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연재) 모태 솔로

18. 꼴에 사내라고? 여자 보는 눈은

by 유정 이숙한


본시 돈이 없으면 먹고 싶은 것이 많은 법! 돈이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법인데 월급 타서 외상값을 갚고 나니 허전하다.


돈이 없을 때 먹고 싶었던 거 먹느라 보름이 지나니 주머니가

비어져가고 배가 고파지는 것 어쩌겠나!


주모는 긴 시간을 주막을 찾을 고객을 기다리며 보낸다.

먹고 간 거 빼곡히 적은 거 위에 엑스자로 쓱쓱 지운 치부책.

그 아래 공백에 길게

토시를 달을 날을 기다리며 긴 한숨을 토해내는 주모다.


한 작자는 술 석 잔에 취해 옆 테이블에 앉은 젠틀맨이

한심한 눈으로 째려봤다며 사람 무시하지 말라며 시비를 걸었다.


한 잔 들어가면 시비 거는 건 찬수랑 닮았다.

찬수는 떼쓰는 어린아이 달래듯 어깨를 토닥거리며 작자를 달래준다.


듣기 좋은 말을 주어다 섬기며 립서비스를 놈을 달래

계산을 치르게 하고 내보냈다.


또 어떤 놈은 왕년에 왈짜패 두목인 양 객기를 부리고 식탁을

엎어버리는 등 벼라 별 물건들이 많다.


그런 허접한 인간이 눈에 띄면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양

참지 못하고 나서는 인간이 찬수다.

그도 예전에는 술을 마시면 새색시처럼 말이 없었는데 그도 옛말이다.


요즘은 술만 처먹으면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에게 툭하면

시비를 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여기 주막에 드나들고부터

꿀이라도 처발라놓았는지 얌전하다.


상남자라도 된 양 착각하고 있는 그였다.


손님 중 재수 없는 인간이 술 취해 아무에게나 엉겨 붙고

시비 거는 인간이라며, 밥맛이 없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찬수가 심한 건망증이나 침해에 걸린 걸까,


술 취해 시비 거는 인간에게 그가 말했다.

- 사장님 오늘 멋지세요! 기분 좋게 한 잔 하셨어요? 여기 계산서입니다.


라고 띄우며 칭찬한다. 일단 기분 좋게 밥값과 술값을 받아

내고는 볼 장 다 봤으니 떠밀다시피 밀고 나가면서

- 감사합니다. 회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또 오십시오, 회장님!

고개를 90도로 숙여 깍듯이 절하고 문을 닫았다.

그러면 그 작자는 회장이라도 된 양 의시대며 돌아갔다.


어떤 인간은 홍어 맛도 모르면서 홍어삼합을 시켜 먹으며

술 몇 잔 걸치자, 시비 걸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사장님, 홍어 이것 말고 다른 걸로 바꿔주세요, 한번

먹어봐요. 내가 홍어를 많이 먹어봤는데 이건 냄새가 좀

심해요? 묵은지도 너무 시고. 막걸리 먹게 파전이나 하나

부쳐줘요, 먹을 걸 먹게 해 줘야지 원.


주모는 주방으로 가서 홍어회무침을 만들어 가지고 나왔다.

혼자 두런두런 하더니

- 다음엔 홍어무침 드세요. 이렇게 잘 삭힌 홍어가 얼마나

귀하고 만난 것인데. 아이고 아까워라!

주모는 먹다 말은 홍어삼합을 가져가더니 선반에 두고.


팬에 기름을 두르니 ‘지지직―’ 거린다.


주모는 기름이 튀는 팬에 쪽파를 깔고 밀가루반죽을 그 위에

부어주고 삼겹살 몇 조각, 홍합살, 바지락살, 청양고추 썬 거

몇 개 얹고 채 썬 당근 채를 뿌리더니 밀가루 반죽 한 국자

올리고 사이사이 눌러준다. 팬을 위로 던져 파전을 뒤집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릇노릇 익은 파전을 넓은 접시에

담아 양념간장과 함께 손님 테이블에 갖다 주었다.


주막 분위기가 가라앉을 즈음. 저쪽 테이블에 앉은 팀 중

한 사람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찾다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소피가 급한 양 뒷간에 가더니 소식이 없다.


일행 중 또 한 놈이 엉거주춤 뒷간에 간다고 가고 마지막

남은 놈은 기분이 딸딸해 가지고 고개를 떨군다.


혼자서 술값 피바가지를 쓰려니 억울했던지, 뒷문으로

줄행랑을 치려다 매에게 들킨 쥐새끼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눈치는 구단인지라 바지춤을 추썩이며 소피가 급한 양 바지

가랑이를 쥐고 나가자, 화장실을 안내하는 척 찬수가 따라붙었다.

볼일을 다 본 놈이 슬쩍 화장실 문을 밀고 뒷문으로 나가려는

것을 낚아챈 찬수는 놈의 주머니의 뒤져 지갑을 찾아 셈을

치르게 했더니 억울했는지 금방 울음을 터뜨릴 기세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간다.


언놈은 젊은것이 막걸리 몇 잔에 혀가 꼬부라져 주모의

작은 어깨와 손을 만지고 끌어안으며 치근덕댔다.


그 꼴을 본 찬수가 경고를 보냈더니 웃통을 벗어 제치고

등짝과 팔에 그린 알량한 문신을 내보이며 본색을 드러내는 꼴이 점입가경이다.


비웃장이 틀어진 찬수는 놈의 멱살을 거머쥐고 밖으로

끌고 나가서 하는 말이


- 등짝에 그림 좀 그렸으니 네가 왈패라고 알아달라 이거여?

내 참, 겁 많은 것들이 말로는 뽀다구(폼)가 서지 않으니

지랄이지? 빨리 술값이나 내고 꺼져 짜식아? 꼴에 사내라고

여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주모는 남자도 아닌 것이 껄떡대는 꼬락서니가 재수 없다.

주모는 골통들을 알아서 교통정리를 해주는 찬수에게

점점 더 기대고 의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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