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하얀 쌀밥에 버터

[ 창(작동화 연재] < 용용 아저씨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누나네 구두공장에서 20년 넘게 일해 돈도 벌고 기술도 늘었는데, 누나의 남편인 매형이 몹쓸 병에 걸려

하늘나라로 떠났어, 그 바람에 구두 공장이 문을 닫아 고향으로 내려왔어,

여전히 고향집은 꽁보리밥을 먹고 있었지, 난 입안에서 꺼끌 거리는 보리밥이 정말 싫어, 강 건너 외가가

있는 작은 도시의 회사에 취직했어,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서 퇴근하면 게임방에서 게임을 했어,

직장에서 일을 잘한다고 작업 반장이 되어 월급을 많이 받아서 엄마에게 땅을 사라고 돈을 주었어.

인삼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아파서 하늘나라로 떠났어.


내 나이 쉰 살이 가까웠지만 결혼하지 못했어. 퇴근 후 회사 통근 버스에서 내려 게임방에 가는 길이었는데 낯익은 얼굴이 다가왔어. 어릴 적 친한 친구인 둘둘이 명수였어.

명수는 결혼해서 아내가 있고 남매가 있어 부러웠어, 하지만 난 아닌 척했어. 내가

“둘둘아, 오랜만이다. 어디 가는 길이니?”

“용용, 이게 얼마 만이냐? 만나서 반갑다. 우리 어머니 드리려고 치킨 사러 가는 길이야.”

“어머닌 건강하시지? 아이들이랑 부인도 잘 있고? 난 축구경기 보러 가는 길이야.”

둘둘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울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니 여기저기 아프지, 공설운동장에 축구경기 있니? 어느 팀이 경기하는데?”

“운동장에는 왜 가? 게임방에 가면 축구나 농구 등. 보고 싶은 경기 마음대로 볼 수 있는데?”

내 말에 둘둘은 '쯧쯧' 혀를 차더니

“넌 나이가 몇 살인데 게임방에 다니니? 축구나 농구는 넓은 운동장에서 경기를 봐야 현장감 있지.

좋아하는 팀 응원하고 얼마나 재미있는데, 게임방은 담배연기 때문에 목이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잖아?”

“나는 말달리기 경주가 재미있어, 잘 달리는 말을 골라 응원하는 것도 스릴 있고.”

“말달리기 경주? 너, 지금도 경마장에 다니는 거니? 정말 못 말리는 친구일세!”

“네 말대로 경마장은 돈이 많이 들어서 가지 않고 게임방에서 축구랑 농구, 야구 운동 게임하며 맘에

드는 선수 응원하고 돈도 벌고 얼마나 신나는데?”

“맘에 드는 선수 응원해서 돈 많이 벌었어?”

“어쩌다 벌 때도 있는데 계속하고 싶어도 월급 타고 일주일이면 돈이 안갯속으로 사라졌어. 언젠가

나도 게임에 이겨 큰돈을 벌고 말 거야.”


둘둘은 내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 알고 있어. 친한 친구니까, 둘둘이 한마디 했어.

“게임하면 많은 돈과 시간이 연기처럼 ‘뿅’ 사라지지 않니? 우리 아버지도 화투게임을 좋아해서

집이랑 논과 밭이 헐값에 안갯속 연기처럼 사라졌어. 그 바람에 빚을 져서 화병으로 돌아가셨어.”

둘둘이 말에 놀라서

“무슨 소리야, 네 집은 우리 동네에서 제일 부자였잖아?”

“그것은 어릴 때 이야기이고 중학교 다닐 때인데, 아버지가 화투게임을 하느라 노름빚을 져서 많은

재산이 '휘리릭' 바람과 함께 날아갔어.”

“정말? 내가 어릴 적 소원이, 네 집처럼 매일 하얀 쌀밥에 버터 한 스푼 묻고 진간장 넣어 비벼 먹는 게

꿈이었는데, 어릴 적 네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거든!”

둘둘이 빙그레 웃으며

“야, 천재야, 만나서 반가운데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실까?”

“커피는 됐고 나 배고파, 자장면이나 사줘!”


주문한 자장면이 나왔어. 배가 고파 자장면을 씹지 않고 질겅질겅 삼켰어, 몇 개 남지 않은 치아로

오물거리며 뚝딱 한 그릇을 먹어치웠어. 둘둘은 양념에 비빈 자장면을 나한테 반쯤 덜어 주고 남은 것을

먹었어. 난 둘둘이 덜어준 자장면도 금방 먹어치웠어.

내가 둘둘에게

“둘둘아, 자장면 먹으니까, 콜라가 생각난다? 난 매일 커피 7잔 마시고 콜라 1.8L를 마시거든?”

“커피를 7잔이나 마신다고? 두 잔만 마셔도 눈이 말똥말똥 잠을 오지 않던데, 커피는 두 잔이 적당해.

콜라는 단 음료라 혈당이 올라갈 수 있고 뼈가 삭으니까,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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