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나와 소통한다

[ 에세이 ]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몸살기가 있는지 등뼈까지 아파서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50대 후반부터 허리통증과 다리와 발목통증으로 고생했으니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두 사람의 인건비가 나오지 않지만 차차 나아지는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아끼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몸이 쉬어달라고 하니 어쩌겠나 들어줄 수밖에.


살아오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인생 중에 큰 낭비로 알고 있다. 손님이 뜸한 시간이면 글 한 줄을 쓰던지 전에 쓴 글을 수정한다. 타인이 쓴 글에 공감하는 글을 남긴다. 내가 잘하는 요리를 사진과 함께 올린다.


글을 쓰면 내면의 나와 소통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여 하얀 백지를 채우게 된다. 글을 쓰는 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인데 숙제를 하지 못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글을 쓰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피곤할 때는 노트북 아래 방바닥에 누워서 잠시 쉰다. 매주 월요일 밤 9시면 mbc TV "안 싸우면 다행이야." 좋아하는 프로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시청할 수 있어 좋다. 무인도 바다에서 채취한 해물이나 생선을 요리하고 친목도 다지는데, 해루질이나 통발에 걸려든 물고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물이 빠진 바다에서 전복이나 소라, 꽃게, 생선을 잡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어릴 적 개울물에 파닥거리는 붕어를 잡거나 물이 잠긴 논에 들어가 구멍 속으로 숨어든 미꾸라지를 잡았다. 그 프로를 보다 보면 소중한 추억을 소환해 준다. 대리만족하며 허파에 바람이 든 사람처럼 실실 대며 웃는다.

프로가 끝나면 "결혼지옥"을 방영했는데 '알코올지옥'이란 프로를 방영했다. 생각보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젊은 분들이 많은 거 같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일 년에 서너 번 먹는다.


나는 술을 마시면 안주를 많이 먹는 바람에 체중 때문에 참고 있다. 술을 좋아하고 대화를 좋아한 사람에게 질려서 그런 걸까. 하루만 버티면 수요일 쉬는 날인데 막상 가게에 나와 많은 분들을 만나면 몸살기가 있다는 것을 망각한다. 세제와 락스 물에 적신 걸레로 매장 바닥을 닦아내면 마음까지 소독되는 거 같다. 일단 한 번 닦고 걸레를 재 세탁해 맑은 물에 헹궈 바닥을 또 닦는다.


테이블은 소독수를 뿌려 닦아주고 개인접시도 깨끗이 닦아 숫자를 채우고 휴지도 채워 넣으면 전기밥솥이 밥을 맛있게 지어놓는다. 밥을 헤쳐놓으면 11시라 고객을 맞을 준비가 완료되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오후 1시가 되고 2시가 된다. 가끔은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오는 고객도 있지만 3시에서 4시 반까지는 배달요청이 없으니 쉬는 시간이다. 6일 일하면 쉬는 날이 또 찾아온다. 세월이 참 빠르다. 덮다고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하던 여름이더니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고 겨울이 찾아와 눈발이 날리니 또 한 살을 먹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글은 2년 전 2023년 11월 28일에 쓴 글이다. 금방 여름이라 덥다고 에어컨을 켰는데 이제는 보일러를 올려야 하고 히터를 켜야 하는 늦가을이다.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니 독감환자가 늘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은 덕에 팔다리가 쑤시는 듯 몸살감기가 찾아왔는데 초장에 맥문동 윤폐탕으로 잡았다. 우리 집 감기 잡기 상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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