생계장이 제발 속 썩이지 말고 용인의 허가 난 공장을 소개해 줄 테니 이전하라고 닦달했다.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을 허가 부서끼리 탁구공으로 핑퐁 치듯 서로 미루며 시간을 질질 끌었다.


수철의 매형은 공직에 있었다. 꼬인 매듭을 풀 수 있었다. 식품제조신고증이 나오고 공장을 잘 꾸려갔다.

대기업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승승장구했다. 식품제조업이 날로 발전했다. 매출도 늘었다. 그런데 공장 앞에 4차선 도로가 났다. 다른 곳으로 토지를 사서 공장을 이전했다. 2005년 봄날이었다. 새로 이전한 공장에서 폐수를 무단 방류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법경찰관이 들이닥쳤고 사진을 찍어갔다.



순미는 채소 뿌리나 줄기를 즙처럼 갈아 정화조에 담아 놓으면 업체를 통해 돈을 주고 농가에 거름으로 주기로 구두 약정했다. 즙처럼 갈아 정화조에 담은 것을 물고 늘어졌다. 새로 신축한 공장은 위탁 폐수로 신고가 되었는데, 순미는 알지 못했다. 수철이 설계사무실을 통해 일을 했으니 모를 수밖에.


법을 모르면 법의 그물에 갇힌다. 파파라치는 법을 어기는 사람을 엮는 전문가다. 법을 어긴 업체를 신고하여 돈을 챙긴다. 7년 동안 지도행정을 한 번이라도 받았으면 순미가 하는 방법을 배워서 했을 것인데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누군가 그들이 폐수를 무단방류한다고 제보하여 검찰청에서 출두 명령이 떨어졌다.


검찰청 출두 명령이 떨어지면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상담을 받고 가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 것도 모른 두 부부다. 법을 모르면 법의 그늘에 갇힌다. 위탁폐수로 허가를 득하고 폐수를 위탁하지 않았으니 꽁꽁 엮일 수밖에. 대기업에 납품하느라 까다로운 식품법규만 따지느라 위탁으로 폐수를 퍼가기로 득한 사실을 까맣게 잊은 수철이다.



공장을 전보다 크게 지어 이전하고 매출도 커졌다. 수철이 접대하느라 예쁜 애인과 거래처 부장의 비위를 맞추다 보니 법의 그물에 낚였다. 검찰청 수사관이 캐물었다. 순미는 정화조 차에 돈을 주고 버린 영수증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7년 넘게 폐수를 한 번도 위탁처리를 하지 않았으니 수철이 금연학교에 갈 수밖에. 수철은 순순히 인정했다. 순미는 인정하지 않았다. 두 번째 검찰청에 출두한 날, 수철은 검찰청 유치장에 갇혔다.


수철은 비염이 심하고 폐결핵을 앓았던 터라 폐쇄 공포증으로 숨을 헐떡 거렸다. 순미의 가슴에 눈물 바위가 자란다. 눈물 바위는 세월에 삭아 돌덩이가 조금씩 부서졌다. 순미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구속적부심을 받았으나 석방되지 않았다. 모르고 지은 죄도 미필적고의란 죄목이었다. 순미가 검찰청과 변호사 사무실을 오가며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수철은 금연학교 안에서 황토 빛 죄수복을 입고 흰 고무신을 신고 면회를 간 순미를 맞아주었다. 그의 눈빛은 증오에 차 있었다. 순미가 검사에게 말대꾸해서 괘씸죄로 잡혀갔다고 생각했다.


원망하는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구치소에서 빨리 꺼내 달라고 보챘다. 수철은 하루하루 지쳐갔다. 정신적인 착란을 일으켰다. 그런 수철을 바라보는 순미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접대한답시고 젊은 애인을 여러 명 관리해서 미웠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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