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이 된 아저씨

[ 창작동화 연재 ] < 축구공이 된 아저씨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 프롤로그 >

내가 말했어.

“이 멍텅구리야, 우리 집도 매일 쌀밥에 버터를 묻고 고추장 넣고 비벼 먹었단 말이야.”

내 말에 둘둘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거짓말하지 마! 넌 오늘도 꽁보리밥에 고추장 넣고 비벼 먹은 거 다 알고 있거든.”

“아니야, 쌀밥에 고소한 들기름 넣고 고추장에 비벼먹으면 진간장에 비빈 것보다 훨씬 더 맛있어.”

“야, 용융아, 우리 집에 가서 숙제하자, 나 숙제하는 거 도와주면 쌀밥에 버터 넣고 진간장에 맛있게

비벼줄게.”

“그래, 알았어, 나도 쌀밥에 고추장이랑 들기름 넣고 비벼먹었는데 소화가 다 됐나, 배가 고프네!”

“넌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지, 그러니까 말라깽이잖지. 용융아, 네 이름 쓸 줄 아니?”

“내가 바보니? 이름을 못 쓰게, 이거 봐 ‘정용국’ 썼지, 둘둘이 서명수도 여기 썼잖아?”

“정말? 책도 더듬더듬 읽던 애가 대단하네!”

“둘둘이 넌, 녹용 먹고 자서 살짝 모자라고 난 뇌염을 앓아서 천재잖아.”

“천재라고 지나가던 새가 웃겠다, 넌 어릴 때 뇌염을 앓아서 받아쓰기와 수학을 못하잖아?”


난 초등 2학년 때 뇌염모기에게 물려 몸이 펄펄 끓고 아팠어, 홍역까지 앓느라 20일 넘게 학교에

가지 못했어, 수학 시간에 많이 빠져서 수학은 못하지만 난 원래 천재였어.

“둘둘아, 내가 뇌염모기에 물리지 않았다면 천재 중에 천재였겠지?”

“학교 수업을 20일 넘게 빠졌는데 네 이름과 내 이름을 쓰니까! 천재인 건 확실해.”

“우리 엄마가 공부란 때가 있는 거래. 배우는 때를 놓치면 그때 배워야 하는 글이나 덧셈이나 뺄셈을

못하게 된 거래. 엄마가 학교 수업을 20일이나 빠졌어도 잘한다고 천재라고 했어!”

둘둘은 하얀 쌀밥에 버터를 묻고 진간장에 비벼주었어, 꿀맛이었어. 명수가

 “용국이 너도 나처럼 매일 쌀밥에 버터 넣고 비벼먹으면 살이 쪄서 아이들이 말라깽이수수깡이라고

놀리지 않을 텐데..”

“네 말이 맞아, 너도 나처럼 보리밥에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으면 날씬해질 거야.”

“난 고추장은 매워서 싫어, 진간장이 좋아.”


집으로 가는데 어디선가 축구공이 바람에 날아왔어. 주위를 살펴봐도 아무도 없었어. 바람이 살짝

빠졌지만 잘 굴러갔어. 축구공을 굴리며 가는데 같은 반 명태를 만났어. 명태가

“야, 말라깽이? 축구공은 어디서 났어? 훔친 건 아니지?”

“내가 도둑이니? 축구공을 훔치게, 축구도 못하는 녀석이 말이 많긴?”

난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다 교실에 들어갔어. 다음 시간이 국어시간인데

받아쓰기 하기로 했어. 보통 30점이나 40점을 맞았는데 이번에는 50점 맞았어.

명태가 나보고

“야, 말라깽이, 창피하게 30점, 40점이 뭐냐? 네 이름은 쓸 줄 아니?”

둘둘은 받아쓰기 40점 맞았어. 난 복잡하게 계산하는 수학이 싫고. 과학은 좋아하는데. 친구들이

받아쓰기 못한다고 놀려서 같이 놀기 싫었어. 축구공이랑 노는 게

훨씬 재미있어.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우리 집은 여전히 가난했어, 아빠는 인삼 농사짓는다고 집안의 돈을

다 가져가서 중학교에 보내주지 않았어. 큰 누나가 집에 오더니 누나네 집은 매일 쌀밥을 먹는다고 했어.

난 쌀밥이란 말에 누나를 따라 서울로 올라갔어.

누나 집에서 구두 짓는 일을 배우며 하얀 쌀밥을 먹으니 행복했어.

누나네 구두공장 옆 가게에서 ‘뿅뿅’ 소리가 들렸어.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서 가봤더니 오락기에 축구공

그림이 있어서 반가웠어, 축구를 오락기에서 했더니 재미있었어.

하루 세 번 쌀밥을 먹으니 정말로 행복했어, 구두 밑창에 본드를 발라 깔창을 붙이는 일을 주로 했어,

일이 끝나면 오락실에 가서 오락을 했는데 신나고 즐거웠어. 또래 친구들이 가방을 메고 중학교에 다녀도

부럽지 않았어.

누나가 주는 용돈으로 오락도 하고 맛있는 핫도그도 사 먹고 행복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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