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동화 연재 ] 유정 이숙한
나는 태어난 지 두 달된 고양이야. 엄마가 낳은 형제들이 뿔뿔이 헤어졌지만 난 아직 엄마 옆에 남아 있어
행복해. 추운 겨울 어느 날 아저씨가 날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멀리 데려갔어. 난 가기 싫었어. 앞이 캄캄했어, 난생처음 차를 타고 가니가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거 같았어.
어느 집에 도착했어. 키가 작고 덩치가 큰 아줌마가 우유에 밥을 말아 주었지만 속이 좋지 않아 먹을 수 없었어. 깜깜한 밤 전봇대가 윙윙 소리 내어 울었어. 난 너무 무서웠어. 엄마가 보고 싶어 '야옹야옹' 울었어.
그때 할머니 개가 내 옆으로 오더니 따뜻한 품에 안아주며
“아가야, 엄마 보고 싶어 우는 거니? 차멀미를 해서 밥을 먹지 않았구나. 이리 와 엄마가 젖 먹여줄게.”
“야옹, 할머니는 나이가 많은데 어떻게 젖을 준다고 해요?”
“나는 사랑을 느끼면 젖이 나오는 마술을 가졌거든. 한 번 먹어볼래?”
할머니 말대로 달달한 젖이 나와 눈물이 날 거 같았어. 할머니가 요술을 부린 걸까? 춥고 외로운 밤 엄마 젖을 먹고 따뜻한 엄마 품에서 잠이 들었어.
방울이 엄마는 할머니 개라 앞니가 모두 흔들렸어, 날 낳은 고양이엄마도 아닌데 젖을 먹을 수 있으니
행복했어. 이제 외롭지 않아, 행복한 고양이야. 내가 할머니 개 엄마에게
“엄마, 나리에게 젖을 먹여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엄마도 나리가 있어 행복하단다!
고양이 엄마 젖을 먹을 때 앞쪽에 있는 젖은 쭉쭉 잘 나왔어. 힘센 형들이 차지하고 난 힘이 없어 맨 뒤쪽'
젖을 먹었는데 많이 나오지 않았어. 난 먹어도 삐쩍 마르고 늘 배가 고팠어.
내가 엄마에게
“엄마는 할머니 개인데 고양이인 따뜻한 젖이 나오는 거야?”
“나리가 엄마를 부르면 행복한 마술에 걸려서 젖이 나오는 거야!”
엄마의 품에 안기면 행복이란 마술에 걸려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어.
따뜻한 봄이 왔어, 나도 자라 키와 덩치가 커지고 송곳니와 발톱도 뾰족해졌어.
밤이면 뒷산 참나무 가지에 날아올라 잠든 참새와 비둘기를 사냥했어. 어느 날은 농수로 주름관 속에 잠든
꿩을 사냥한 적도 있어.
내 눈은 어두운 밤이면 적외선 카메라가 있어 목표물이 잘 보이거든. 난 몸을 날려 참나무 가지에 날아올라
잠든 새들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챘어. 따뜻한 새고기가 매일 아침 식사였어.
방울이 엄마가 날 보더니
“우리 나리가 사냥에 또 성공했어! 장하다. 엄마에게 새고기를 좀 나눠주겠니?”
“엄마는 이가 흔들리니 연한 살점으로 잘라 줄게.”
난 연한 살점을 떼어 엄마에게 주었어. 식사를 마치면 입술을 여러 번 닦고 하얀 털옷에 묻은 새의 흔적을
깨끗이 닦아냈어.
엄마가 말했어.
“나리야, 새고기 참 맛있구나! 넌 어쩜 사냥을 잘하는 거니?”
“뾰족한 발톱으로 새의 목이나 몸통을 누르고 새가 지치기를 기다리면 돼, 엄마.”
“네 발톱은 독수리 발톱을 닮았구나, 나랑 장난칠 때 네 발톱에 살짝 긁혔는데 무척 아팠어.”
