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빠져나갈 수 없을까

[ 창작동화 연재 ] < 용용 아저씨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내가 둘둘에게

“난 세상에서 커피와 콜라, 게임이 제일 좋아. 내 귓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 걸까?”

둘둘은 눈이 커지며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병원에 가야지, 큰 병이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힘없이 말했어.

“돈이 있어야 병원에 가지, 둘둘아, 인천에 점수 잘 나오는 게임기 들어왔다는데, 같이 갈래?”

“귀가 아픈데 무슨 게임이야, 병원부터 가야지, 우리 엄마 많이 기다리시겠다, 나 갈게. 너도 게임 좀

그만하고 돈을 아껴 써야 결혼도 하지?”

“누가 나 같이 한심한 게임천재에게 시집오겠니? 나 결혼하고 싶지 않아, 여자 잔소리 듣기 싫고 누구를

책임지는 건 더욱 싫어. 난 매일 게임하며 즐겁게 살 거야.”

“누가 그 고집을 말리겠니? 나 간다, 밥 잘 챙겨 먹고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가고. 알았지, 친구야?”

둘둘은 할 말이 없는지 가 버렸어.


어느 날이었어. 옥탑 방 아래 산적처럼 생긴 사내가 서성거리고 있었어. 내가 그 옆을 지날 때 두꺼비처럼 큰 손으로 내 팔을 붙들며

“정용국 씨, 우리 회사에서 빌려간 원금과 이자, 이번 주 수요일까지 갚지 않으면 월급 통장에서 돈 찾아

가지 못하게 막아 놓을 겁니다. 수요일까지 원금과 이자 갚으세요.

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어, 회사에서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빼앗아 가면 내가 좋아하는 게임도

할 수 없고 밥도 굶어야 하잖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며칠 후 우편물이 날아왔어. 빌려간 돈을 갚지 않으면 통장의 돈을 빼간다는 통보였는데 법원에서 허락해

준 것이었어, 난 고민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어, 곰곰이 생각하다 회사 사장님을 찾아갔어.

“사장님, 제가 게임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십 년 전에 은행에서 백만 원 빌렸는데 천만 원 갚으라고

법원이 허락한 통지가 왔어요. 또 다른 사채 회사에서 백오십만 원 빌렸는데 이천만 원 갚으라고 통지가

왔는데 어떻게 하죠?”

“그래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산적 같이 생긴 사람이 날마다 집으로 찾아와서 무서워요. 날 잡아가서 장기를 뽑을 거 같아요. 그래서

밤늦게까지 게임방에 숨어 있다가 집에 들어가고 새벽에 일찍 나올 수밖에 없어요. 도와주세요, 사장님!”

“무슨 소리예요, 게임은 하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잖아요?”

“요즘은 게임은 하지 않고 농구경기랑 축구경기를 보면서 맘에 드는 선수를 응원하고 있어요.”

“그것도 게임의 일종이지 경기입니까? 넓은 운동장에서 해야 운동경기지.”

“게임 방 말고 추운데 갈 데가 없어요.”


며칠 후, 사장님이 나를 불렀어.

“정 반장님 걱정거리를 해결해 드릴 테니, 나랑 약속하고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사장님께서 도와주시면 남자 대 남자로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

“내가 힘들게 사정해서 ‘국민행복센터’에서 원금 일부만 갚는 것으로 허락을 받아냈어요. 나랑 같이

가서 서류에 서명하고 매달 원금의 5%를 나눠서 갚으면 됩니다.”

“사장님 정말로 고맙습니다. 사장님의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사장님 약속대로 열심히 빌린 돈 원금의 일부를 갚았어, 사(개인) 금융에서 빌린 백만 원과 백오십만 원

과 4건이 또 있었어. 전부 합해서 팔천만 원이나 되는 큰돈이었어. 원금 8천만 원의 5퍼센트 400만 원을

매달 16만 7천 원씩 24개월(2년) 갚기로 하고 서명한 후 집으로 돌아왔어.

열심히 일해서 매달 16만 7천 원을 갚다 보니 일 년 4개월이 지나갔어. 혹시나 우리 집 앞에서 날

기다릴 거 같아 무섭고 떨렸는데, 그림자는 보이지 않아 무척이나 행복했어.


어느 날이었어, 내가 개인에게 빌린 돈을 갚으라고 통지가 날아왔어, 대추나무에 연이 걸린 것처럼

은행이 아닌 개인에게 빌린 돈이 그토록 무서운지 모르고 살았어. 난 게임에 중독되어 살았으니까,

어떻게 하면 무서운 수렁에서 내가 빠져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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