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 연재] < 사랑학 개론 > 유정 이숙한
수철은 겉옷으로 무릎을 덮고 스타킹을 신은 희연의 매끈한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짜릿하게 충전한다.
허스키한 희연의 목소리에 흥분된다. 희연은 대화가 통해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그녀의 탄탄한
허벅지 사이에 잡풀이 무성한 은밀한 섬을 들락거리자 동하지 않던 아랫도리가 빠르게 충전되었다.
그는 희연의 손을 가져다 빵빵하게 충전된 그것을 만지게 했다. 열기구를 타고 습기가 촉촉한 허공을 활보하다 내려올 때 희열과 기쁨에 빠져들었다. 희연은 자신을 충전시켜 놓고 나 몰라라 하며 책임지지 않는 그가
미웠다. 희연이 어깃장에 놓으며 그의 아내에게 폭로하겠다고 겁박했다.
그는 20대 성병에 걸린 이후 다른 여자와 피부 접촉을 꺼린다. 파르르 떨리는 희연의 허벅지를 상상하니 빳빳하게 살아난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그런 상상을 하며 빠르게 골인지점으로 달려간다. 순미가 70%쯤 달려갔을 때 골인지점에 골을 넣고 끝났다. 순미는 30%를 풀지 못해 아랫배가 아팠다. 희연은 자신만 충전하고 그녀를 풀어주지 않아 화가 나서 아내에게 폭로하겠다고 겁박했다.
그는 록 음악과 드럼연주를 좋아하고 순미는 가곡이나 클래식을 좋아한다. 그들의 사업체가 기우뚱거리자
마음을 달래려 록 연주를 감상하러 라이브 카페에 갔다. 순미는 음악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장단을 맞췄다.
그녀가 그와 다투다가 록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데 장단을 맞춰주느라 춤을 추었다고 실토했다. 그 말에 충격을 받은 수철이다. 그는 자신을 멋진 남자로 인정해 주는 선후배에게 술과 밥을 사줘도 아깝지 않았다. 술은 혜란에게 지은 죄의식에서 자유롭게 해 줬다. 내리막과 오르막 길을 오가던 사업체가 자리를 잡았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술 접대가 그의 일상이 되었다.
원료 가격이 고공 행진하자 매출처를 찾아간 수철과 순미. 대표를 대신해 협상테이블에 앉은 전무에게 수철이 볼펜을 내던지며
"우리가 거지예요? 우리가 말한 대로 올려주지 않으면 거래를 그만두겠어요."
수철은 ‘을’이었지만 ‘갑’처럼 행동했다. 그 바람에 갑의 미움을 받아 매출이 급감했다. 그로 인해 경영이 악화가 되었고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순미의 의견은 무시하고 일방통행했다. 순미는 속상했다. 문학 동호회 회원인 시인 바람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전무가 금품을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순미는 손해를 봤으니 원료가격이 하락하면 손해 본 것을 찾아야 한다며 협상테이블에서 자리를 지킨 덕분에 거래는 끝나지 않았다. 원료 가격이 비쌀 때 2억의 손해를 보며 납품하다 하강하는 시점에 거래를 끊겠다고 하자, 일원화이던 납품 창구가 이원화되었고 손해를 본 금액 1억 5천은 영원히 찾을 수 없었다. 순미는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순미는 답답한 마음을 풀길이 없어 여고 단짝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수철과 성격도 맞지 않고 잠자리도 맞지 않은데 어떻게 사느냐고 했다. 돌싱에게 돈을 싸가지고 시집가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며 속상하다고 했다.
순미가 이혼하고 싶다고 하자 친구는
“혼자가 되려면 똑똑한 바보가 되어라, 제발! 네가 설 자리가 어디인지 생각해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렴.
배울 만큼 배운 너니까. 시인으로도 성공해라!”
순미는 이십여 년 동안 묵혀둔 부당한 삶을 털어놓았다. 가슴이 뻥 뚫린 거 같았다. 공허함 뒤에 오는 허전함이랄지 입맛이 개운치 않았다. 순미는 부평역을 가는 동안 고민의 늪에 빠졌다. '집으로 가야 하나, 종로로 가야 하나?' 그가 정모에 온다고 했다. 자석에 끌리듯 그의 발은 종로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핸드폰이 연거푸 운다. 수철에게 친구와 찜질방에 간다고 했는데 전철 소리를 들으면 수철이 호출할 게 자명한 일, 그녀는 종로 2가에 내려 주점으로 걸어갔다. 주점에 가니 여러 회원이 모였다. 바람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요동친다. 목소리만 들었는데 마음이 간다. 시에 대해 소통하니 살 거 같다. 일행은 조용한 곳으로 옮겨 저녁을 먹고 문학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리다 보니 밤 열한 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