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동화모음 ] < 용용 아저씨 > 유정 이숙한
일주일째, 매일 컵라면 한 개 먹고 커피를 마시며 게임했더니 정신이 몽롱했어.
날짜나 시간이 구분되지 않았어. 어떻게 된 것인지 동화의 나라 왕자가 입은 옷은 화려하고 멋진
옷이었는데 누더기 옷을 걸쳐 입었어, 착한 마음이 날 깨웠어, 정신을 차려보니 통장에 들어있던
많은 돈이 안개처럼 사라졌어.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간 걸까,
내가 회오리바람에 빙빙 돌다 커다란 호리병으로 빨려 들어갔어. 호리병 뚜껑이 닫혔어, 키가 2미터
넘는 거인이 시커면 이를 내놓고 한바탕 웃더니, 호리병 안에서 나를 꺼내서 바닥에 내팽개쳤어.
내가 동화의 나라에서 빠져나오자 순간 정신이 들었어, 배가 고파서 쓰러질 거 같았어.
주머니에 동전 세 개가 딸랑거렸을 뿐 난 거지가 되었어, 배가 고파 집으로 가려고 해도 차비가 없었어.
게임방에 가서 사정했어.
“부장님, 오만 원만 빌려주세요. 집에 가서 보내드릴게요.”
“나, 돈 없어요. 우리 형님에게 빌려보세요?”
“형님이라면, 아까 그 호리병, 거인?”
“맞아요, 호리병에 빨려 들어가기 싫으면 여길 떠나요. 여긴 도깨비 마을입니다. 호리병 주인이 아까
그 무서운 거인 도깨비입니다.”
버스 터미널로 터덜터덜 걸어갔어, 난 차비를 빌려달라고 구걸하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
한참 후 깨어보니 병원이었어. 내 옆에 회사 사장님이 있었어, 사장님은 근처 커피숍에서 거래처 손님을
만나고 오다 길에 쓰러진 나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간 것이었어.
사장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쓰레기 통에 버려졌을까? 누군가 내 장기를 팔려고 데려갔을지도 몰라,
생각해 보니 끔찍했어. 일주일 넘게 하루 한 끼 컵라면만 먹었더니 영양실조로 쓰러진 거래. 기가 막혔어.
사장님은 내게 영양제도 맞혀주고 치료해 주었어. 사장님에게 할 말이 없어,
난 멋진 남자나 게임천재도 아니야..
엉덩이에서 핏물이 흘러내렸어. 무서운 병에 걸렸나 봐, 둘둘에게 전화해서
“둘둘아, 나 항문에서 핏물이 나오는데, 병원에 가게 돈 좀 빌려줘라?”
“나, 돈 없어, 아버지 도박 빚 갚느라고 다 썼어. 너, 퇴직금 탔다며?”
“퇴직금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고 은행인출기에 가서 찾으니 잔액이 500원이었어.”
“뭐라고? 오백만 원인데, 오백 원이라고?”
“내가 게임하느라 카드로 돈을 빌려 쓰고 갚지 않았더니 퇴직금 500만 원이 들어오자마자 돈 빌려준
은행에서 자동으로 돈을 빼간 거야, 그 돈이면 게임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데?”
“날 더운데 게임하느라 오래 앉아있으니 항문이 터진 거지.”
“맞아, 게임으로 돈 많이 벌어서 멋진 집이랑 차도 사고 싶었어.”
“게임을 할 돈 모았으면 빌딩도 사고 부자됐겠다?”
난 아기 기저귀를 차고 일했어. 병원에 가고 싶지만 돈도 없고 무서웠어, 사장님 눈에 띄면 전염병에
걸렸으니,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할 거 같아 걱정되었어. 점심 먹으러 회사 식당에 갔다가 사장님에게
들키고 말았어. 사장님은 날 차에 태워 항문 외과로 갔어, 의사 선생님은
“치열이 심합니다. 수술하고 좌욕하면 금방 낫습니다.”
죽을병인 줄 알았는데 의사 선생님 말을 들으니 살 거 같았어. 뒷머리를 긁적이며
“의사 선생님, 수술비 다음 달에 월급을 타서 드리면 안 될까요?”
사장님이 내 말을 가로챘어.
“정 반장님, 월급 탄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돈이 없어요?”
“사장님, 제가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하느라고 월급 탄 돈 다 썼어요.”
“정 반장님은 일도 잘하고 성실한 사람인데, 어쩌다 그랬어요? 월급 미리 가불해 줄 테니 수술부터
받아요. 앞으로 게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사장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게임은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사장님 덕분에 수술을 받고 병이 나았어, 귀에서 이상한 소리 나는 것도 사장님이 이비인후과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깨끗이 나았어. 내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게임중독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