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완결) 난 축구공이 아냐?

[ 단편동화모음 ] < 용용 아저씨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길을 가다 축구공을 주웠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축구공이 생각났어. 길에 떨어진 축구공은 체육공원

축구장에서 넘어온 것이었어, 난 축구공을 축구장 안으로 힘껏 찼어, 축구공은 축구장 안으로 들어갔어.

축구장에는 축구 선수들이 여러 명 있었어. 키가 크고 힘센 선수가 말했어.

“아저씨, 축구 좋아하세요, 여기 오셔서 저희랑 같이 축구해요.”

키 큰 선수가 축구공을 내게 패스했어. 난 축구공을 힘껏 찼어. 내가 찬 공을 다른 선수가 골 안으로

골인하려다 골대를 맞고 번개처럼 공이 날아오더니 내 머리를 세게 때렸어. 난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내가 축구공이 되어 경기장 바닥에 누워 있었어,

축구 선수들은 축구공이 된 나를 힘껏 걷어찼어. 옆구리도 차고 돌처럼 딱딱한 머리로 날 들이받았어.

축구공이 된 나는 골대를 맞고 ‘쿵’하고 아래로 떨어졌어, 너무 아파서 소리쳤어.

“난 축구공 아냐, 게임 천재라고, 제발 날 차지 마! 아프단 말이야.”

축구공이 된 내가 소리를 쳤지만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어. 내가 울며 사정해도 듣지 않았어.

축구선구가 다른 선수에게

“야, 자 받아! 이번에는 내가 골을 넣고 말테야!”

“내게 패스해, 내가 머리로 받아서 골대 안에 넣을게.”

축구 선수들이 축구공이 된 나를 발로 차고 머리로 받았어. 어떤 선수가 축구공이 된 나를 발로 뻥 찼어.

딱딱한 골대 모서리에 맞고 멀리 날아갔어.


한참을 날아가다 뾰족한 울타리에 엉덩이를 찔렸어. ‘펑․ 푸우’ 축구공 터지는 소리가 폭탄 터지는 소리

같았어, 난 바람이 빠지며 퉁겨져 나갔어, 공중으로 올라가다 땅으로 '뚝' 떨어지며 쓰레기통에 처박혔어.

너무 아파서 울다가 정신이 들었는데

“내가 사람이 된 걸까, 나 이제 축구공이 아냐! 어떻게 된 거지, 발이 네 개네? 털도 많고 발톱도 길어?”

쓰레기통의 깨진 거울로 얼굴을 보니 난 사람이 아니고 삐쩍 마른 고양이가 있었어. 이럴 수가? 너무 슬펐어.

어디선가 생선 냄새가 났어. 배가 몹시 고팠어, 내가

“어, 고등어 냄새다! 맛있는 고등어를 누가 버렸지?”

고양이가 된 내가 고등어를 먹으려고 할 때, 치타 고양이가 나타나서 성질을 내며

“뭐야. 어디서 굴러먹던 말라깽이야. 이건 내 생선이야. 저리 꺼져?”

내가 치타 고양이에게 화를 버럭 내며

“그거 내 밥이야, 네가 뭔데 내 먹이를 빼앗아?”

“넌 기다렸다 이 어른이 먹고 남긴 머리통이나 먹으라고.”

“머리통? 난 이가 없어 못 씹는데…? 이리 내놔, 부드러운 살점 먹을 테야.”


말라깽이가 된 나는 고양이들에게 물어뜯기며 간신히 배를 채웠어. 배가 부르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난 윗니가 두 개, 아랫니 세 개가 전부인데, 딱딱한 생선 머리를 어떻게 씹은 거지?'

배를 채우고 나니 으슬으슬 춥고 무서웠어. 아기처럼 엉엉 울었는데, 듣기 싫은 고양이 울음소리였어.

기분 나쁜 내 울음소리를 들은 고양이들이 몰려오더니 내게 달려들었어.

대장 고양이가 말했어

“말라깽이 괭이 울음소리 정말 싫다! 목소리도 듣기 싫고 기분 나쁘니 사정없이 물어뜯어라?”

말라깽이 고양이가 된 내가 소리쳤어.

“살려 줘! 난 고양이가 아니고 게임 천재란 말이야!”

“게임 천재라고? 넌 게임중독자야, 너 같은 고양이는 이 세상에 필요 없어, 꺼져, 지옥에나 떨어져라!”


난 고양이들에게 목과 등, 옆구리와 넓적다리를 물어뜯겼어, 몸부림치다가 정신이 들었아,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 다리의 털, 뾰족한 발톱도 사라지고 난 다시 사람이 된 거야,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어.

여름이면 불가마처럼 뜨겁고 겨울엔 찬 바람이 들락거리던 옥탑방이 그리웠어.

내가 방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을 피해 숨어 다녔는데, 그 집이 사무치게 그리웠어.

다시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집으로 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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