“엄마랑 장난칠 때는 발톱을 쏙 집어넣을 게요. 죄송해요.”
“나리야, 머리가 세모난 뱀은 독사뱀이니 잡지 말아, 물리면 온몸에 독이 퍼져 죽을 수 있어. 또 뱀이
똬리를 틀었을 때 그 위에 올라가 뒹굴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는 네가 뱀에게 물릴까 봐 무척 걱정되고
가슴이 두근거린단 말이야?”
“전 가죽이 두꺼워서 뱀이 물지 못해요,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쿵 소리에 놀라 마당으로 나갔어. 복숭아나무에 청설모가 올라가 있었어,
나는 뾰족한 어금니를 드러내고 노려보았어, 청설모도 작은 송곳니를 드러내고 내게 겁을 주고 있었어.
내가 큰소리로
“청설모 너, 누구 맘대로 우리 집에 왔냐, 여긴 네가 좋아하는 밤도 없는 거 알고 있잖아?”
“난 잣이 먹고 싶어, 넌 잣 보다 땅콩을 좋아하잖아, 네가 오도독 땅콩 씹는 소리를 들었단 말이야.”
“남이야 뭘 먹든지 네가 왜, 신경 쓰니? 당장 꺼져, 우리 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널 낚아챌 거야?”
내가 화를 내도 청설모는 들은 척하지 않고 잣나무로 옮겨가기 위해 엉덩이를 실룩거리고 있었어.
난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내가 다람쥐와 족제비, 청설모, 꿩을 잡는 전문 사냥꾼인 거 모르니?”
“그럼 네가 날 잡겠다는 거야? 난 키 큰 소나무도 단번에 올라가는데, 넌 기껏해야 2미터 날아오르지만
난 이쪽 나무에서 저쪽 나무로 재빨리 옮겨 다니는데 어떻게 잡는다는 거야?”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네가 꺼지지 않으면 점심 식사는 너로 정할 거다?”
“그럼 그 무서운 밭톱으로 날 찍겠다는 거야, 난 너와 이웃인데?”
“이웃 좋아하시네, 잣이 먹고 싶으면 나눠 달라고 하지? 힘들게 키운 잣을 훔쳐 먹는 도둑을, 이웃으로
둔 적 없어, 당장 꺼져?”
“도토리와 밤만 먹었더니 고소한 잣이 먹고 싶어서 온 거야, 난 잣을 먹어야 하니까 저리 비켜?”
“우리 집 귀한 잣을 너, 따위 버릇없는 청설모에게는 한 톨도 내줄 수 없어, 빨리 가지 않으면 발톱으로
네 목을 찍을 거다?”
내 말에 청설모가 들은 척하지 않았어, 난 화가 나서 청설모를 공격했는데 용케도 내 발톱을 피했어,
난 화가 나서
“이 버르장머리 없는 도둑아, 내 발톱맛을 봐라, 어쭈구리 피했어?”
뾰족한 내 발톱에 찔린 청설모가 잣나무로 옮겨갔어. 내가 뒤쫓아 가서 청설모의 엉덩이를 물었는데
엉덩이 털만 한 움큼 뽑았어. 청설모가 울며
“내 멋진 꼬리털이 뽑혔잖아? 잣 좀 먹으려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으응 아파….”
청설모는 울며 도토리나무가 있는 뒷산으로 올라갔어.
할머니 개 엄마는 양지 끝에서 졸고 있었어. 며칠 전 여행에서 돌아온 깜순이 누나가
“엄마, 따뜻한 집에서 자요? 추운 데서 자면 입이 삐뚤어져요.”
“괜찮아, 조금 있다 갈 거야, 나리가 사냥을 나갔는데 늦네?”
“나리도 다 큰 청년 고양이라 씩씩하니 걱정할 거 없어요.”
내가 사냥에서 돌아왔어. 피곤이 몰려왔어. 방울이 엄마는 날 보더니 날 꼭 안아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