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 연재 ] < 사랑학 개론 > 유정 이숙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수철에게 딸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봐 주길 바랐던 그녀다. 그녀는 환자용 침대를 일으켜 세우고 쿠션을 등에 대고 그를 앉혔다.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TV 화면을 바라본다. 제 발로 걸어서 화장실 출입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수철이다. 그가 바라던 삶이 아니다. 살기 위해 그녀의 손을 빌려야 했으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두 딸의 부름에 방문 간호사가 왔다. 수철은 남자 간호사의 손을 잡고 5미터 거리를 걸음을 떼어보았는데 숨이 차서 공포감이 몰려왔다. 한 발짝 옮길 때마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순미는 그의 운동하는 모습을 딸들에게 보내주었다. 딸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수철은 기운이 없어서 더 그런 거 같아 소고기 육회가 먹고 싶었다. 순미가 사다 주었다. 순미는 건강할 때 자주 먹던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만들어 주고 평소 잘 먹던 한우 곰탕도사다 주었다. 한우 갈비를 푹 고아 고기를 잘게 다져주고 국물을 먹였다. 그는 씹을 때 숨이 차서 고기를 덜 익혀 달라고 했다. 살짝 익힌 불고기를 먹고 장염에 걸려 설사를 여러 번 했다. 누워 있으니 몸의 근육이 빠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처럼 애잔했다.
요양보호사와 순미가 등을 닦느라 옆으로 눕히면 숨이 차서 등을 닦지 말라고 애원하는 수철은 움직이지 않고 누워서 산소줄을 통해 나오서 산소를 마시는 것이 편했다. 순미가 잡곡밥으로 만든 미숫가루와 꿀을 섞어 빨대로 마시며 꺼져 가는 생명을 붙들고 있었다. 7개월이 지나자 등에 촘촘하게 났던 물집들이 딱지가 앉더니 깨끗이 사라졌다. 몸의 근육들이 빠지고 기운이 쇠잖해졌다. 미라처럼 갈비뼈들이 튀어나왔다. 72킬로이던 몸이 50킬로대로 내려갔다. 그의 눈이 침침해지고 진득한 독소가 흘러나왔다. 119구급차를 타고 안과에 가는 길에 수철은 춥다며 순미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 안과에 가서 진료하고 소독하고 약을 처방받고 왔다.
폐섬유화증은 폐렴이 제일 무섭다는데 혀에 침샘이 막혀 입이 마르니 참기 힘들었다. 인공 타액을 뿌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침이 없으니 입맛을 잃었다. 순미가 죽을 먹어주지만 숨이 가빠서 삼키기 힘들어 우물거리다 뱉어낸다. 달달한 영양캔과 두 끼 미숫가루 물이 그의 식사였다. 입맛을 돋워주는 약을 먹고 기침이 심해져 고생했다. 극도의 기근으로 시달린 전쟁 난민처럼 무릎뼈가 다리뼈보다 도드라지고 종아리는 겨울나무처럼 앙상했다. 그의 기억 중추에 문제가 생겼는지 꿈과 현실의 벽을 넘나들고 있다.
순미와 작은딸은 만두를 만든다. 찜통에 쪄낸 만두 몇 접시를 먹어치울 수철이지만 관심이 없다. 청폐 한약을 1년 치 복용하면 면역력이 완성되어 입맛이 돌아온다. 석 달만 버티면 살 수 있다고 주문하는 순미다. 그가 숨이 쉬어지지 않아 산소를 4리터로 상향시켰다. 수철은 5개월 전 5월에 딸들에게 < 엄마에게 효도하라! > 첫 번째 유언을 남겼다. 8월이 되자 숨이 멎는 거 같다며 두 번째 유언을 같은 내용으로 남겼다. 움직이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수철이 그녀에게 수면제를 사 달라고 졸랐다. 순미는 조금만 더 버텨보라고 그를 달랜다.
수철은 몸의 근육들이 빠져 28% 감량이 왔다. 10개월 전 그녀는 법적 마누라도 아닌데 호흡 곤란이 온 그를 대학병원응급실로 데려갔다. 응급실에서 단기 병동으로 이동했다. 호흡 곤란보다 병원비가 걱정이었다.
그의 폐가 30% 살아있고 석회화되었다. 5일 입원했는데 병원비가 걱정되어 좌불안석인 수철은 통장의 잔고가 혓바닥을 드러냈다. 순미는 사회 복지팀에 부탁하여 병원비를 지원받아 그의 걱정을 해결했다.
그는 퇴원 후 약을 한 달 복용하고 재처방을 받으러 내원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 가진 80대 노인이 20년째 매달 약을 타간다며 흡연 중이라고 했다. 공기 좋은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적당히 움직이며 근육을 보전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수철은 금연을 했고 근육을 움직여야 사는데 숨이 가쁘니 움직이지 않으니 가슴 뼈가 툭 튀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