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 연재 ] < 사랑학 개론 > 유정 이숙한
수철은 두 번째 공판을 받고 형이 얹어졌다. 몇 년 동안 폐수처리를 하지 않았으니 처리비용을 벌금으로 내
야 할지 모른다며, 순미에게 벌금을 낼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울 거라고 말하던 그는. 막상 금연학교에 입소하니 숨을 쉬지 못한다며 빨리 내보내달라고 순미를 보챘다. 수철은 접대하기 위해 여러 장미들을 키웠다.
순미는 수철에게 그런 식으로 복수하기 싫었다. 당당하게 맞서고 싶었다. 흐르는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수철을 사랑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연민의 정 때문일까?
순미는 변호사 사무실을 오가며 수철을 면회했다. 그는 호흡곤란으로 눈빛이 달라졌다. 순미가 증거자료를 챙겨주고 선임된 변호사가 변론을 잘해준 덕분에 초범인 수철이 28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수철은 자유의 몸이 되자 행복했다. 순미와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행복했다. 그들은 한 달 만에 만나 뜨겁게 포용하며 오랜만에 회포도 풀었다. 같이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수철은 순미에 대한 미움이 진심이 아니었다.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구월, 순미는 부친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었다. 부친의 병세가 악화되어 패혈증으로
의식을 잃었다. 신앙으로 무장하여 모진 고통을 견뎌낸 부친은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순미는 교통사고로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로 인해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병원으로 달려갔다. 부친의 마지막 얼굴을 보았다. 의식이 돌아왔지만 2주를 넘기지 못했다. 순미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세상이 끝난 거 같았다. 마음을 어디에 둘지, 진심 어린 위로가 필요했으나 수철은 금연학교를 다녀오고 나서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순미는 코스모스를 보면 부친과 순미의 결혼을 반대하던 큰오빠가 생각나다. 순미는 마당 끄트머리 나무들 사이에 참외와 고구마를 심었다. 햇볕이 잘 들게 가지를 쳐주고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수철은 장화를 신고 뙤약볕 화단에 앉아있는 순미가 싫었다. 작업화 신고 밭에 풀을 뽑으면 사장 얼굴에 먹칠한다고 화를 냈다. 사장 부인은 우아하게 멋진 옷을 차려입고 사무실에서 일하고 살림을 하길 바랐다.
두 사람은 사업운영 방식이 다르다. 순미는 직원에게 인격적으로 대해주어야 신명이 나서 일을 잘한다고 믿고 수철은 권위의식을 가지고 직원을 대했다. 역지사지하여 상대방 입장이 되어 서로 이해하면 대화가 통하는데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내 틀에 꿰맞추려고 하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었다.
수철과 순미가 치과에 치료받으러 갔다. 수철이 핸드폰을 순미에게 맡기고 들어갔다. 수철의 핸드폰이 울렸다. 교양이 넘치는 상큼이였다. 순미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 안녕하세요? 상큼 씨. 애들 아빠에게 상큼 씨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우리 언제 만나요?
- 저도 언니 이야기 오빠를 통해 많이 들었어요. 그럼 우리 언제 뵐까요?
그때 치료를 마친 수철이 상큼과 순미의 통화를 듣고 화들짝 놀라서 전화를 빼앗아 간다. 수철이 말한다.
- 왜, 남의 전화는 받고 그래, 만나긴 뭘 만나겠다는 거야?
- 지성미와 교양이 넘치고 목소리도 예쁜 것이 당신 이상형이네. 대화도 잘 되겠어요. 나보다 더 사랑하는 여자 생기면 언제든 내 자리를 내줄게요, 하루를 살아도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야지.
- 목소리 예쁘고 교양 있지? 제주대 나왔어. 내가 이상형 이래! 이혼하고 자기랑 재혼하자고 해. 이혼하고 받은 위자료가 수 억 있다며 카페를 같이 운영하자고 하던 걸.
- 그럼 그렇게 해요. 아! 어린이날 아이들이랑 에버랜드 갔다 올 때 전화 온 게 상큼 씨였구나. 눈치 없이 문자 와서 차 안에서 우리 엄청 싸웠잖아? 당신이 변명해서 화가 나서 우리 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집에 왔지.
- 맞아, 사실은 그날 상큼이 딸이랑 우리 작은딸 데리고 에버랜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펑크 내고 말았어. 가정을 버리고 갈 만큼 사랑한 여자는 아니야, 손가락이 짤막해서 정 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